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영화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 게임 소재의 영화는 '게임 + 영화 = 망작'이라는 공식이 설립될 만큼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80~90년대 영화 중 낮은 평가를 받은 작품 중 상당수가 게임 소재 영화라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이 게임 소재 영화가 원작의 앞길을 망쳐놓는 일도 더러 있었다. 1992년 처음 발매되어 호러 게임의 바이블로 불리는 '어둠 속에 나 홀로'의 경우 2005년 전설의 감독 '우베 볼 '이 2005년 영화로 내놓았으나, 역대 호러 영화 역사상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졸작으로 등장. 게임의 리메이크 좌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같은 우베 볼 감독이 연출한 '블러드레인'은 무려 3개나 영화로 제작됐으나 시리즈 전체가 최악의 영화 순위에 들 만큼 처참한 모습을 보여줘 게임의 수명 역시 함께 끊기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여 간판만 걸어놓고 내용은 전혀 다른 해괴한 내용으로 진행되거나, 낮은 비용으로 영화를 제작하다 보니 영화를 찍을 역량이 되지 않는 감독, 각본가, 배우가 참여하는 것으로 인해 주로 발생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영화 시장에서 게임이 가지는 위상은 180도 바뀌었다. 막대한 자본, 짜임새 있는 각본.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작품이 연달아 히트를 기록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알짜 소재가 된 것.

이러한 게임 소재 영화의 인식 변화는 2019년 개봉한 ‘명탐정 피카츄’부터 시작됐다. 발매된 지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주요 플레이 연령대가 10대인 ‘포켓몬’을 기반으로 등장한 이 영화는 전세계 4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며, 게임 기반 영화 중 최초로 로튼 토마토 평가에서 ‘신선함’ 평가를 받았다.
비록 영화 자체는 많은 각색으로 인해 ‘포켓몬’이 가진 IP 파워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게임이 영화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대중의 선택을 받으며,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이후 게임이 영화에 진입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소닉’ 영화 시리즈의 성공도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처음 개봉한 ‘슈퍼 소닉’은 이후 총 3편이나 개봉되며, 게임 소재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실제로 ‘슈퍼 소닉’ 영화는 3편의 전 세계 누적 수익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58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매 편 흥행을 기록했고, 3편은 개봉 4주 차에 북미에서만 2억 400만 달러, 세계 누적 흥행 3억 8,480만 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2023년 개봉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전 세계에서 13억 5,914만 6,628달러를 기록.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역대 게임 소재 영화 수익 1위는 물론,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흥행을 바짝 추격하는 작품도 최근 개봉했다. 지난 4일 미국에서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그 주인공. 3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마인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평론가 리뷰에서는 혹평받았지만, 개봉 첫 주말에만 4,269개 극장에서 1억 5,700만 달러(한화 2,304억)에 달하는 흥행을 거뒀다.
여기에 특정 장면이나 영상에 반응하는 밈(MEME)까지 돌면서 극장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헤프닝까지 벌어질 정도로 과열된 분위기까지 발생.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전 북미 지역에서만 현재 5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높은 흥행을 거둔 게임 소재 영화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원작의 분위기와 콘텐츠를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한 팬서비스에 가까운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슈퍼 소닉, 마인크래프트, 슈퍼 마리오 이외에도 2023년 개봉한 ‘프레디의 피자가게’ 등의 영화는 뻔한 구성, 흥미롭지 않은 전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평론가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혹평과 달리 이 영화들은 모두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이 영화들이 대중적인 영역이 아닌 게임을 플레이하고, 즐긴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슈퍼 소닉의 경우 처음 공개된 소닉의 이미지가 원작과 너무도 달라 원작 팬들의 비판을 받자 캐릭터 외형을 대거 수정하여 영화를 개봉한 바 있다.
여기에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게임 속의 맵과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그대로 옮겨 원작 팬들의 엄청난 호평을 이끌어냈으며, ‘마인크래프트 무비’ 역시 모든 것을 쌓고, 제작할 수 있는 원작의 특성과 분위기를 영화로 재현해 냈다.
‘프레디의 피자가게’ 역시 전개는 엉성했지만, 원작의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애니매트로닉’을 현실적으로 구현하여 2023년 한국 개봉 공포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 글로벌 2억 9000만 달러의 수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스토리, 카메라 앵글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기 위해 영화를 관람하는 기존 영화와 달리 게임 소재 영화는 내가 상상하고, 느꼈던 게임을 스크린에서 보기 위해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단순히 원작의 인기에 묻어가기 위해 설정 파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몬스터헌터’, ‘보더랜드’ 등의 영화는 처참한 실패를 겪었다는 것도 이를 입증해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처럼 영화 시장에서 게임 서서히 영향력을 키워가 드라마 시장에도 다수 이름을 올릴 만큼 존재감 있는 소재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고스트 오브 쓰시마’, ‘슬리핑 독스’, ‘스플린터 셀’, ‘젤다의 전설’ 등 수십 종에 이르는 게임 원작 영화가 제작 단계를 밟고 있으며, 새로운 게임의 영화화 소식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중이다.
과연 이 영화들이 앞서 흥행을 거둔 영화들의 전철을 밟아 게임 팬들을 충족시켜 주는 새로운 흥행작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