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고르는 기준은 달라졌다. 물론 CPU와 그래픽카드 성능을 따지고, 메모리 용량과 저장장치 속도를 비교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PC를 완성하고 집으로 가져가는 순간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분위기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2% 부족에서 비롯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조명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소비자에게 컴퓨터만 디자인을 따지지 말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과거라면 본체를 책상 아래에 처박아 두고 사용하던 게 일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항 케이스에 RGB 조명, 화이트 부품까지 보편화되면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방 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과도 비교되는 처지가 됐다.
그 점에서 많은 사용자가 참고하는 것이 커뮤니티 빌런( http://villain.city ) 같은 PC 사용자 커뮤니티에 업로드된 데스크테리어 사진이다. 하지만 제품 사진에서는 근사했던 느낌이 현실에서는 그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딜레마다. 조립할 땐 작아 보였던 케이스가 막상 마주하니 예상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도 있다. 화이트라고 해서 모두 같은 흰색도 아니다. 케이스와 모니터, 키보드를 각각 구매했다가 미묘하게 다른 색상 때문에 고민하는 일도 생긴다.
이처럼 PC를 생활 공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늘면서 PC 업체에도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제품의 성능을 설명하는 것만큼 실제 공간에 배치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11에 위치한 오늘의집 북촌 1층 커넥트 라운지에서 열린 다나와 X 오늘의집 북촌 데스크테리어 팝업스토어는 달라진 소비 변화에 주목한 행사다. 다나와와 오늘의집이 공동으로 마련한 무대에 서린씨앤아이가 플레이어로 오른 것.
완제품 PC와 하이트 케이스, 클레브 메모리로 2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오늘의집에서 PC를 판다고?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오늘의집은 처음부터 가구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쇼핑몰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사용자들이 자신의 집을 꾸민 사진과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어떤 가구와 소품을 사용했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집에도 적용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모였다. 이후 사진 속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기능이 더해지며 인테리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오늘의집이 판매하는 것은 가구와 생활용품이지만, 소비자는 이곳에 컴퓨터를 놓는다면 PC 역시 주변 가구와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집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업무를 처리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상 주변을 꾸미는 데 관심을 갖는 소비자도 생겨났다. 데스크와 인테리어를 결합한 데스크테리어라는 표현이 자리 잡은 배경이다.
약 2일 기한으로 오픈한 팝업스토어는 데스크테리어를 구상하는 소비자에게 완성된 책상을 보여주고, 그 안에 배치된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직접 비교할 기회를 제공했다. PC 전문 매장이 아니라 인테리어 플랫폼의 공간에서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장에서 만난 서린씨앤아이 김민성 대리는 서린컴퓨터와 서린씨앤아이 취급 제품이 이미 오늘의집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관련 이벤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북촌에는 기존 PC 하드웨어 소비자와 다른 성향의 방문객이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다. 평소 PC 부품을 검색하거나 하드웨어 전시회를 방문하지 않는 사람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게 봤다고 언급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전시된 케이스에 대해 묻는 참관객이 적지 않았다. PC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에게 익숙한 강화유리 케이스와 RGB 메모리가 일반 소비자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제품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서린씨앤아이가 준비한 브랜드는 서린컴퓨터와 하이트의 케이스, 클레브의 메모리다. 김 대리는 오늘의집이라는 플랫폼의 성격을 고려해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플렉탈디자인의 의자도 전시했다.



데스크테리어존에 전시한 PC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흰색 부품과 RGB 조명을 조합해 화려한 모습을 강조한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우드 소재를 활용해 주변 가구와 어울리도록 꾸민 시스템이다. 화이트 시스템에 사용한 케이스는 하이트 HYTE Y50 RGB 스노우 화이트다. 전면과 측면, 모서리를 감싸는 3면 강화유리를 적용해 내부 부품이 넓게 드러난다. 일반적인 직사각형 케이스와 달리 모서리 부분에서도 내부를 볼 수 있어 PC를 비스듬히 배치했을 때도 시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이트 HYTE Y70 Touch Infinite 스노우 화이트를 적용한 서린컴퓨터 완제품 PC도 소개했다. Y50 RGB가 강화유리를 통해 내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면 Y70 Touch Infinite는 케이스 자체에 디스플레이를 더한 제품이다. 전면 모서리에 통합된 14.9인치 IPS 터치스크린은 682×2560 해상도와 60Hz 주사율, 10포인트 멀티터치를 지원한다. HYTE Nexus 소프트웨어로 화면을 구성해 시스템 상태를 표시하거나 원하는 이미지와 위젯을 배치할 수 있다. 케이스 전면 일부를 개인 취향에 맞춰 꾸밀 수 있는 셈이다.
바로 옆에 진열된 Formula V Line Air Power G10 우드 블랙 기반의 완제품 PC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출시를 앞둔 제품으로, 검은색 바탕에 우드 소재를 활용했다. RGB 조명으로 화려함을 강조하기보다 목재 책상이나 선반처럼 주변 가구와의 색상 조화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클레브 KLEVV CRAS V RGB DDR5-6000 CL30 메모리 역시 디자인과 성능을 동시에 고려한 제품이다. 16GB 모듈 2개로 구성된 32GB 용량에 DDR5-6000 속도와 CL30 타이밍을 제공한다. 인텔 XMP 3.0과 AMD EXPO 프로파일을 지원하며, 흰색 알루미늄 방열판과 상단 RGB 조명을 적용했다.







같은 하이트 케이스와 클레브 메모리라도 컴퓨터 전문 매장과 인테리어 공간에서는 느낌이 다르다. 분명한 건 컴퓨터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외관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곳 팝업스토어 현장이라는 것.
PC 시장은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더 빠른 성능만을 주창해 왔다. 조금 더 높은 프레임, 조금 더 빠른 처리 속도, 조금 더 넉넉한 메모리 용량이 주요한 구매 이유였다. 앞으로도 그 기준이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컴퓨터를 매일 바라보며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디자인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가치다.
오늘의집에서 인테리어 사진을 구경하던 사람이 마음에 드는 책상과 조명을 찾고, 그 옆에 놓인 컴퓨터에도 관심을 갖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PC 구매를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북촌 팝업스토어 현장에 전시된 모습을 마주하고 저런 컴퓨터라면 내 책상에 놓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서린씨앤아이가 북촌에서 기대한 효과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 컴퓨터는 여전히 책상 아래에 놓인 작업 도구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에게는 책상 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성능과 가격을 따져야 한다는 사실은 같다. 다만 이제는 컴퓨터를 고르면서 방 안의 분위기까지 고민해 볼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북촌에서 서린씨앤아이가 만난 소비자는 어쩌면 새로운 그래픽카드보다 예쁜 책상에 더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자리였다. PC를 구매하러 오지 않은 사람에게도 PC를 갖고 싶게 만드는 것. 하드웨어 유통사가 인테리어 플랫폼과 손잡은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장면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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