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게임사라고 하면 언제나 소니, 닌텐도, MS, 스퀘어에닉스, 캡콤 등 대형 게임사들의 이름이 떠오르지만, 올해는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최근 몇 년간 대형 게임사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그동안 존재감이 없었던 신예들이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선보여,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판매량만 보면 캡콤의 몬스터헌터 와일즈가 한달만에 10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면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클레르 옵스퀴르 : 33 원정대(이하 33원정대)와 킹덤컴 딜리버런스2의 돌풍은 그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출시 3일만에 100만장을 돌파하고, 메타크리틱 92점, 이용자 평가 점수 9.6 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샌드폴 인터렉티브의 33원정대다. 발매 당일 게임패스로도 공개됐기 때문에, 실제 이용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33원정대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샌드폴 인터렉티브의 첫 작품이고, 게다가 30여명의 개발진이 5년 만에 완성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외주 개발사들과의 협업이 있었으니, 실제로 투입된 인원은 이보다 많겠지만, AAA급 게임이라고 하면 수백억, 수백명이 투입되고 있는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더 흥미로운 점은 서양 게임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RPG를 한단계 더 진화시킨 결과물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일본식RPG하면 한턴식 돌아가며 공방을 주고 받는 턴제 전투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게임은 턴제 전투에 회피, 패링 등 액션성을 강화시킨 새로운 시스템을 더해서 턴제 전투의 전략적인 재미와 소울라이크의 액션성을 훌륭하게 융합시켰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중세 시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킹덤컴 딜리버런스2의 돌풍도 33원정대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킹덤컴 딜리버런스2를 개발한 워호스 스튜디오는 2011년에 설립됐으니 샌드폴 인터렉티브 같이 완전한 신예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동안 발표한 게임이 킹덤컴 딜리버런스와 킹덤컴 딜리버런스2, 2개뿐이다.
워호스 스튜디오의 놀라운 점은 킹덤컴 딜리버런스 출시 때 수많은 버그와 최적화 문제로 69점을 기록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이후 오랜 기간 게임을 가다듬어 긍정적인 평가로 개선했으며,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후속작 킹덤컴 딜리버런스2는 완벽한 중세 시대 구현으로 모든 면에서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결과물로 선보였다는 점이다. 덕분에 중세 시대 오픈월드 게임의 최고 명작 게임으로 꼽히는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33원정대와 킹덤컴 딜리버런스2 같은 신예들이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호평받고 있다보니, 반대로 유비스프트, 스퀘어에닉스 같은 대형 게임사들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유비소프트는 이런 인재들을 데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스컬앤본즈 같은 실망스러운 게임들만 선보이고 있었으며, 일본식RPG를 대표하는 스퀘어에닉스도 일본식RPG의 새로운 진화형을 선보이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도 턴제 전투의 한계를 말하면서 실시간 액션을 도입한 상황에서, 서양 개발사인 샌드풀 인터렉티브가 턴제 전투의 새로운 진화형을 선보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워호스스튜디오가 2018년에 킹덤컴 딜리버런스1을 출시하고, 6년만에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킹덤컴 딜리버런스2를 만들었지만, 같은 2018년에 개발 착수를 발표한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6는 여전히 로고 외에 아무런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근들어 대형 게임사들이 신작보다는 기존 인기 IP의 후속작이나 리마스터 출시에 열중하고 있다보니, 그래픽이 좋아지긴 했으나, 게임성은 예전보다 못한 작품들만 선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업적인 성과가 집중하다보니 기존에 검증된 안전한 선택만 하고 있어서, 예전만큼 반짝거림을 느낄 수 없다는 비판이다. 새로운 신예들의 돌풍이 대형 게임사들의 굳어버린 창의성에 충격을 안겨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