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방송용 모니터, HD Encoder & ATSC Modulator, 그리고 DVR(Digital Video Recorder) 등을 개발하던 티브이로직(TVLogic)은 오렌더(Aurender)라는 새로운 하이파이 브랜드를 런칭 후, 본격 하이파이 전용 뮤직 서버 겸 플레이어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킴은 물론, 현재는 전 세계에서 확고한 선두주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티브이로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사가 갖고 있는 기술력과 창의력을 발전시키고 융합해가며 개발 범주를 확장시키는 등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거치하는 가정용 기기에서 벗어나 일명 ‘헤드파이’ 제품으로 휴대가 가능한 고성능 DAC 겸 헤드폰 앰프인 V1000의 프로토타입을 몇 차례 공개하면서 커다란 이슈를 낳았고, 오렌더 제품들을 개발하며 축적된 하이파이 노하우와 자사의 영상 기술, 창의력, 그리고 철저한 시장 조사가 더해져 완성된 캐스트파이7(Cast-Fi7)이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공개되었다.
일절의 복선이나 예고도 없이 조용히 개발을 끝마친 후 지난 8월 2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63컨밴션센터에서 개최된 공식 신제품 발표회에서 첫 선을 보인 캐스트파이7은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제품 분류이다. 어떤 기능의 제품인지는 모델명에서 그 단서를 잡을 수 있는데, 앞의 ‘캐스트’는 최근 미국에서 천만여 개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며 큰 유행을 했던 구글사의 역작 크롬캐스트(Chormecast)를 의미한다.
크롬캐스트는 TV의 HDMI 포트에 연결 후, 모바일 앱으로 간단히 설정하여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에서 좋아하는 온라인 프로그램,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TV로 전송할 수 있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미디어스트리밍 기기이다.
크롬캐스트가 미국에서 이토록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별도의 셋탑박스 없이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호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반 가정용 TV를 인터넷 TV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환 어플리케이션은 영화, 드라마, 스포츠, 예능, 음악, 라디오, 쇼핑, 뉴스 등 그 카테고리가 매우 다양하며, 그 숫자 또한 셀 수 없이 많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내 또한 음원의 실시간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를 지원하는 벅스(Bugs),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을 실시간으로 방영하고 다시 보기, 하이라이트 클립 등을 제공하는 티빙(TVing), 영화, 미드, 애니, 키즈 등 다양한 VOD 콘텐츠를 제공하는 호핀(Hoppin)등이 호환 어플리케이션으로 등록되는 등 호환 어플리케이션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다음으로 ‘파이’는 피델리티(Fidelity)의 준말이다. 피델리티는 사전적 정의상 ‘충실도’ 정도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하이파이’가 ‘고성능 음악 재생 장치’의 의미로 사용되면서 현재는 음향 재생 장치를 통틀어 지칭하는 표현이 되었다. 가령 헤드파이(Head-Fi), 피시파이(PC-Fi)등의 신조어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티브이로직은 이를 캐스트와 결합시키며 크롬캐스트로 미디어데이터를 전송받아 스트리밍으로 재생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음향 재생 장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오렌더의 제품들을 개발하며 쌓아온 음향 기술과 노하우가 크게 작용했는데, 면면을 살펴보면 음질에 많은 신경을 썼음을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우선 제품 프레임 전체를 동급 스피커 최초로 압출 후 절삭 가공한 두껍고 견고한 알루미늄으로 구성해 공진을 최소화하고 깔끔하고 단단한 사운드를 꾀했다. 음악 신호는 소스로부터 스피커 출력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풀 디지털로 이루어지는데, 앰프는 최대 30W까지 출력할 수 있는 디지털 직출력 오디오 앰프를 탑재했고, 안정적인 구동을 위해 8Ω 기준 24W로 출력을 제한했다. 유닛은 1인치 트위터와 3인치 우퍼로 구성되어 있는데, 50Hz-20kHz로 유닛 사이즈 대비 상당히 넓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자사에서 ‘팀파나 사운드 디자인(Tympana Sound Design)’ 이라고 일컫는 자사의 하이파이 엔지니어들과 외부의 오디오 전문가들이 참가한 음질 튜닝으로 고품격 사운드를 이룩했다고 한다.
하지만 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Bluetooth)가 음성만 전송했던 것과는 달리, 영상까지 동시에 전송하는 크롬캐스트의 기능을 완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액정창이 필요하다. 이에 티브이로직은 본기에 액정창을 장착했는데, 모델명의 ‘7’은 액정창의 인치수를 의미한다. 액정창을 살펴보면 방송용 모니터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티브이로직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우선 디스플레이는 삼성의 PLS LCD를 채택했는데, 기존의 IPS와 같이 178도의 우수한 광시야각 특성은 동일하나 기존 IPS 대비 투과율이 높아 색재현률이 높은 것은 물론, 같은 백라이트로 보다 밝은 화면을 만들 수 있어 소비전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 패널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급 프리미엄 모니터에만 사용되었다가 최근 들어 일반 모니터에도 적용되기 시작하며 각광받고 있는 디스플레이이다. 뿐만 아니라 패널의 밝기는 5단계로 조정이 가능하고 음성만 듣고 싶을 경우 꺼놓을 수도 있는데,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리하자면, 캐스트파이7은 크롬캐스트를 꽂아 다양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화질, 고음질로 실시간 재생할 수 있는 기기이다. 구글 크롬캐스트는 본기를 구입하면 기본 구성 물품으로 동봉되어 있고 그와의 연동이 핵심적 기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캐스트파이7이 그에 예속되는 것은 아니다. HDMI 단자를 통해 크롬캐스트 외에도 DVD 플레이어, dvix 플레이어, 블루레이 플레이어, 노트북 등과 연결해 스피커로 쓰거나 TV의 사운드바로도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활용성을 제공한다.
