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자동차가 이전 CEO였던 하칸 사무엘손을 다시 복귀시켰다. 볼보는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노련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달 74세가 된 사무엘손은 2022년까지 10년간 볼보 CEO로 재직한 바 있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볼보는 사상 최대의 판매량, 수익,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 로완 체제 3년 동안 볼보 주가는 66% 하락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며 고전한 탓이다.
사무엘손은 이번 주 월요일부터 2년 임기의 CEO를 시작하며, 일요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자동차 산업이 다방면의 압박을 받고 있는 지금,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돌아오게 되어 영광이다”고 밝혔다.

짐 로완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최근 그가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수익성 저하를 경고한 직후 발생했다. 그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현 시대의 자동차 산업은 역사상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볼보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런 시기에는 한 번의 실수가 브랜드에 치명타를 주기 마련이다. 볼보는 안전한 카드를 선택해야 했고, 그것이 CEO 교체로 이어졌다.
미국이 4월 2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부과할 예정인 25% 관세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뿐만 아니라 볼보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볼보는 미국 판매의 많은 부분을 유럽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보는 관세 수준에 따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의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현지 생산차량조차도 미국 외 부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중국산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정부 규제도 있어 볼보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높이려는 움직임에 대응해, 볼보는 소형 전기차 EX30 모델을 올해부터 중국뿐 아니라 벨기에 헨트 공장에서도 생산할 예정이다.

지리 창업자이자 볼보자동차 이사회 의장인 에릭 리는 사무엘손의 “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입증된 리더십”을 재선임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산업이 더욱 복잡한 단계로 진입하는 현시점에서, 사무엘손의 경험과 안정감 있는 리더십이야말로 볼보자동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는 비용 절감이 필수인 만큼 사무엘손이 중국 자본과의 시너지를 통해 더욱 경쟁력 있는 공급망 확보 등 추가 이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사무엘손이 볼보의 2021년 스톡홀름 IPO를 이끌었지만, 당시부터 지리는 볼보의 기업가치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전했다. 사무엘손은 직원들과 딜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점이 복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볼보는 지난해 말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또한 EU가 탄소 배출 목표 규제를 완화하면서, 볼보가 이전에 후발 업체에 탄소 배출권을 판매해 얻던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 기조가 다시 부상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앞다퉈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4월 2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시장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러한 보호무역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총 21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를 단행했다. 조지아주에는 전기차 및 배터리 통합 공장을 건설 중이며,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이미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세 회피와 시장 방어를 위한 지역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제조사들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며, 일부 브랜드는 멕시코 생산 비중을 높여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계 기업들도 북미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신규 공장 설립을 타진 중이다.
트럼프 시대의 무역 불확실성이 재부상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단순한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생산과 공급망의 ‘지역화(Localization)’를 핵심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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