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회사의 대표라고 하면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검은 정장을 빼입고, 기업가적인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부수고 자사의 게임에 특별한 모습으로 등장해 유머러스하고 괴랄한 존재감을 뽐내는 대표들이 있다.
스퀘어 에닉스의 전 대표 마츠다 요스케가 그렇다. 그는 스퀘어 에닉스 CEO 재임 당시 자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니어 오토마타’의 DLC 콘텐츠에서 히든 보스로 깜짝 등장했다.

‘니어 오토마타’는 묵직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자랑하는 액션 RPG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최종 DLC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한 뒤 콜로세움에 있는 레지스탕스 비서에게 ‘그것과 싸우고 싶어’라고 말하면 일종의 이스터에그 보스전이 진행된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마츠다다. 보스 마츠다는 붉은 눈을 하고 뒷짐을 진 채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공격을 퍼붓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마츠다가 일정 이상의 대미지를 입으면, 게임의 공동 개발사인 플래티넘 게임즈 CEO 사토 켄이치가 난입해 함께 싸우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괴상한 보스전에서 승리한 이용자는 두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가면을 얻을 수 있다.
여담으로, 2017년 12월에 발매된 Arranged&Unreleased Track OST 앨범에는 보스전에 사용된 BGM에 두 대표의 기합소리(사쵸데스!, 사장입니다!)가 섞인 버전이 수록돼 있다.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버지이자 현 코지마 프로덕션의 대표인 코지마 히데오 역시 게임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는 편이다. 특히, 그는 잠입 액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5: 그라운드 제로즈의 사이드퀘스트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메탈기어 솔리드 V: 그라운드 제로즈는 게임의 분량을 늘리고, 여러 ‘IF’를 통해 스토리를 풍부하게 해주는 사이드 미션이 존재한다. 그중 ‘첩보원 탈환’이라는 퀘스트에는 적진에 있는 ‘최중요’ 첩보 요원을 구하라는 미션이 주어지는데, 그 인물이 바로 코지마 히데오다.
코지마 히데오는 주인공 스네이크에게 구출되기 전까지는 큰 비중이 없지만, 마지막에 안경을 고쳐 쓰는 장면에서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웃음을 자아내 ‘가장 인상 깊은 사이드 퀘스트’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참고로 코지마 히데오는 ‘메탈기어 솔리드 V 더 팬텀 페인’의 사이드 미션 ‘최중요인물’에서도 비슷한 역할로 등장한 바 있으며,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 워커에서도 병사 역할로 슬쩍 얼굴을 비친 바 있다.

게임 내에서 ‘무기’가 된 사례도 있다. 이나후네 케이지 프로듀서가 캡콤의 개발자였던 시절 그는 게임 콘솔과 게임사들을 ‘모에화’ 한 독특한 RPG ‘초차원게임 넵튠 mk2’에 ‘무기’로 등장해 이용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게임 로비에서 이나후네 아이콘과 상호작용하면 얻을 수 있는 ‘크리에이터 소드’가 그 정체다.
‘크리에이터 소드’는 이나후네의 전신에 검 손잡이가 달린 형태로, 사용 시 이나후네의 실사 사진이 팔짱을 낀 채 소환되며 “돈을 시궁창에 버릴 셈이냐!”라는 외침과 함께 적을 공격한다.
이 대사는 TV 도쿄의 시사 프로그램 ‘캄브리아 궁전’에서 캡콤 내부의 개발 승인 회의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나후네는 당시 심각한 표정으로 이 대사를 내뱉었고, 거칠고 귀에 확 박히는 해당 대사가 하나의 밈(meme)으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크리에이터 소드’는 생김새가 괴상해도, 대미지가 강력하고 초반에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마비노기 IP를 계승한 MMORPG ‘마비노기 모바일’에 개발사 데브캣의 김동건 대표가 NPC로 등장해 이용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기기도 했다.
티르코네일 논밭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NPC ‘나크’는 ‘나크와 만남’이라는 히든 퀘스트를 통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 게임 재화인 ‘데카’와 같은 소소한 아이템을 나눠준다. 이후 ‘던바튼’ 학교 옆 세 갈래 길(심층 던전 해금 필요)과 ‘던바튼’ 치료소 아래 성벽 쪽(어비스 해금 필요)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만든 세계 안에서 직접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건, 개발진의 게임에 대한 애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용자와의 거리감을 좁히고 친근함을 높이는 색다른 소통 방식이자 마케팅 방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