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 보면 “나라 살림 내가 해도 더 잘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요즘은 시민 누구나 정책이나 재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국가 살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는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체험형 콘텐츠들이 있다. 그 주인공 중 하나인 ‘나라 살림 게임’은 정책평가연구원(이하 PERI)이 선보인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피스컬 십(Fiscal Ship)’ 게임을 참고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고령화, 저출산, 재정건전성 등 복잡한 국가재정 문제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이용자가 국가의 목표를 설정한 뒤, 세금과 지출, 복지 등 15가지의 주요 정책 수단을 선택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 30년 후인 2055년 국가채무 비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사회복지 지출, 소득세, 법인세 등을 인하하거나 늘리는 등 각종 설정을 하면 국가 채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식이다. 선택에 따라 나라 빚은 GDP(국내총생산)의 130%대로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500%에 달하는 거대한 빚을 안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이용자는 단순한 지출·감세 논리를 넘어서 복합적인 재정 균형을 고민하게 된다. 그간 뉴스에서 단편적으로 접하던 정책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PERI는 이 게임이 포퓰리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유권자들이 보다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체험형 콘텐츠도 있다. 양형위원회는 2018년부터 국민이 판사의 입장에서 형량을 결정해 볼 수 있는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당신이 판사입니다’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12개 사건 중 하나를 선택해, 판사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형량을 결정해 보는 구성이다. 절도, 사기, 마약, 살인,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범죄 유형이 포함되어 있다.
이용자는 사건 개요를 살펴본 뒤,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형량을 먼저 선택한다. 이후 사건 영상, 관련 법조문과 양형기준 등을 확인하며 판단 근거를 스스로 쌓아간다. 검사의 기소 내용, 변호인의 변론, 피고인의 최후 진술까지 모두 들은 뒤, 감경 및 가중 요소를 고려해 최종 형량을 정하게 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체험 전과 후의 형량 선택이 달라지는 점이다. 체험 전에는 실형을 선고하는 비중이 높았던 이용자들이, 체험 이후에는 집행유예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막연한 인상이나 감정이 아닌, 법적 기준에 기반한 판단의 중요성을 체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현시점까지 나왔던 판결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내려졌는지 이해하기도 비교적 쉬워진다.
뉴스 매체를 통해 특정 범죄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보도될 때, 대중들 사이에서는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는 만큼, 양형 절차를 직접 체험하며 판단 기준을 이해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리라 본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시민 참여형 콘텐츠, ‘추리퀴즈’도 있다. 1999년 홈페이지 개설과 함께 시작된 이 퀴즈는 올해로 26년째를 맞이했으며, 매달 두 차례 새 문제를 공개한다. ‘국민의 안보 의식 향상’을 목적으로 시작된 이 퀴즈는 정답자 중 일부에게는 소정의 상품도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문제 출제가 단순한 내부 작업이 아닌, 추리퀴즈 작가의 손을 거쳐 정식 검토를 받아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퀄리티 있는 퀴즈가 꾸준히 제공되고 있는 만큼 팬층도 상당히 두텁다.
국정원이 제공하는 추리 퀴즈를 즐기는 한 이용자는 “국정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실 지나치게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런 식으로 퀴즈 같은 콘텐츠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걸 보면 국민이랑 소통하려는 느낌도 들고, 괜히 친숙한 느낌이 들어 계속 참여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정책, 사법, 안보 등 딱딱하게 느껴지는 영역도 콘텐츠화되면 시민들이 보다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내가 해본다’는 참여의 감각은 무심코 흘려보냈던 이슈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도 있고, 실제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