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수입차 25% 관세가 마침내 발효됐다. 현지시간 2025년 4월 4일, 미국 자동차 산업은 말 그대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와 함께 혼란의 문이 열었다. 그러나 그가 말한 ‘해방’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으로부터의 속박’이 아니라 ‘고통의 시작’에 가깝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이번 관세는 이미 불안정한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에 또 하나의 압력을 더했다. 자동차 한 대는 평균 3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조차 40~50%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한다. 완전한 미국산 차량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얘기하는 100% 미국산 자동차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관세정책은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재앙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인해 차량 가격이 대당 5,000~10,000달러 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일부 경제연구소에서는 그 이상의 피해를 경고하고 있다. 안데르센 이코노믹 그룹은 특정 모델의 제조원가가 4,000달러에서 최대 1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와 같은 신차종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의 타격은 중저가 시장에서 더욱 심각하다. 2024년 기준,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13%가 3만 달러 이하였지만, 이 중 상당수는 한국, 일본, 멕시코에서 수입된 모델이다. 현대차, 기아, 쉐보레, 닛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모델 상당수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만큼, 25% 관세는 직접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부담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평균 신차 가격은 48,000달러를 넘고 있으며, 7년 이상의 장기 대출이 일상화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차량의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관세 정책은 기름을 부은 격이다.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차량 구매는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일부 제조사들은 대응에 나섰다. 포드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머스탱 마하-E와 매버릭 등에 대한 임직원 할인 혜택을 모든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미국 현지에 21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대응책으로는 관세가 불러올 시장 혼란을 온전히 상쇄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을 사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를 반복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얽히고 설킨 오늘날의 자동차 산업에서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 조립되는 테슬라 차량조차도 20~25%의 부품을 멕시코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번 관세의 목적은 단순히 ‘미국산 보호’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각 제조사들이 백악관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게 만들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산업의 중심에 서게 만드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소비자, 제조사, 공급업체, 협력국가 등 모든 당사자가 불확실성과 충격 속에 놓인 지금, 이 고통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의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관세 정책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매버릭과 경쟁하는 기아 타스만이 멕시코에서 생산될 예정이고, 현대차도 미국 시장에서 수입 모델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공장 및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 확대와 함께, 전기차를 포함한 주요 신차 생산을 미국 내로 옮기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인센티브 확대와 맞춤형 금융 상품 제공, 미국 내 공급망 재편 등 다각적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소비자 가격 상승을 막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과제는 단순한 미국 내 생산 확대를 넘어, 복잡한 글로벌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공급 전략과 로비 역량 강화에 있다. 또한 미국 정부와의 협의 과정을 통한 유연한 정책 대응도 핵심 전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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