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세상은 바뀌고 있을까? 처해있는 상황, 또는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같은 지역에서도 온도차 극과 극이다. 주도하는 국가가 다르지만 분명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정리하는 이론들이 넘쳐나지만 그것이 일치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2022년 말 챗 GPT 등장 이후 인공 지능이 최대의 화두로 부상했고 지금은 누구나 그 미래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SDV, 즉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ADV, AI 정의 자동차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것을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지금의 AI는 그 발전이 특이점을 지났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자율주행이 금방 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하드코딩해서 그것을 따라 기동하는 머신 러닝이 아니라 AI 가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실행하는 시대로 발전했다는 1년 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관계 설정 등에 관해 글을 썼었다. 그를 바탕으로 최근의 몇 가지 변화를 짚어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자동차산업은 등장하는 뉴스와는 달리 변화의 속도가 느려 보인다. 레거시 자동차산업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전기차는 이미 20세기 말에 수소 연료전지차와 함께 가야 할 미래였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과 테슬라의 등장이 기폭제가 되어 속도가 빨라졌다. 테슬라는 통합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을 이슈화하며 단번에 이슈를 장악했다. 더불어 생산 기술 혁신도 동원했다.
지금 자동차산업의 화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그리고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다. 물론 더 큰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저감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7년에는 하드웨어 자동차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싸움이라는 칼럼을 썼었다. 2024년 2월에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라를 글을 썼었다. 그 사이 기술적으로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스마트폰으로 디지털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드라마틱하게 체험되지는 않는 것 같다.
2017년 칼럼에서 하드웨어로 흥했던 IBM이 윈도우 95를 내놓은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과 같은 상황이 자동차산업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2017년의 예상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다고 썼었다.
지금은 그 변화의 정점에 있는 것 같다. 테슬라가 주도하고 볼보가 뒤를 잇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부상하면서 14억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중국이 더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레거시 자동차산업에서는 지위 변화가 커졌다. 보쉬를 필두로 콘티넨탈과 ZF, 덴소, 델파이 등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그동안 Tier1의 입지에서 Tier2와 Tier3의 하위 부품업체들을 장악해 완성차업체들에게 모듈과 시스템을 납품하며 세를 키워 왔다. 이들은 전 세계 완성차공장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공급을 위한 생산 시설을 설립해 숫자로 압도해 왔다.
1년 전 그런 기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썼었는데 지금은 이들의 존재감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주로 미국의 빅테크기업들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지금은 바이두와 화웨이, 샤오펑, 하오모, 썬더볼트, 호라이즌 로보틱스 등 중국 기술기업들이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정치참여로 테슬라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더 약해져 보인다.
여기에서 2018년에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쓴 미래의 단서라는 책에 나온 ‘시장이 곧 기술’이라는 말이 떠 오른다. 이는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표현과 같은 말이다.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과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를 구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내놓은 것이 얼마 전인데 지금은 BYD나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이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기술을 놀라운 속도로 쏟아내고 있다. 그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 비친다.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자동차산업 장악에 나섰고 지금은 그들과 협업을 하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게 됐다. 배터리 내재화는 당연시되는 분위기이지만 반도체는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만 보인다.
미국 업체들 중에서는 인텔의 자율주행 솔루션 인텔GO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차용 슈퍼컴퓨터 ‘드라이브(DRIVE™) PX 2’, 퀄컴의 스냅드래곤 드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볼보는 ‘드라이브 미(Drive Me)’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슈퍼컴퓨터 ‘드라이브(DRIVE™) PX 2’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었다. 2017CES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위해 선보인 기술 인공지능 Co-파일럿 시스템을 공개했다.
당시에 이미 카메라와 마이크 등을 통해 차량과 차량 외부의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차량이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소리 또는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의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시선과 머리의 움직임, 심지어 입술의 모양을 통해 어떤 말을 하는지 판단하고 차량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의 상황변화에도 대처하게 된다.
