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조던 12’를 시작으로 조던은 나이키에서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조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조던 브랜드의 최대 주주가 됐다. 스스로 주식을 보유해 나이키 자회사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은 나이키와 평생 함께 가겠다는 의미다.
필 나이트 나이키 창립자 역시 “조던은 우리와 단순한 계약을 넘어 나이키 브랜드를 창조한 사람” 이라며 조던과 관계에 대해 말했다.
에어조던이 독립 브랜드가 되면서 공식적으로 나이키 스우시 로고대신 조던의 점프맨 로고가 에어조던 시리즈에 사용됐다. 그의 마지막 시리즈인 23탄까지 말이다.
욱일승천기 디자인이 아쉽기만 했던, '에어조던 12' (1997)
에어조던 시리즈 중 가장 단단한 신발인 ‘에어조던 12’는 한국인에게는 필연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욱일승천기(태양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의 일장기)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따와 아쉬움이 남았던 농구화였다.
▲ 일장기를 모티브로 해 아쉬움이 남았던 '에어조던 12'
‘에어조던 12’는 조던 시리즈 중 처음으로 줌 에어(Zoom Air)가 쓰인 농구화다. 전장 줌 에어를 사용해 뛰어난 쿠셔닝을 보여줬으며(97년 발매된 OG모델의 경우 쿠셔닝이 딱딱했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이후 리트로 버전에서는 쿠셔닝이 부드러워졌다), 발바닥 아치부분에는 카본 플레이트를 사용하여 지지력과 탄성을 향상시켰다.
조던은 이 농구화를 착용한 시즌 11번째 올스타 선정, 9번째 득점왕, 올 NBA 퍼스트팀과 디펜시브 퍼스트팀을 수상하였으며 5번째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비대칭 아웃솔이 매력적인, '에어조던 13' (1998)
조던의 별명인 '블랙캣'(Black Cat)을 형상화시킨 ‘에어조던 13’은 에어조던 시리즈 중 가장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먼저 발 뒤꿈치 부분에 달린 홀로그램은 표범의 눈을 형상화 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홀로그램 안에는 점프맨 로고가 입체적으로 새겨져 있어 더욱 특이한 느낌을 줬다. 또한 일명 '코끼리 발'로 불리던 아웃솔 형상은 비대칭 모양으로 만들어져 신었을 때 편안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 코끼리발 아웃솔로 유명했던 '에어조던 13'
‘에어조던 13’은 전작과 동일한 기능을 갖고 있다. 파일론 미드솔 + 전장 줌 에어 방식에 카본 플레이트의 조합으로 기능적으론 우수했다.
‘에어조던 13’은 조던과 6번째 우승을 함께 만든 농구화로 조던에게 시즌 득점왕, 시즌/올스타/파이널 MVP를 수상하는데 함께했다. 물론 농구화 때문에 우승한 것은 아니겠지만.
시카고 불스 23번의 마지막 농구화, '에어조던 14' (1999)
조던의 페라리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에어조던 14’는 빠른 스포츠카처럼 날렵한 디자인의 농구화다. 전작에서 시작된 비대칭 발목은 더욱 도드라지게 디자인 됐으며, 중창에 내장된 섕크는 환기를 위한 통풍구의 기능도 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조던의 14번째 모델이라는 뜻에서 한 켤레의 신발에 14개의 점프맨 로고를 집어넣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 '에어조던 14'는 날렵한 디자인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농구화다.
파일론 중창에 앞뒤로 줌 에어를 내장하고 낮은 무게중심과 입체적 구조를 한 섕크 등 농구화로서의 기능성도 훌륭했던 모델이다. (중창에 뚫려있던 통풍구는 실제적으로는 그리 큰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조던은 이 농구화와 함께한 1999-2000 시즌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은퇴를 하며 시카고 불스의 23번 유니폼을 벗었다. 이번에는 돌연 은퇴가 아닌 계획된 은퇴였다.
