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용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동양에서도 문화권에 따라 용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묘사됐다. 예컨대 황하 문명에서는 악어를 닮은 모습으로, 내몽골의 초원 지역에서는 말을 닮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식이다. 당장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 진나라 시대의 유물에 그려진 용을 보면 지금의 용과 비슷하면서도 다리가 길쭉길쭉해서 현실의 도마뱀에 더 가까운 모습이며, 동양식 용의 기원인 상나라와 주나라의 영룡은 오늘날 알려진 용과 달리 날개를 갖고 있다. 고구려 유적인 강서대묘에도 날개가 달리고 도마뱀을 닮은 청룡이 그려져 있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용이 실제 존재한 동물이나 화석에서 영감을 얻어 창조된 동물이 아닐까, 추측하곤 한다. 스탠퍼드대의 역사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에이드리엔 메이어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신화 속 용의 모습은 고대 사람들이 공룡이나 신생대 초기 거대 포유류의 화석을 보고 상상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폴란드에 있는 바벨 대성당에는 전설 속 용의 뼈로 알려진 거대한 뼛조각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신생대 플라이스토세에 살았던 거대 포유류의 화석이었다. 중국에서도 쓰촨성에서 용의 뼈를 발굴했다는 기원전 300년경의 기록이 남아있는데, 이 역시 화석을 보고 용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글: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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