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가 10월 8일 서울에서 첫 ‘람보르기니 데이 코리아 2026’을 개최했다. 눈에 띈 것은 행사 규모보다 본사 경영진의 구성이다. 스테판 윙켈만 회장 겸 CEO를 비롯해 페데리코 포스키니 최고 마케팅·세일즈 책임자, 지난 7월 취임한 페르민 소네이라 최고 기술 책임자가 직접 서울을 찾았다. 밋챠 보커트 디자인 디렉터, 프란체스코 밀리치아 마케팅 디렉터, 팀 브라보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까지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시아·태평양 총괄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가 행사의 시작을 맡았다. 단일 국가를 위해 이처럼 본사 핵심 인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람보르기니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행사의 주인공은 두 대의 신차였다. 우루스 SE 퍼포만테와 레부엘토 SV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처음 공개됐다. 유럽과 미국을 거친 신차의 첫 아시아 무대로 서울이 선택된 것이다. 산타가타 볼로냐가 바라보는 한국은 더 이상 변방의 소비국이 아니라, 브랜드의 체질 전환과 수익성 전략을 증명하는 최전선이다.
윙켈만 CEO가 행사장에서 가장 먼저 제시한 지표는 신차의 명세서가 아닌 한국 시장의 성장 곡선이었다. 2007년 한국 진출 초기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람보르기니는 2019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올해 국내 연간 인도량은 처음으로 500대를 돌파할 전망이며, 2026년 상반기 기준 한국은 글로벌 6위이자 아시아·태평양 2위 시장으로 도약했다.
더 주목할 점은 람보르기니의 글로벌 실적 구조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인도량은 5,42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7.4% 증가한 17억 4,000만 유로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22.7%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달성했다. 판매 대수가 줄었음에도 수익성이 개선된 배경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와 애드 퍼스넘 개인화 프로그램의 성장에 따른 대당 판매 단가 상승이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수요보다 항상 물량을 적게 유지해 중고차 잔존가치와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는 엄격한 유통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 관세 여파와 중국 럭셔리 시장의 침체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전체 실적을 단단히 방어하는 핵심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전동화 전략은 최근 가장 현실적이고 명확한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2021년 발표했던 전동화 로드맵 '디레지오네 코르 타우리'의 1단계인 전 라인업 하이브리드 전환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레부엘토, 우루스 SE, 테메라리오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완성하며 럭셔리 슈퍼 스포츠카 제조사 중 전 라인업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채운 유일한 브랜드가 되었다.
반면 2단계였던 순수전기차 도입은 전면 백지화됐다. 란자도르 콘셉트로 예고됐던 첫 순수전기차 프로젝트와 차세대 우루스 전기차 계획을 공식 취소하고 모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선회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럭셔리 슈퍼카 고객층의 명확한 피드백이 있었다. 전기 슈퍼카에 대한 고객 수용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냉정한 판단하에, 감성의 핵심인 내연기관 엔진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람보르기니에게 전동화 모터는 규제 대응을 넘어 저회전 토크와 응답성을 극대화하는 퍼포먼스의 보조 도구로 재정의됐다.
우루스 SE 퍼포만테는 람보르기니 전체 판매의 대들보인 우루스의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합산 출력 812마력과 최대토크 1,000Nm를 발휘하며, 카본 파이버 소재 대거 적용과 새 배기 시스템을 통해 기존 SE 대비 총 32kg을 덜어냈다. 새로 적용된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반능동 댐퍼는 트랙 모드에서 차체 롤을 55% 줄여 극단적인 민첩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상 주행에서는 진동을 25% 흡수해 정제된 승차감을 선사한다.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일상적인 전기 모드 주행과 트랙 성능을 동시에 제공하며, 대당 매출을 올려 전체 판매 물량의 정체를 수익으로 메우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함께 공개된 레부엘토 SV는 1,963대 한정 생산되는 모델로, 산타가타 볼로냐 역대 가장 강력한 양산형 V12 하이브리드 플래그십이다. 배터리 화학 조성 개선으로 트랙 연속 주행 시 출력 저하를 방지했으며, CCM-R 플러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와 수동 조절식 모터스포츠 댐퍼를 적용했다.
전체 다운포스는 기본 레부엘토 대비 80% 증가해 독일 호켄하임링에서 양산차 최속 기록인 1분 41.6초를 달성했다. 레부엘토 SV는 단순 물량 판매가 아닌 극소수의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고유의 V12 헤리티지를 전달하며 최상위 가격대를 견고하게 지키는 상징적 역할을 수행한다.
람보르기니에게 성장의 기준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차를 파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긴 대기 명단을 유지하고, 고객에게 독보적인 감성적 가치를 전달하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가가 진짜 지표다. 순수전기차라는 환상을 걷어내고 내연기관의 감성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결합한 람보르기니의 전략은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 고급 수입차 시장의 니즈와 정확히 부합한다. 서울 한복판에 집결한 본사 경영진과 두 대의 새로운 모델은, 한국이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핵심 무대임을 명확히 증명해 보였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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