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체 디자인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사실상 모든 조형요소들이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사소한 부품의 이미지 하나도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그래서 정말로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자동차 디자인이라고 말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차체가 큰 SUV들은 차체의 조형 방법에 따라 존재감의 차이도 크게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SUV차체의 여러 부분 중에서 전면부는 그 차의 첫 인상을 결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그 차량의 성능과 용도, 그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성격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차체 측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가령 엔진 룸의 크기, 실내 공간의 크기, 차체의 자세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들은 차체 측면의 형태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의 형태나 크기를 정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사실상 모든 형태 요소들이 중요하겠지만, 특히 존재감과 관련된 요소들 중 하나가 바로 휠 아치(wheel arch)의 형태일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차량들이 전반적으로 바퀴와 휠의 크기를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데다가, 특히 SUV는 건장한 이미지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휠의 크기뿐 아니라 휠 아치의 디자인이 특히 중요합니다.

SUV에서 휠 아치의 중요성은 1990년대에 등장했던 미쯔비시의 파제로(Pajero)에서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모델은 국내에서도 거의 똑같은 디자인으로 갤로퍼(Galloper) 라는 이름으로 생산됐고, V6 엔진을 탑재한 모델에 광폭의 휠과 타이어를 장착하면서 두툼한 휠 아치 가드를 덧댄 모델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휠 아치가 두터워지면서 똑같은 차체인데도 전체 이미지가 매우 건장한 이미지로 강조돼 보였고, 이 당시에 국내의 수많은 갤로퍼의 오너들은 마치 유행처럼 휠 아치 가드를 대기 시작했었습니다. 휠 아치를 강조한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의 이미지 차이는 상당히 컸기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1993년에 등장한 쌍용자동차의 무쏘는 처음부터 모든 모델에 휠 아치 가드를 대고 나왔었습니다. 한참 뒤인 2009년에 등장했던 렉스턴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2018년에 등장했던 G4 렉스턴은 차체 크기가 커져서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오히려 휠 아치를 강조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좀 밋밋한 인상이었습니다.

한편 최근에 등장한 차량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건장한 차체를 보여줍니다. 2009년의 렉스턴의 휠은 14인치로 지금의 20~22인치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휠 아치를 강조한 디자인 덕분에 그다지 왜소한 인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2018년에 나온 G4 렉스턴은 더 큰 18인치 휠을 적용했음에도 바퀴의 육중함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은 인상이었습니다.

대형 SUV는 차체의 부피감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런 무게감과 아울러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건장한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차체의 비례를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차체 부피감에 맞추어서 휠 아치가 알맞게 강조되면 더 건장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최신형 SUV의 휠 아치 주변의 차체 디자인은 과거의 갤로퍼나 무쏘와는 다른 방법의 디자인으로 강조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상 휠 아치의 디자인은 차체 디자인에서 본질적인 부분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차체 디자인에서 알맞은 크기의 휠 아치 디자인은 육중한 차체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차체의 건장함을 나타내는 요소로 휠 아치는 중요한 형태 요소라고 할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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