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멸망한 후의 이야기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요즘 게임업계에서 새로운 흥행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온라인 게임 초창기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무협 세계관에 이어, 해외 시장까지 노리는 판타지 세계관이 오랜 기간 대세였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신선한 느낌을 주는 북유럽 세계관이 인기를 끌더니,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특히, RPG, 액션, 건설 시뮬레이션, 서브컬쳐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게임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도입하고 있으며, 세계가 망하게 되는 이유도 굉장히 다양해서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라고 하더라도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중이다.
서로 다투다가 핵 전쟁으로 망할 수도 있고, 외계 생명이나 이세계 생명의 침공으로 세상이 망할 수도 있고, 급작스런 한파로 세상이 망할 수도 있으니, 어떤 식으로 멸망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모바일로도 출시돼 주목받고 있는 넷이즈의 원스휴먼을 보면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스휴먼 세계관을 보면 스타더스트라는 외계 물질이 지구에 있는 다양한 생물, 혹은 물건에 기생해서 감염체가 되는 세계관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감염체로 변신해서 생존을 위협하며, 익숙한 무기를 사용해서 감염체들과 싸울 수 있고, 주변에서 각종 자원을 모아서 자신만의 생존 기지를 건설하는 재미까지 추구했다. 기괴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게임이지만, 친숙한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특징을 잘 살린 설정이다.
예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는 좀비를 세계 멸망의 원인으로 등장시키면서 매우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현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좀비들은 눈이 멀었지만,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 강제적으로 소음을 최소화하는 은신 플레이의 재미를 추구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또한, 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보니, 발전했던 과학 문명들이 모두 파괴되고 일부만 남아있다는 설정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원시, 현대, 미래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그려낼 수 있다. 모든 화폐가 사라지고 병뚜껑이 화폐 역할을 하는 폴아웃 시리즈나, 거대한 기계 생물을 활과 창으로 사냥하는 호라이즌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방사능, 한파 등 각종 자연 재해를 통해 생존의 절박함을 더할 수 있다는 것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강점이다. 폴아웃 시리즈를 보면 방사능에 적응한 인간들과,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유전자만 남기고 나머지 인간들을 멸종시키려는 집단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으며, 프로스트펑크2를 보면 모든 인류를 위협하는 한파 속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집단 이기주의가 게임의 최고 난제가 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매력 덕분에 국내 게임사들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룬 다양한 신작들을 준비하고 있다.
24일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NHN의 다키스트 데이즈는 대규모 좀비 사태가 발생한 미국 서부 주 사막을 배경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집단을 만나며 생존해 나가는 게임이다. 특히 좀비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우호적인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다양한 분쟁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게임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넥슨 민트로켓에서도 한국 낙원 상가를 배경으로 한 좀비 아포칼립스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좀비들이 등장하는 게임들이 많긴 하지만, 낙원 상가라는 친숙한 공간이 주는 새로움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유명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서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루트슈터 장르인 ‘프로젝트S’를 개발 중이며, 하이브IM과 아쿠아트리가 준비중인 신작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역시 판타지 세계관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결합된 독특한 세계관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이 그려낼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는 어떤 매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