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이 경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배터리 자원은 역내에 묶어두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특히 오는 9월 9~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쇼'는 한국 기업들이 EU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적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와 자원 수성, EU의 이중 전략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26일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 법안'을 발표했다. 미국·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EU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엄격했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과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 등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시행 시기도 연기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3월 5일, EU는 정반대 성격의 결정을 내렸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쇄해 얻은 중간가공품인 ‘블랙매스(Black mass)’를 유해폐기물로 지정한 것이다. 이로써 블랙매스의 역외 수출이 제한되고,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 광물은 EU 내에서 순환되도록 규제의 틀이 짜였다.
EU의 이 같은 행보는 경쟁력과 자원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반 산업 규제는 완화하되, 전략 자원은 역내에 묶어두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 기업들, EU 현지화로 대응 가속
이러한 EU의 규제 변화에 한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는 최근 BMW그룹과 유럽지역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미 운영 중인 재활용 공장에서 연간 전기차 4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처리하고, 최대 1만톤의 블랙매스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성일하이텍은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헝가리, 독일, 프랑스 등에 최대 3개의 후처리 공장 '하이드로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헝가리에는 이미 전처리 공장인 리사이클링센터를 갖추고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포스코홀딩스는 한발 앞서 2022년 폴란드 브젝돌니시에 연산 7천 톤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다. 성일하이텍과 협업해 운영 중인 이 시설은 EU의 블랙매스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IAA 뮌헨 모빌리티 쇼,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의 장
시장조사기관 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블랙매스 재활용 시장은 2022년 10억1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7.46% 성장해 2033년에는 148억3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폐기물이 2030년 약 130만 톤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IAA 모빌리티 쇼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BYD 등 완성차 업체와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세션이 마련된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에 따르면 이 세션에서는 배터리 소재 재활용 및 자원 순환에 관한 최신 기술과 정책 동향이 공유될 예정이다. 배터리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IAA 모빌리티 쇼는 한국 기업들이 EU의 블랙매스 규제 환경에서 협력 파트너를 찾는 중요한 기회"라며 "완성차 업체들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SK테스-BMW 사례처럼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18개월 내 본격 시행될 EU의 블랙매스 규제 강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옴니버스 패키지 법안의 혜택을 활용하면서 배터리 재활용 현지화 전략을 고도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유럽 배터리 순환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AA 모빌리티 쇼는 그 중요한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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