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연구, 더는 혼자 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하나의 연구실, 단일 국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더 많은 집단이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대표적 사례다. 전 세계 과학·의학 연구팀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연구 결과를 공유하면서, 첫 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한 달 만에 전 세계 모든 연구자가 신종 바이러스의 유전체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년 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례에서 분석 결과 공유가 5개월간 지연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과학자들 스스로가 연구실, 국가라는 경계를 허물고 모두를 위한 지식을 내놓은 덕에 코로나19 백신은 유례없는 속도로 개발될 수 있었다.

오픈 사이언스 권고안을 마련한 유네스코는 이러한 공유 정신을 현실화하기 위해 여러 국가기관과 MOU를 맺으며 개방형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과학 및 교육 분야에서 오픈 사이언스 시스템을 마련해, 연구자와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 과학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4년 이래 EU의 지원을 받는 R&D 연구 결과물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데이터 관리 계획을 필수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 연구소 등에서 쌓은 과학 지식이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생산되므로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완전히 공개·개방된 과학 지식들은 약간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과거 OECD의 제안이 폐쇄적인 과학 연구의 관행을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공동 연구가 보편화된 지금의 오픈 사이언스는 타국과 과학 지식을 교류하면서 어떻게 자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도 진행 중이다. 가령 미국은 공공 지식의 접근성을 높이고 민간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한편,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며 데이터 공유에 따른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새롭게 논의하고 있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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