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국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중간에 이세돌 9단이 이길수도 있었다는 해설자 얘기가 있었다. 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기보다는 자기 스타일대로 뒀다는 유창혁 9단의 말도 나왔다. 이걸 종합해보면 이 9단이 알파고를 또 시험해본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경기 결과에 아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일단은 계속 이겨서 알파고의 약점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그러나 이번 대국을 계기로 대중들이 인공지능이 얼마나 현실에 다가와 있는지 알게 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공지능이 곧 소프트웨어고, 소프트웨어는 또 인공지능이라는 수식이 만들어졌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때 지능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시작이 아이디어일 뿐이라도,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계속해서 개선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 소프트웨어 환경이 좋지 않다. 인공지능이라는 부분적인 키워드보다는 좀 더 크게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꾸려가야 한다. 정부에서 한국형 알파고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과제다. 그러나 ‘알파고’는 더욱 발전하면서 앞서 나갈 것이다. 남이 한 걸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여러 가능성에 씨를 뿌려놓고 알파고보다 나은 수확을 거두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국에서 알파고가 버그를 냈다는 말들이 있었다.
이세돌 9단이 일반인의 용어로 표현을 한 것이다. 실질적으론 버그가 아니다. 알파고가 버그를 낸다면 바둑판 바깥에 돌을 둔다든지, 바둑돌 색깔을 빨간색이나 다른 색으로 둬야 한다. ‘실수’라고 보이는 수들은 알파고의 소프트웨어 품질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이 이렇게 대국을 마련한 이유도 알파고의 약점이 무엇인지 찾아서 혁신을 하기 위해서였다.
-딥러닝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봐도 될까.
지금 알파고는 사실 제품으로 따지자면 실험실용 제품이다. 개발자들이 바둑계를 평정하겠다고 만든 건 아니다. 의사결정 잘하는 시스템을 시험해보기 위한 방편으로 바둑을 선택한 것이다. 알파고는 일종의 벤치마크 테스트(성능시험)라고 생각한다. 딥러닝의 한계가 아니다.
알파고의 한계는 인간의 개입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한다고 인식하지만, 사실은 엔지니어들의 세심한 튜닝과 노력이 들어간다. 사람의 간섭이 필요했다는 게 알파고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동희 기자 dwis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