자동차 제조를 중심으로 하는 주도권이 완성차회사나 전통 부품회사가 아니라 인공 지능과 반도체 업체로 바뀌기 시작한 것을 넘어 주도권이 역전됐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뉴스가 그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퀄컴도 BMW와 협력하면서 모빌아이를 제치고 급부상했다. 스냅드래곤라이드의 발전형 플랫폼을 작년 가을 공개했다. 2020년 랜드로버 디펜더에 가장 먼저 채용됐었다. 지금은 레벨2+수준의 주행 보조부터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5까지 지원하는 모듈형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스냅드래곤은 연산 속도와 에너지 효율에서 파격적이다. 5년 전 디펜더에서 최대 700TOPS의 엄청난 고성능을 130W의 저 전력으로 이루었다.
자동차 부문에서 E/E 아키텍처의 하드웨어 기술을 주도해 온 것은 테슬라다. 레거시 자동차업체들이 2025년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2014년 HW1.0이라는 이름으로 1세대 전자 플랫폼을 선보인 이후 2016년 HW2.0, 2019년에는 HW3.0을 모델 3에 도입했고 지금은 HW4.0까지 발전해 있다.
테슬라는 HW 3.0에서 모델3에 30~70개의 ECU대신 통합 ECU를 포함해 3개의 ECU로 해결했다. 분산형 ECU와 제어영역형 ECU를 건너뛰고 중앙집중형으로 바로 진화했다. 더 놀라운 것은 통합 ECU의 연산처리능력이 144TOPS(매초 144조회)로 높고 소비 전력도 72W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고성능 컴퓨터라고 한다. 테슬라는 그 통합 ECU를 자체 개발해 TSMC에 위탁 생산한다. 엔비디아나 퀄컴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센서인 카메라를 당초 모빌아이의 EYEQ3 대신 자체 개발한 고성능 AI칩인 SoC(System on Chip)를 통합 ECU에 채용했다. 트라이캠을 포함해 9개의 카메라를 탑재해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감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현재의 레벨2에서 레벨4로 일약 도약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작년 말 올 초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에서 120km/h가 넘는 강풍에서 레벨 2+ ADAS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뉴럴넷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엔드 투 엔드가 화두다.

테슬라가 모빌아이의 EYEQ3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소프트웨어 디커플링을 선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모빌리티 생태계의 구성 요소를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축하겠다는 ‘Software-defined everything’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 등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그만큼 자동차회사들은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부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둘을 분리하면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기능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개발 및 재사용을 가속할 수 있으며, 판매 후 차량 업데이트, 사용자 및 목적지별 사용자 정의, 차량 전체의 제어를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X in 1로 표현되는 부품 통합도 마찬가지이다. 저비용, 소형화 등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은 하드웨어만 구매하려는 것이 추세라는 것이다. 파워 일렉트로닉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의 유니버설 휠과 모비스의 e코너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보쉬와 콘티넨탈, 발레오 등 세계적은 메가 서플라이어들은 이미 분리해서 판매한다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했다. ZF는 그 중간 단계인 티어 0.5를 표방하고 있다. BYD는 14 in 1 전기 액슬까지 공개했다.
