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일까지 개최되는 2025 상하이 모터쇼에는 약 1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탄 만큼,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중심지다운 모습을 보였다. 1,000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해 최신 모델과 기술을 선보였고, 관람객들은 수천 대의 차량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전시장에 ‘테슬라’는 보이지 않았다. 2023년에 이어 올해도 테슬라는 상하이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전시회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것이다.
전기차 열풍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테슬라가 중국이라는 가장 치열한 격전지에서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슬라의 불참은 단순한 전시회 선택이 아닌, 제품 전략과 시장 경쟁력, 그리고 브랜드의 미래 전략을 모두 반영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테슬라의 상하이오토쇼 불참의 이유는 명확하다. 보여줄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테슬라는 새로운 차량을 거의 선보이지 못했다. 2023년에는 모델 3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인 ‘하이랜드’, 2024년에는 모델 Y의 부분변경 모델인 ‘주니퍼(Juniper)’가 등장했지만, 완전한 신차는 없었다.
자동차 전시회는 전통적으로 완성차 제조사들이 신차나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무대다. 특히 상하이 모터쇼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들이 집중하는 자리다. 테슬라가 중국에 대규모 기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글로벌 무대를 외면한 것은 자사의 제품 라인업이 경쟁사 대비 부족하다는 자각에 가깝다.
자동차 산업에서 ‘제품이 없다’는 건 단순한 생산 지연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신뢰에 직결되는 위기다. 그리고 이 위기는 테슬라의 전략 부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테슬라의 공백을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BYD는 지난해 기준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5분 만에 약 400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메가와트 초급속 충전 기술을 공개하며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니오(NIO)의 중형 SUV ‘온보(ONVO) L60’은 테슬라 모델 Y보다 저렴하면서도, 더 나은 실내 구성과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니오의 일부 모델은 배터리 교체형(Battery Swap) 구조를 채택해,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사실상 없애는 데 성공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전기차=테슬라’라는 공식에 매달리지 않는다. 대화형 인공지능, 차량 내 고성능 게임 시스템, 5G 기반 커넥티드 기능, 고도화된 주행 보조 시스템 등에서 로컬 브랜드는 이미 테슬라보다 앞서 있다.
테슬라는 한때 전기차를 ‘멋진 것’으로 바꾼 브랜드였지만, 이제는 그 공식을 로컬 브랜드들이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구현하고 있다. 혁신의 선도자에서, 전통 브랜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델 Y ‘주니퍼’는 2025년 1월부터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출고를 시작했다. 출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지난주부터 이 모델에 대해 ‘5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가격을 내린 것과 다름없는 조치다.
보통 신차는 출시 직후 일정 기간 동안 정가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조기에 판촉에 나선 것은,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특히 중국 춘절 연휴를 제외하면 실제 판매 기간은 약 2개월에 불과하다. 그 짧은 기간에 이미 ‘보이지 않는 가격 인하’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테슬라의 판매 전략이 점차 단기 실적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가격이 아닌 ‘기술’로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테슬라는 가격 외에는 마땅한 무기가 없어 보인다.

테슬라는 미래 전략으로 ‘완전자율주행(FSD)’을 내세우고 있다. CEO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사람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2025년 3월, 샤오미의 전기차 SU7이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작동 중 콘크리트 벽에 충돌해 탑승 중이던 대학생 세 명이 숨졌다. 이 사고는 중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겼고, 정부는 곧바로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홍보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완전자율주행’이라는 문구 자체가 오해를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테슬라의 FSD는 중국 시장 진입에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정책적 신뢰도와 사회적 수용성이 부족할 경우 자율주행은 오히려 브랜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내 승인 일정도 불투명하다.
즉, 테슬라가 꿈꾸는 미래는 기술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꿈은 더디게 전진할 수밖에 없다.

상하이 모터쇼는 전 세계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 투자자가 모이는 전략 무대다. 이곳에서 브랜드는 자사의 비전과 신제품, 기술력을 드러낸다. 테슬라는 이 기회를 두 번 연속 외면했다.이는 브랜드가 시장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소비자는 차량 구매를 통해 기술뿐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구매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회라는 공개 무대에서 침묵하는 것은 브랜드의 존재감 자체를 약화시킨다.
특히 테슬라처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중요한 기업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우리는 제품으로 말한다’는 철학이 여전히 유효할 수는 있지만, 제품이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한때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롤모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 오히려 테슬라가 다시 배워야 할 입장에 처했다. 현지 기업들은 더 빠르게, 더 세분화된 시장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단순한 ‘전기차 생산 대국’을 넘어, 전기차 생태계 전반에서 세계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배터리 기술, 커넥티드 서비스, 사용자 경험 설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테슬라는 전시회 불참이라는 ‘침묵’을 선택했다.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 회피가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전쟁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또 다른 신호일지도 모른다.
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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