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일하고 시골에서 쉰다’는 개념의 5도 2촌 라이프스타일이 국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휴식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들이 주말이나 휴일을 시골에서 보내며 삶의 균형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완전한 귀촌이나 귀농의 부담은 줄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모듈러 건축이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건축 부재를 현장에 운반해 조립하는 방식인 모듈러 건축은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 절감과 더불어 맞춤형 설계도 가능해 5도 2촌 수요에 부합하는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 모듈러 건축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관련 시장 규모는 2022년 1천757억 원에서 2023년에는 8천억 원을 돌파했으며, 2030년에는 2조 원 규모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대기업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부터 현대제철과 기술협의체를 구성해 모듈러 건축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베드인 ‘H-모듈러 랩’을 통해 설계, 제작, 운송, 설치 전 과정을 실증하고 있는 단계다. GS건설은 2020년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 폴란드의 목조 모듈러 전문업체 단우드와 영국 철골 모듈러 기업 엘리먼츠를 인수해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모듈러 건축 제품 ‘스마트코티지’를 상업화하고, 자사의 인공지능(AI)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AI 홈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에스토니아 대표 모듈러 건축 중 하나인 라에 국립고등학교(Rae riigigümnaasium)

국외 사례로는 북유럽 국가 에스토니아가 주목된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산림으로 덮여 있는 에스토니아는 풍부한 목재 자원을 기반으로 한 목조 모듈러 건축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기준 유럽연합 내 목조 모듈러 건축물의 22.3%를 수출했으며, 유럽 최대의 목조 모듈러 건축 수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간 수출액은 약 5억4천만 유로(한화 약 8천775억 원)에 이른다.

에스토니아 대표 모듈러 건축 중 하나인 사레마 국립고등학교(Saaremaa Riigigümnaasium)

에스토니아의 목조 모듈러 건축이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에 있다. 목재를 사용할 경우 콘크리트 대비 건물의 탄소 배출량을 최대 77%까지 줄일 수 있으며, 자재 낭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예방하는 데 유리하다. 공기 단축과 에너지 절감 효과도 탁월해 지속가능한 건축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에스토니아 목조 모듈러 건축 예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스토니아와 한국 기업 간 협력 사례도 확대되고 있다. 2023년 에스토니아의 최대 모듈러 건축 기업 하르멧은 삼성물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르멧의 알로 탐 대표는 “목재와 철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듈러 건축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의 공공기관인 우드하우스 에스토니아의 애니카 카다야 대표도 “목재는 순환형 건축을 실현하고 친환경 건축 시스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며 “모듈러 건축 기술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주택 공급 부족 등 글로벌 건축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술 중심 접근법과 에스토니아의 목조 건축 전문성이 결합될 경우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주거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도 2촌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한국 사회에 정착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건축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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