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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에 나선 한국 남자 골프의 '영건' 김주형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대회 중임에도 경쟁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와 동반 라운드를 치른 것이다.
조 편성에 따라 김주형이 혼자 라운드를 치러야 상황이 되면서 경기 보조를 맞추고자 주최 측에서 마련해둔 임시 동반자다.
이번 대회에선 2라운드까지 53명이 컷을 통과한 뒤 3라운드는 2명씩 한 조를 이루면서 김주형이 홀로 남는 상황이 됐다.
선수가 혼자 경기를 치를 수도 있지만, 김주형은 '마커'(Marker)로 불리는 동반자와 함께 3라운드에 나섰다.
'마커'는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의 회원 중에서도 실력자들로 배정되곤 하는데, 그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정보는 없다.
이날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공한 조 편성표에도 김주형의 이름 옆엔 '마커'라는 단어만 적혀 있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자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마스터스에선 흰색 점프수트 형태의 캐디복 가슴 쪽에 선수의 참가 번호가, 등에는 이름이 초록색 글씨로 표기되는데, 마커의 캐디빕엔 이름도 번호도 없다.
하지만 이날 이 조의 경기를 관람하던 패트런들 사이에선 "저 마커는 '마이클'이야. 여기 회원이지"라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그는 이미 꽤 알려진 인사였다.
현지 언론 등에도 이미 소개된 적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마커'는 50세의 펜실베이니아주 출신 재무 설계사 마이클 맥더모트다.
300야드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필라델피아 지역에선 유명한 아마추어 골퍼인 맥더모트는 오거스타 외에 파인밸리, 메리언, 애러니밍크 등 명문 골프장의 회원이라고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전했다.
맥더모트는 처음 마커를 맡은 2023년 마이크 위어(캐나다)와 경기한 적이 있다.
이날 오거스타 내셔널 로고 모자와 티셔츠를 차려입고 김주형과 한 조로 나선 맥더모트는 첫 홀 티샷이 벙커에 빠지기는 했으나 김주형과 같은 보기를 적어냈다.
김주형이 먼저 퍼트를 끝내는 경우를 비롯해 진행을 위해 홀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고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서 정확한 스코어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맥더모트는 이후에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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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맞바꿔 타수를 지키며 중간 합계 2오버파 218타로 3라운드를 마쳤다.
김주형은 "마커와 함께 경기한 건 처음이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어제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면서 "마이클은 공을 멀리 치고, 뛰어난 경기를 했다. 그가 집중해서 경기했다면 70대 타수를 기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라운드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신경 쓰지 않고 제 경기를 편하게 하려고 했다"면서 "어제는 6시간 넘게 걸렸지만, 오늘은 첫 조로 나가서 좋은 리듬과 그린 컨디션 속에서 재미있게 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마지막 날 6언더파를 몰아쳤던 김주형은 "작년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의식하기보다는 시즌 중반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금씩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가며 좋은 흐름을 타는 느낌을 만드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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