더불어 SDV 및 AD 전환에서는 메인 컨트롤러가 제어해야 할 영역이 더욱 확장된다. ECU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메인 컨트롤러에 필요한 처리 능력이 매우 높다. 컨트롤러의 처리 능력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처리 내용에 따라 컨트롤러의 용량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업체가 소프트웨어를 제어하면 자원 분배를 최적화하기가 더 쉬워지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ECU의 통합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정 및 업데이트 등의 복잡성을 줄이고 제어의 응답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제어 소프트웨어가 여러 ECU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 한 ECU의 소프트웨어 변경은 관련 ECU의 소프트웨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CU의 통합은 이러한 효과를 중앙에서 더 쉽게 관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통합 ECU는 다양한 액추에이터 및 센서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 제어의 부가가치를 쉽게 높일 수 있다. 당연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소프트웨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동기도 강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BMW는 제어 반응성을 개선하기 위해 파워트레인과 차량 역학 제어를 통합할 수 있는 "Heart of Joy"라는 고성능 컨트롤러를 개발해 올 해 출시가 예고된 전기차 노이어 클라쎄에 채용한다. 이전에 BUS로 연결되었던 여러 ECU를 고성능 컨트롤러로 대체하는 것이다. 다양한 ECU의 기능을 동일한 소프트웨어 요소 그룹에 포함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제어의 응답성을 많이 증가시킬 수 있다. ECU의 통합으로 응답성이 향상된다면 통합제어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자동차회사들이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의 구현을 위해서는 자동차용 반도체와 전자제어장치(ECU)가 중요한 요소다. 이 장비가 적절치 못하면 원하는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금은 하드 업데이트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는 자동차 ECU 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전기/전자(E/E) 아키텍처에서 테슬라와 볼보는 특정 조건과 일부 모델에서 차량 내 SoC와 ECU를 무료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2019년에는 ADAS 및 콕핏 시스템을 처리하는 통합 ECU인 AI3/HW3.0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구형 ECU가 장착된 기존 차량도 AI3로 무료로 교체할 수 있다. 테슬라는 AI3가 장착된 기존 차량에 최신 세대 통합 ECU AI4/HW4.0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회사의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 FSD 를 구입 한 사용자가 대상이다.
테슬라는 2025년 말까지 미국 일부 주에서 운전자 감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시스템인 무감독 FSD를 주력 모델3 및 모델Y 전기차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FSD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3는 무감독 FSD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어 무료로 AI4로 교환해 주기로 했다.
컴퓨팅 성능 부족 때문이다. 자율 주행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위한 SoC의 컴퓨팅 성능에는 AI3와 AI4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AI3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두 개의 SoC를 탑재하고 있으며, 총 컴퓨팅 용량은 144TOPS(초당 144조 회)다. AI4에도 2개의 내장 SoC가 있지만 컴퓨팅 파워는 AI3의 5배인 720TOPS에 달한다.
볼보는 2024년 9월부터 인도를 시작한 플래그십 전기차 EX90에 대한 ADAS SoC의 무료 교체를 제공할 예정이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을 갖춘 새로운 SoC를 설치하고 최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볼보는 전기 세단 ES90도 공개했다. 2026년형 EX90 모델에는 ES90과 동일한 ADAS SoC가 탑재될 예정이다. 기존 EX90의 ADAS SoC는 ES90과 동일한 것으로 무상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EX90에는 엔비디아 SoC 1개와 ADAS용 SoC 드라이브 오린, 그리고 1개의 드라이 자비어가 탑재되어 있었다. 드라이브 오린은 254TOPS, 자비어가 32TOPS로 합계 286TOPS다.
이에 비해 ES90 및 EX90의 2026년 모델에는 컴퓨팅 용량이 508TOPS인 두 개의 드라이브 오린이 장착된다. EX90에서 드라이브 자비어는 드라이브 오린으로 대체된다. ADAS SoC의 구성은 ES90 및 기타 모델과 동일하게 되어 컴퓨팅 파워를 높인다
중국의 샤오펑도 유료이긴 하지만 기존 차량의 SoC를 대체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ADAS는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오린이 장착된 차량에 다른 SoC를 추가하려는 사용자를 찾고 있다. 필요한 비용은 1만 9,999위안이라고 한다.
샤오펑은 SoC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일반 도로에서 레벨 2+ 자율 주행에 해당하는 NOA(Navigate on Autopilot) 및 OTA를 통해 ADAS의 지속적인 진화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콕핏 시스템의 경우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A SoC를 고성능 스냅드래곤 8295 SoC로 교체할 수 있다. 앞으로 SDV의 도입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하는 개발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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