못생겨서 슬픈, '에어조던 15' (2000)
‘에어조던 15’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적지 않게 놀랐다. 조던도 코트를 떠나 외로운 마당에 농구화까지도 못생겨서다. ‘에어조던 15’는 출시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적응하기 어려운 디자인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에어조던 15’는 최악의 에어조던 시리즈로 평가 받고 있다.
▲ 독특한 모양의 '에어조던 15'는 2030년은 되야 그 디자인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발의 디자인 모티브는 1950년대 개발된 미국의 초음속 비행기 X-15에서 따왔다. 가장 빠르고 높이 날았던 '독보적인' 비행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에어조던 15’는 결과적으로는 '독보적으로' 못생긴 신발이 되어버렸다.
‘에어조던 15’는 농구화에 최초로 어퍼에 우븐 메시 소재가 사용되었다. 또한 발 뒤꿈치에는 페백스(PEBAX) 힐카운터가 사용되었고, 심리스(seamless) 이너부티, 스피드레이싱 등 그래도 제법 괜찮은 요소들이 사용되었다. 기능적으론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이 가지 않는 디자인 때문에 모든 것이 묻혀버렸다. 못생겨서.
정장에도 신을 수 있는 농구화, '에어조던 16' (2001)
에어조던 시리즈의 주인인 조던은 코트를 떠났고, 조던 시리즈를 이끌어온 틴커 햇필드는 조던을 떠났다. (조던 브랜드로부터의 이별이 아닌 조던 시리즈 디자인에서 '잠시' 손을 뗐다는 말, 햇필드는 이후 나이키에서 부 사장직에 있으면서 디자인 업무를 활발히 진행해왔다)
▲ 스미스는 정장에도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에나멜 토박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잘 어울리지는 개인의 의견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에어조던 16의 디자인은 윌슨 스미스 3세가 맡게 되었는데, 그의 모토는 정장에도 어울리면서 농구화로도 사용할 수 있는 농구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은퇴 이후 워싱턴의 구단주와 조던 브랜드의 사장직을 맡으며 부쩍 정장을 많이 입었던 조던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스미스는 게이터라는 덮개 형식의 구조물을 통해 신발을 변신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게이터를 덮으면 구두의 모습이지만 게이터를 벗겨내면 농구화인 신발을 말이다. 또한 ‘에어조던 16’은 블로우 몰디드 에어솔 유닛(Blow-Molded Air)이라는 쿠셔닝 장치를 새롭게 적용시키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쯤 되면 궁금한 것이 있다. 조던이 없는 조던시리즈 농구화는 누가 신었을까라는 것. 조던 은퇴 이후 조던 시리즈도 끝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조던의 후배들(레이 알렌, 마이크 비비)이 조던 브랜드의 농구화를 꾸준히 착용하면서 에어조던 시리즈는 계속해서 발매됐다. 이후 이 선수들은 조던 브랜드의 '팀 조던'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조던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경기에 임했다.
조던의 또 다른 복귀 농구화, '에어조던 17' (2002)
윌슨 스미스가 두 번째로 디자인 총괄을 맡은 ‘에어조던 17’은 '재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왠 재즈냐고? 평소 조던은 재즈에 조예가 깊고 취미가 있었기 때문. 이전까지의 에어조던 시리즈와 달리 고급스러운 하드케이스에 포장된 이 농구화는 특이하게도 재즈 음악이 담긴 CD가 포함되어 있었다(뭐, 조던처럼 재즈를 들으며 운동해라 하는 뜻이겠지(?)). 또한 ‘에어조던 17’의 게이터에는 음표가 새겨져 있는 등 곳곳에 음악적 느낌이 베어있다.
▲ '에어조던 17'은 조던의 '재즈 감성'이 묻어나는 농구화랄까?
