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억의 RPG들을 최신 기술로 되살린 리메이크, 리마스터 게임들이 출시돼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있습니다.
지난해 드래곤퀘스트3 HD-2D 리메이크가 노안 때문에 플레이가 쉽지 않다는 악조건 속에서도 글로벌 2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올해는 루나 실버 스타 스토리와 루나2 이터널 블루를 합친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이 발매되자마자 호평받으면서 인기를 얻고 있네요.

이 게임 외에도 로맨싱 사가 시리즈, 라이브 어 라이브, 크로노 트리거, 스타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 등 90년대 유명했던 JRPG들은 대부분 리마스터, 리메이크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리마스터, 리메이크의 차이점은 이전에 한번 다룬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게임이긴 하지만, 몇십년 전 기술로 만들어진 투박한 게임들이 다시 출시돼서 주목을 받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리버스처럼 그래픽을 최신 기술로 완전히 갈아엎은 게임이라면 몰라도 대부분 당시 그래픽 소스를 그대로 사용한 2D 픽셀 그래픽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이 많다보니, 당시 원작을 즐겨보지 못한 요즘 젊은 세대들의 눈에는 굉장히 투박하게 보일테니까요.
드래곤퀘스트3 HD-2D 리메이크, 스타오션 더 세컨드 스토리R 같은 경우에는 배경을 3D로 다시 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을 감성을 재현하기 위해 캐릭터는 일부러 2D 픽셀아트로 구현하는 광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게임들은 작은 인치의 브라운관TV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때는 감성적인 그래픽이었지만, 4K까지 지원하는 큰 인치의 TV나 모니터에서 보면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리마스터 게임들은 작은 화면이라 어색함이 가장 적은 스위치 버전이 가장 인기가 많고, PC나 거치형 콘솔 버전은 평가 점수가 좀 낮은 편이긴 합니다.

이런 그래픽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리마스터, 리메이크 게임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올드팬들이 원하는 바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십년 전에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이긴 하지만, 이제와서 다시 즐기려면 레트로 장터를 뒤져야 하고, 운 좋게 구했다고 하더라도, 고장나지 않은 옛날 게임기도 필요하고, AV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옛날 브라운관 TV도 구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요즘은 HDMI, DP 케이블이 기본이기 때문에, 컴포넌트 포트가 있는 TV 조차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돌아가는 고전 게임기도 구하기 힘들다보니, 다보니, 레트로 게임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억의 게임이 리마스터로 재출시되면, 스위치나 스팀 등으로 구입하면 간단히 즐길 수 있으니, 이 같은 번거로운 일을 모두 피할 수 있습니다. 요즘 레트로 게임들의 가격이 치솟고 있긴 하지만 수집용이라서, 레트로 게임 마니아들도 플레이용으로 리마스터 버전을 다시 구입한다고 하네요.

또 다른 장점은 바로 한글화입니다. 당시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던 게임이기 때문에 일본어 버전이라서, 대화 나올 때는 버튼을 막 눌러서 스킵하고, 공략 잡지에 나와 있는 대사집을 읽으면서 플레이를 해야 했지만, 요즘 리마스터 게임들은 한글화로 출시되기 때문에, 당시에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던 스토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미 클리어한 게임이긴 하지만, 대사집을 보면서 대충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것과 화면에서 대사를 보면서 플레이하는 것은 다른 경험이니까요. 예전에는 주인공 이름을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게임들이 많이 있었는데, 당시 가장 많이 쓰이던 이름이 일본어 자판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あああ였다는 것은 그 시절 악조건 속에서 일본 게임들을 즐겼던 이들의 재미있는 추억일 것 같습니다.

수 십년간 이 게임을 즐겨온 마니아들의 집단지성 역시 추억의 게임 리마스터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인입니다. 당시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지 않았다보니, 게임의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검색만 잘 하면 당시에는 모르고 그냥 지나쳤던 숨겨진 요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 같은 숨겨진 콘텐츠를 준비해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그 시절 개발자들의 낭만이 그리워지네요.
뭔가 끔찍하게 느껴질만한(예를 들어 골프채라던가…) 장면이 없는 무난한 왕도형 스토리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보니, 조그만 마을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세계를 구하는 용사로 성장하는 과정이 꽤 훈훈하게 느껴지거든요. 요즘 강제적인 PC주의 주입 등 불쾌한 스토리의 게임들이 많다보니, 다소 유치하더라도 불쾌할 일은 없는 스토리가 주는 안정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리마스터 게임들이 다 호평받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호평받는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처럼 와이드 스크린, 개선된 픽셀 아트, 고해상도로 다시 구현한 컷신, 전투를 빠르게 해주느 배틀 스피드 업 등 많이 신경쓴 리마스터도 있지만, 그냥 실행은 됩니다 정도로 무성의하게 나온 게임들도 있으니까요. 다만, 작품마다 평가가 다를 수는 있어도 이런 리마스터 게임들의 출시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세대마다 다시 경험하고 싶은 추억의 게임이 다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