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연구원(이하 철도연)이 6일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430X)'의 시승 행사를 열었다. '해무'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지난 2007년부터 연구·개발이 시작돼, 작년 말 시운전 시험이 완료된 고속열차다. 최고속도 430km급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시스템을 갖췄으며, 열차 1대를 만드는데 들어간 사업비만 1182억원에 달한다.
이번 '해무' 시승은 대전 KTX역에서 출발해 광명역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우리의 기술력으로 만든 세계에서 4번째 빠른 고속열차였기 때문에 탑승 전 기대감은 상당히 컸다. 오전 10시 20분경 시승에 참석한 20여명의 기자들과 철도연 관계자들이 각자 자리에 착석하자 대전 KTX역에 멈춰있던 묵직한 고속열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행이 시작된 지 약 10분 만에 현재 속도를 가리키는 화면에는 301km가 찍혀 있었다. KTX의 영업 최고속도를 넘어선 것이다. 해무는 설계상으로 시속 430km까지 운행이 가능하며, 지금까지 230여 차례 시험 운행하면서 최고시속 421.4km까지 기록한 바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광명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해무' 현재 운행 속도를 가리키는 화면의 숫자는 260km까지 떨어졌을 뿐, 영업 최고속도인 370km까지도 도달하지 못했다. KTX가 달리는 선로에서 운행을 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앞 열차와의 배차 간격을 고려해, 최고 속도까지 높일 순 없었다는 게 철도연 측의 설명이었다.
정기 운행이 아닌, 시험 운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KTX와는 차별화된 속도를 기대했던 기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KTX 대비 1초당 36m 빠른 속도라는 것은 물론, 시속 421.4km 돌파에 성공했다는 철도연의 설명도 그저 말로만 이해를 해야 했을 뿐, 체감은 불가능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철도연에 따르면 해무는 터키,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도 수입을 계획하고 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고속열차다. 해외에 단 한 번도 고속열차를 수출한 사례가 없는 우리나라 철도 사업에 한 획을 그을 만큼 막중한 임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해무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선로조차 없다는 게 현실이다. 2020년 상용화가 된다 하더라도 실제 운행 시 몇km의 속도까지 올릴 수 있을지 아직 불명확하다. 본국에서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는 고속열차를 그 어느 국가가 신뢰하고 수입할 수 있을까.
11시 10분경 광명역에 내려 '해무'의 운전석 부분으로 향했다. 색깔은 다르지만, 독수리의 부리를 보는 것처럼 날렵함이 돋보였다. 또 그 안에서 더 달리고 싶어 하는 '목마름'도 느낄 수 있었다.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