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에선 일몰로 보이지도 않는데 버디 사냥

[게티/AFP=연합뉴스]
(매키니(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홈 팬의 응원 속에 시즌 첫 우승을 사실상 예약했다.
셰플러는 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근교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PGA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90만 달러)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쳐 중간 합계 23언더파 190타로 선두를 질주했다.
애덤 섕크(미국)와 에릭 판루옌(남아공), 리키 카스티요(미국) 등 3명을 8타 차로 제친 셰플러는 이변이 없는 한 5일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승을 거둬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 등 독보적인 시즌을 보냈던 셰플러는 올해는 손바닥 부상 여파로 초반 대회에 결장한 데다 몇차례 우승 경쟁에서 막판에 밀려 시즌 첫 우승 물꼬를 트지 못했다.
6살 때부터 댈러스에서 자랐고 지금도 댈러스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홈 팬들의 응원에 연일 맹타를 터트리며 우승 갈증을 씻어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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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플러는 3라운드가 끝난 뒤 "이 대회는 나에게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4년에 이곳에서 PGA투어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고등학생인데 출전 기회를 줬다. 멋진 한 주를 보냈다. 이 대회는 나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어렸을 때 이곳에 와서 경기를 보곤 했다. 내일은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좋은 경기를 펼쳐서 우승할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첫날 코스 레코드에 1타 모자라는 10언더파 61타를 몰아쳐 2타차 선두에 나선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8타를 줄여 6타차 선두를 질주했다.
이날도 앞선 이틀만큼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넉넉하게 앞서면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예약했다.
셰플러는 이 대회 36홀 최소타(124타) 기록을 새로 세웠고, 이날은 54홀 최소타 기록도 갈아치웠다.
최종 라운드에서 1타 이상만 줄이면 2023년 제이슨 데이(호주)가 세운 대회 72홀 최소타(261타)도 경신하게 된다.
그는 "좋은 경기였다. 오늘 잘 마무리했다. 지난 이틀만큼 경기력이 살아 있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꽤 좋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72홀 대회에서는 보통은 하루 정도는 스윙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다. 오늘 잘 해냈고, 내일은 스윙이 좀 더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셰플러는 2, 3번 홀 연속 버디로 경기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4번 홀(파3)에서 티샷이 짧았고 3m 남짓 파퍼트를 놓쳐 노보기 행진이 중단됐으나 5번 홀(파5) 버디로 금방 만회했다.
9번 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인 셰플러는 11번 홀(파4)에서 이번 대회 두 번째 보기를 적어냈다.
이때 14번 홀(파4) 버디를 잡은 섕크가 5타 차로 따라붙은 게 2위와 격차가 가장 좁아진 순간이었다.
셰플러는 14번에 이어 15번 홀(파3) 연속 버디로 간격을 또 벌렸고,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보태 더 멀리 달아났다.
2라운드 잔여 경기를 마치고 3라운드를 시작하느라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 15분에 티오프한 셰플러는 하마터면 3라운드를 마치지 못해 다음날 일찍 잔여 경기를 치르기 위해 나와야 할 뻔했다.
18번 홀 두 번째 샷을 칠 때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졌지만 셰플러와 동반자들은 무리해서라도 3라운드 경기를 끝내려고 경기를 강행했다.
결국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에서 셰플러는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고 10m 거리에서 두 번 퍼트로 버디를 잡아냈다.
셰플러는 "잔여 경기를 해야 한다면 아침 일찍 와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18번 홀을 마무리하는 것이 한 타를 잃는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내일 일찍 나와서 5시간 정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 타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할 때 공이 날아가는 건 봤지만 떨어지는 건 볼 수 없었다는 셰플러는 "어렸을 때 어둠 속에서 경기를 마친 적이 많아서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면서도 "솔직히 어둠 속에서 그린을 읽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공동 2위에 오른 섕크와 판루옌은 나란히 6언더파 65타를 쳤고, 카스티요는 4타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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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 가운데 임성재가 가장 돋보였다.
임성재는 4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13위(11언더파 202타)까지 순위가 올랐다. 4월 마스터스 공동 5위에 이어 2개 대회 만에 톱10 진입을 바라보게 됐다.
임성재는 "시작이 좋지는 않았지만 롱 버디 퍼트도 한번 들어가고 버디 쳐줘야 할 때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잘 탔다. 후반에도 보기와 버디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래도 4언더라는 스코어가 마음에 든다"면서 "내일도 버디를 많이 하고 보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우도 4타를 줄여 공동 23위(10언더파 203타)에 자리 잡았다.
김시우도 톱10 입상이 코앞이다.
김시우는 "전반에 조금 바람이 많이 불어서 어렵게 출발했다. 그래도 잘 페이스를 찾아오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좋은 마무리를 했다"면서 "퍼트가 지난 이틀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안 됐다. 오늘 퍼트가 많이 들어가진 않았어도 그래도 느낌이 와서 내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도 차분하게 스타트하면 끝에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이날 3타를 잃고 68위(2언더파 211타)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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