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가정은 없다. 많이 이들이 "그 때 그런 일이 있지 않았다면 지금 달라졌을 텐데'하며 아쉬워 하지만, 그렇게 지나간 역사를 아쉬워한다 해도 역사는 되돌려지지 않는다. 역사는 사실이고 흘러간 시냇물이자 활시위를 떠난 활과 같다.
그런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만화, 게임, 소설, 드라마 같은 콘텐츠는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역사에 '가정'이란 양념을 조금 넣어 대중의 입맛에 맞추면 언제나 그 상품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 면에서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는 '역사'와 '가정'을 적절히 혼합한 맛깔난 음식임에 틀림 없다.
1991년 첫 등장 이후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문명은 미국 게임 업계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에 비유되는 시드 마이어가 창조한 희대의 명작. 그런데 그 최신작이 지난 해 우리 나라 게이머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시리즈가 발매된지 20년이 지났고, 전작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문명 5'가 대히트를 한 것이다.
국내 PC 패키지 게임 시장의 정황 상 '히트한 게임'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는 뒤로 하고, '문명하셨습니다'로 대변되는 문명 5 열풍은 결국 원작 없던 '대한민국' 문명이 다운로드 콘텐츠 형태로 추가되게 하는 이변을 낳았다.
대한민국 문명이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명 3'에 등장하는 '왕건'의 이미지와 역사적 고증은 보는 이를 화나게 할 정도였지만, 이번에 추가된 '세종대왕'과 역사적 검증을 거친 화차, 거북선 등은 대단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게임 시작 시 들리는 '아리랑' 배경음악에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문명 5에는 대한민국 문명만 추가된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모드로 '임진왜란'을 다루고 있다. 16세기 조선-명연합군과 일본이 대결했던 임진왜란은 각 나라의 역사를 바꿀 만큼 큰 사건이었다. 문명 5의 임진왜란 시나리오에는 명, 후금, 조선, 히데요시 등 4개의 문명이 나오는데, 명이나 조선을 선택하면 히데요시의 침략을 맞는 스토리가 전개되고, 히데요시를 선택하면 조선을 정벌한 후 명까지 침략하는 시나리오가 이어진다. 재미있는 요소가 '후금(청)'인데, 후금은 나라의 틀을 갖춘 다른 3개 문명과 달리 이제 막 피어나는 문명으로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성장해 조선과 명을 모두 침략할 수 있다.
여기에 '신기전'이라고 불리던 화차와 임진왜란을 조선의 승리로 이끈 결정적 무기였던 거북선, 그리고 '의병'이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특히 투석기의 강화형에 해당하는 화차와 범선의 강화형인 거북선의 활약은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빼앗긴 조선의 주요 도시를 되찾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편 임진왜란 시나리오가 아닌 정식 한국 문명으로 즐길 경우 집현전이라는 특성을 통해 다른 문명보다 빠른 과학 발전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게이머들은 대한민국 문명이 너무 강하다는 애교 섞인 불만까지 늘어 놓고 있다.
문명 5에서 대한민국 문명의 추가는 '한민족의 세계 정복'이라는 '가정'의 역사를 실현 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대한민국 문명으로 아시아 또는 전 세계를 재패하는 쾌감은 문명 5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임진왜란 시나리오에서는 히데요시 군대를 조선땅에서 몰아 내고 기세를 몰아 일본땅으로 침공하는 복수극도 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발매된 국산 전략 게임 '임진록 2 + 조선의 반격'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통쾌함이다.
그러나 대체적인 만족감에도 불구하고 평안북도 '의주'를 '위주'로 표기하는 등의 오타가 간간히 있고, 후덕한 인상을 가진 '세종대왕'이 20대 갸날픈 남성의 목소리로 더빙된것은 최악이라 불릴 만큼 형편 없었다.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은 "세종대왕 목소리 더빙은 2K코리아 직원이 한 것 같다"며 비아냥 거리고 있다.
약간의 오타와 세종대왕의 이상한 목소리를 제외하면 문명 5의 '대한민국 문명' DLC는 훌륭한 편이다. 만약 세종대왕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싶은 게이머나 일본에 400년 전의 빚을 갚고 싶은 이가 있다면 '대한민국 문명 DLC'는 큰 즐거움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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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으로 세계 정복도 가능" 문명5 대한민국 시나리오팩
2011.08.18. 09: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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