전작과 마찬가지로 블로 몰디드 에어솔을 사용했으며 발 바닥 면 전체를 넓게 지지하는 카본 플레이트와 TPU 섕크가 쓰였고 부드러운 스판재질이 발목을 감싸는 등 여러 기능면에서도 훌륭한 모델이었다. 다만 게이터를 장착하면 발 볼의 압박이 심해져 사이즈 선택에 어려움이 큰 신발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시는 복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조던이 ‘에어조던 17’을 신고 복귀했다는 것이다. 시카고 불스가 아닌 이번에는 워싱턴 위저드의 유니폼을 입고 말이다.
덕분에 그를 그리워했던 많은 팬들은 코트에서 뛰는 그의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종합적인 커리어로 따져본다면 복귀 결정은 마이너스 요소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예쁜 디자인 그러나 불편했던, '에어조던 18' (2003)
테이트 쿼비스(Tate Kuerbis)가 담당한 ‘에어조던 18’은 스포츠가 람보르기니 무르시 엘라고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검정색 스웨이드 가죽(흰색 모델은 일반 천연가죽)과 슈 레이스를 덮개로 덮어버린 디자인은 매끈하게 잘빠진 스포츠카의 모습을 그대로 빼 닮았다. 통풍의 역할을 하는 발목 양 옆의 날개모양 벤틸레이터 역시 스포츠카의 리어스포일러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였다.
▲ 고급스러운 '에어조던 18'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던 제품이다.
‘에어조던 18’은 나이 탓에 부상의 위험도가 높아진 조던을 위해 뒤꿈치에 줌 에어를 두겹으로 배치했다. 또한 조던 시리즈에서 항상 쓰이던 카본 플레이트는 미드솔이 아닌 인솔에 부착시키는 독특한 시도를 했다.
‘에어조던 18’은 2중으로 이뤄진 줌 에어 덕분에 쿠셔닝이 좋은 모델이었다. 하지만 인솔의 밀림현상이 잦았고, 통풍이 거의 되지 않았으며 설포 윗부분의 자석이 플레이 중에 종종 풀려버리는 현상 때문에 불만이 많았던 모델이기도 했다. 당시 이 농구화를 신었던 론 아테스트(현재는 메타 월드피스로 개명/ LA 레이커스)는 아예 신발의 윗 덮개를 뜯어버리고 신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기도 했었으니, 그 불편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디자인 보다는 기능! '에어조던 19' (2004)
지금까지의 에어조던 시리즈가 한 명의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만들었던 것에 비해 ‘에어조던 19’는 쿼비스를 포함한 세 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계획하고 만들었다.
▲ 디자인을 글쎄, 기능은 최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에어조던 16’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슈 레이스 덮개는 ‘에어조던 19’에 이르러 가장 괴상한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하지만 기능면에서는 괜찮았다. 테크플렉스(Tech-Flex)라는 유연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그 동안 슈레이스 덮개의 고질적 문제였던 통풍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해결하게 됐으니 말이다.
‘에어조던 19’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파일론 중창에 2중 줌 에어 방식을 사용해 ‘에어조던 18’과 더불어 에어조던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쿠셔닝을 가진 신발로 평가 받았다.
틴커 햇필드의 컴백작, '에어조던 20' (2005)
에어조던 탄생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이키 부사장 틴커 햇필드가 다시 지휘봉을 잡고 만든 것이 바로 ‘에어조던 20’이다. 그는 디자인 목표는 조던의 업적과 그의 농구 열정을 농구화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농구화니까).
▲ 다소 사이버틱한 느낌을 줬던 '에어조던 20'
하지만 어퍼와 동 떨어져 있는 듯한 이질적인 발목 스트랩과 다소 어지럽게 느껴지던 레이저 패턴은 농구화로서의 기능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어퍼에 새겨진 레이저 패턴에는 그의 업적을 기념하는 메시지가 레이저로 새겨져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모델이다.
또한 당시 최신 의류소재였던 스피어 드라이 소재가 안감으로 쓰여 상당히 포근한 착용감을 주었다. 물론 발목의 스트랩은 약간의 불편함을 줬지만.
