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차’ 스파크가 결국엔 단종 수순을 밟는다. 경차 혜택은 점차 줄어들고, 친환경차의 인기가 치솟는 바람에 스파크의 단종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스파크 모델의 내수 판매량을 살펴보면, 2015년 5만 8978대에서 2020년 2만 8935대로 급감하였으며 수출 실적 또한 반 이상 급감했다.
한편, 지난번 다마스 단종 소식과 마찬가지로 스파크 역시 단종 소식에 아쉽다는 의견들이 많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GM과 스파크, 오늘은 국내 최장수 경차 모델이자 국민 경차 타이틀을 지닌 스파크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현 스파크의 전신인 마티즈는 대우 ‘티코’의 후속 모델로 98년도에 첫 출시되었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경차 판매량 나날이 증가하여 그 덕에 마티즈 역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3년간 약 1,600억 원의 개발비를 들인 마티즈는 이탈디자인의 루치올라 컨셉카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루치올라 컨셉카는 피아트 500 후속 모델의 디자인으로 공개되었지만 피아트에 입장에서는 컨셉카의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당시 대우에게 디자인을 넘겨 마티즈라는 국민 경차가 탄생한 것이다.
유선형의 디자인과 동글동글한 헤드램프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으며, 특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국내 경차 시장은 마티즈와 함께 먼저 출시되어 판매 중이었던 현대 아토스가 있었다. 이 둘의 치열한 경쟁은 광고에서까지 이어진다.
‘아토스는 4기통, 다른 경차는 3기통’이라는 광고 문구를 통해 현대는 3기통의 마티즈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자사 아토스의 가속성능을 강점으로 삼았다.
반면에 마티즈는 ‘큰 차 비켜라’라는 광고 문구를 달고 안전성과 언덕길에도 힘 좋게 올라가는 장점을 내세워 배기량 대비 큰 차체의 아토스를 저격하는 광고를 내세웠다.
결론은 마티즈의 승이었다. 나아가 국내 경차 시장을 모조리 독차지하며 아토스는 물론 이후 출시된 비스토까지 단종에 이르게 했다.
2년 뒤인 2000년 마티즈2 라는 이름으로 모델 체인지가 이루어졌는데, 사실상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나 마찬가지이다. 종전 디자인에서 보닛 부분과 후면 번호판 위치 정도만 바뀌었다.
파워트레인 역시 기존에 쓰던 엔진과 CVT 혹은 5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었는데, 한동안 CVT 결함으로 시끄러웠던 논란의 시작이다.
기존 3단 자동변속기를 버리고 CVT 도입으로 수동변속기 보다 편하고 자동변속기보다 효율이 좋은 장점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CVT 변속기에 대한 내구성 논란과 심지어 그로 인해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서 CVT의 전반적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사실 CVT 변속기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도 당시 대우에서 엔진과 맞지 않는 변속기를 무리하게 채택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후 완전한 풀체인지 모델인 올 뉴 마티즈가 탄생한다. 기존 둥글둥글한 이미지에서 조금은 스포티하고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이 엿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차=마티즈’라는 공식처럼 여겨졌지만 2008년 경차 규격이 800cc 미만에서 1,000cc로 완화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 기아 모닝이 경차 혜택에 힘입어 전세가 역전되고 만다. 실제로 경차 혜택이 완화되기 전, 마티즈는 모닝 대비 65.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지만 경차 기준이 완화된 이후 마티즈의 비중은 37.3%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모닝은 전체 경차 시장에 60%를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여 경차 시장을 점령하게 된다.
이에 질세라 마티즈도 새로운 경차 기준에 맞춰 배기량을 키우고 차체 사이즈도 키워,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라는 새로운 차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초고장력 강판 확대와 각종 안전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대중들에게 ‘안전한 경차’로 각인시켰다. 실제로 타사 경쟁 모델인 기아 모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2011년 초, GM대우에서 쉐보레로 브랜드가 변경되면서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아닌 쉐보레 스파크로 변경되었다.
자료사진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불거진 한국GM 철수설로 인해 쉐보레 판매량은 전체적으로 급감하게 된다. 한국GM은 이미 2014년도부터 적자전환을 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는데, 군산공장 폐쇄와 잦은 노사문제로 나름은 꾸준히 팔리던 스파크마저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8년 5월 한국GM은 국내 정상화를 위해 자사 효자 모델인 스파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여 도약을 꿈꿨다. 뛰어난 상품성과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가격 정책도 수정하며 정상화를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언제 철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각종 상품 구성이 뛰어난 모닝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여 스파크 단종설은 슬그머니 들어가는 듯했으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경차 혜택 축소와 친환경차 확장으로 인해 별다른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여 판매량은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머물렀다.
지난해, 2019년 대비 내수와 수출 모두 실적이 급감했으며, 내수의 경우에는 올해 상반기까지 만여 대를 간신히 넘으며 경쟁 모델인 모닝에 절반 수준의 실적을 냈다.
그간 떠돌았던 단종설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29일 업계에 따르면, 22년 10월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던 경차 스파크의 생산을 중단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부평 2공장에서 생산하는 말리부, 트랙스까지 단종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한국GM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소형 SUV인 트레일 블레이저 한 종만 남게 되는 것이다.
대우에서 쉐보레까지 근 24년간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파크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몇 해 전부터 단종설이 도는 와중에도 국내 경차 시장에서 경제적이고 안전한 모델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지니고 있었기에 여러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신차 없는 제자리걸음 수준의 르노, 혼수상태에 빠진 쌍용, 단 한 대의 차종만 남겨진 쉐보레. 그래도 한때 국내 현대기아차에 대항마로 불리던 르쌍쉐지만, 올해 상반기 판매량만 봐도 수입차 벤비아가 르쌍쉐보다 더 많이 팔렸다. 그 비싼 수입차보다 안팔린 것이다.
하지만 쉐보레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스파크를 단종시키고 그 자리에 새로운 CUV를 채울 것으로 예고했으며, 2023년 내로 신차 2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과연 한국GM 쉐보레의 금빛 엠블럼이 다시 빛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