그럼 이렇게 기발하고 재미있는 모델이 어떤 경위로 탄생하게 되었을까? 8월 25일에 있었던 신제품 발표회의 리포트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63컨밴션센터에서 개최된 공식 신제품 발표회장의 입구이다. 데스크에는 제품 브로셔와 방명록이 놓여있었는데, 규모와 분위기에서 티브이로직이 캐스트파이7에 기대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발표회장에 입장하자 가장 먼저 좌측에 비치된 하이파이 세트가 눈에 띈다. 바로 X725 인티앰프 겸 DAC와 X100 뮤직서버 겸 플레이어 조합인 X-Pac이다. 매칭 스피커는 오렌더에서 테스트 목적으로 자체 개발한 것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음색과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었는데, 현재로서는 발매 계획이 없다는 관계자의 말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다.
우측에는 당일의 주인공 캐스트파이7 세 대가 블루레이 플레이어, 태블릿 등과 매칭되어 있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셋팅되어 있었는데, 사람이 없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이윽고 이경국 대표의 환영사로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이경국 대표는 “최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것이 큰 흐름이 됐고 사람들은 더 이상 CD를 듣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오디오 부분만 정체되어 있었다”며 “이에 티브이로직은 오렌더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하이파이 관련 오디오 시장을 선도하려 하고, 티브이로직의 영상 기술과 오렌더의 음성 기술을 결합해 완성한 캐스트파이7은 미국에서 천만여 개가 판매된 크롬캐스트를 사용해 블루투스보다 나은 음질과 스트리밍이라는 편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기”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구체적 개발 계기 및 목표 의식에 대해 이혁 이사가 발언을 이어갔다. 이혁 이사는 “지난해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에 참가 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전자 제품 판매점에서 운 좋게 5불 할인된 가격인 30달러에 크롬캐스트를 구매했는데, 이를 음악 청취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미 유투브에 고품질의 음원이 영상 형태로 많이 등록되어 있고 이를 통해 음악을 듣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퍼져 있을 뿐 아니라, 디빅스 사용자 중 음악을 들을 때마다 대형화된 TV를 켜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캐스트파이7이 대중적인 컨슈머 제품으로 이런 요구와 수요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뒤이어 마케팅팀 신수근 부장의 제품 소개 및 시연이 이어졌다. 첫 영상은 가수 에일 리가 부른 ‘윤복희 - 여러분’을 유투브를 통해 재생한 것이었는데, 불과 18×22.5×14cm(WHD)의 사이즈, 1인치 트위터와 3인치 우퍼에서 재생되는 것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당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행사장의 크기가 90평이었던 만큼 장소를 가득 매울 수는 없었지만 토널 밸런스가 고르고 적절한 밀도감을 지닌 음이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선명하고 명료하면서 탄탄하게 흘러나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곡들과 효과음이 난무하는 영상들이 시연되었고 그 때마다 행사 참석자들의 표정에 “저 작은 기기 혼자 내는 소리가 맞는지 갸우뚱거리는 듯 놀라움이 내비쳤다.
마지막은 문답 시간이었다. 필자가 “충분히 블루투스 기능을 넣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능을 넣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이경국 대표는 “캐스트파이7은 음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며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기에 블루투스는 대역폭의 한계로 역부족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어떤 타입의 소비자가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는 이혁 이사가 “사운드바, PC스피커 등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무척 넓어 답하기 어렵지만 부엌에서 라디오나 태블릿으로 방송을 틀어놓고 가사일을 하는 주부들에게 가장 반가운 제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향후 계획과 예상하는 판매량에 대해서 또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기 때문에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 크롬캐스트가 이미 천만여 대 이상 판매되었고, 크롬캐스트 자체도 블루투스를 대체할 포맷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 큰 기대를 하고 있고 판매량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제품의 사이즈나 스펙 등을 조정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캐스트파이7의 신제품 발표회는 이렇게 끝마쳤다. 활용도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크롬캐스트와의 연동이 핵심적 기능인 바, 크롬캐스트 지원 서비스의 수와 포맷의 발전에 따라 운명이 좌 지우될 수 있다는 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정확히 짚어내는 안목과, 그 안목을 믿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개발에 착수한 과감함, 그리고 음질과 화질 모두를 만족시키는 뛰어난 완성도의 제품을 만들어낸 이들의 기술력은 찬사 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도전정신이야말로 티브이로직을 동기화시키는 것이자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본 리포트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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