농구화보다 CF? '에어조던 21' (2006)
에어조던 시리즈는 유독 자동차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 많다. ‘에어조던 21’ 역시 고급 GT스포츠카 벤틀리가 모티브. 벤틀리 특유의 그물망 라디에터 그릴을 신발의 측면에 형상화했다. 전체적인 느낌 역시 스웨이드 소재를 활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려냈다.
▲ 벤틀리를 모티브로 만즌 농구화인 만큼 곳곳에서 벤틀리와 비슷한 느낌이 풍긴다.
이 농구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쿠셔닝 장치를 취향에 맞게 사용자가 바꿀 수 있다는 것. 뒤꿈치의 IPS 팟(Pod)을 줌 에어/ 에어 솔 두 가지 타입으로 골라 사용할 수 있어 취향과 체형에 맞춰 쿠셔닝을 조절할 수 있었다.
‘에어조던 21’은 농구화 보다 사실 CF가 더 큰 유명세를 탔다. 조던이 만들어냈던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그대로 재현했던 ‘에어조던 21 CF’는 역대 에어조던 광고 중 최고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전투기를 신는다. '에어조던 22' (2007)
‘에어조던 22’는 디자이너 드웨인 에드워즈(D'Wayne Edwards)가 미국 전투기 F-22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했다.
▲ 전투기의 느낌이 묻어나는 '에어조던 22'
힐 카운터는 위장 카모패턴을 사용하였으며, 지그재그로 이뤄진 스티치와 전투기의 덕트를 흉내 낸 옆 부분의 플라스틱 장식품 등 여러모로 전투기의 느낌을 표현했다.
쿠셔닝 시스템은 이전 모델인 ‘에어조던 21’에서 조금 더 발전시켜 뒤꿈치의 교체형 팟을 이중 줌 에어/ 캡슐형 에어솔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중창에 들어가는 섕크는 TPU소재에 티타늄을 코팅해 첨단의 전투기 느낌을 더욱 부각시켜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마지막 농구화, '에어조던 23' (2008)
‘에어조던 시리즈가 여기서 끝날 것 인가. 아니면 계속될 것 인가’. ‘에어조던 23’이 발매되는 순간 많은 이들은 이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만약 마지막이라면 더욱 소장가치가 높아질 테니까.
결론적으로 ‘에어조던 23’은 그의 백넘버 23번처럼 그의 마지막 시그니처 농구화가 됐다. 이런 기념비적인 요소 때문인지 전체적인 디자인은 매우 화려했으며, 여기저기 정성을 쏟아부은 흔적이 보이는 농구화였다.
▲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조던 때문인지, 그의 마지막 농구화 '에어조던 23'은 화려한 디자인이 일품이다.
당시 환경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던 만큼 나이키는 컨시더드 에쏘드(Considerd ethos)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었고 ‘에어조던 23’ 역시 친환경적 기법을 통해 만들었다. (조던은 환경도 사랑한다는 의미(?))
‘에어조던 23’은 조던의 스토리가 닮긴 자수문양의 어퍼, 마이클 조던의 지문이 새겨진 아웃솔 등 그의 마지막 농구화란 의미가 강하게 내포된 농구화였다. 기능적으로는 어퍼 양 옆까지 넓게 잡아주는 TPU소재와 대용량 카본 플레이트가 혼용되어 강력한 안정성과 지지력을 보여줬다. 또한 전장 줌 에어 + IPS 라는 쿠셔닝에 관한 나이키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마지막 에어조던 시리즈에 걸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에어조던 23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에어조던 시리즈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조던의 이름 뒤에 해당 년도를 붙인 ‘에어조던 2012’ 와 같은 모델이 나왔을 뿐.
조던의 화려한 플레이와 그의 농구화. 아직도 수 많은 이들에 그리움의 대상일 것이다. 이들이 이토록 조던과 에어조던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는 어쩌면 어린 시절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아련한 추억 때문은 아닐까?
글/주태환
편집/선우윤 기자 sunwo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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