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추진 중인 'Embodied AI' 기술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일상생활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심천에서 드론이 음식을 배달하고, 베이징 공원에서는 감시용 로봇이 순찰을 돈다. 자동차 공장에는 인간형 로봇이 서 있고, 최근에는 이들이 인간과 함께 하프마라톤에 출전해 완주까지 해냈다. 과연 이 모든 흐름은 우리가 기대하던 미래인가, 아니면 통제를 기반으로 한 기술 유토피아인가?
중국은 오랫동안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와 로봇화를 빠르게 추진해 왔으며, 'Embodied AI'는 그 정점에 있다. UBTech, Dreame, Unitree 등 중국의 로봇 기술 기업들은 인간형 AI 로봇, 자율주행 감시 기기, 스마트 청소기 등 다양한 형태의 'Embodied AI'를 실제 생활 공간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데모 수준을 넘어, 실제 도시 인프라와 통합되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기술의 '보여주기'를 넘어, 실제 시민의 일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인간-로봇 하프마라톤은 기술 시연 이상의 상징성을 지녔다. '로봇은 인간과 함께 뛸 수 있다'는 메시지는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사람 중심의 AI 발전'이라는 담론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담론은 동시에 감시·통제 기술의 정당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감시용 로봇이 공원을 순찰하고, 드론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효율성 이상의 불편함을 자아낸다. 특히 이들 시스템이 수집하는 개인 정보와 이동 데이터는 정확히 어디에 저장되며, 누가 이를 관리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중국의 'Embodied AI' 실험은 전 세계 기술 업계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는 단지 더 똑똑한 기술로만 작동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과 공존하고, 때로는 경쟁하고, 감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동하는가?
중국이 보여주는 실험은 분명 눈부시다. 그러나 이 눈부심이 진정한 진보인지, 혹은 빛에 눈이 먼 착시인지에 대한 평가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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