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PGA 우승자로 SK텔레콤 오픈 통해 KPGA 투어 복귀
전 세계 떠돌다가 올해 '선국내 후국외'로 출전 전략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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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상에 올랐던 강성훈(37)은 2009년 4월 제주도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긴다.
당시 강성훈은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통차이 자이디(태국)에게 내주며 프로 데뷔 첫 우승을 놓쳤지만, 이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그는 이듬해 PGA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PGA 출전권을 따냈고 2019년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전성기를 맞았다.
우승 후 내리막길을 걸은 강성훈은 다시 서귀포 무대에 섰다.
KPGA 투어 '해외투어 시드권자 복귀자' 카테고리 시드를 받고 국내 복귀를 결정한 강성훈은 첫 출전 대회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1·7천326야드)에서 열리는 2025 KPGA SK텔레콤 오픈 2025(총상금 13억원)로 잡았다.
2009년 발렌타인 챔피언십 이후 16년 만에 같은 장소에 선 강성훈은 16일 대회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왔다"며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 늘 그랬던 것처럼 차분하게 대회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9년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우승자인 강성훈이 16일 제주도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5.16. cycle@yna.co.kr
서귀포는 강성훈의 고향이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난 강성훈은 9살 때까지 제주 바람을 맞으며 자랐다.
골프를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따라나섰고, 자연스럽게 클럽을 잡으며 꿈을 키웠다.
강성훈은 "그땐 골프장이 놀이터 같았다"며 "해변이 붙은 골프장 잔디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놀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운 좋게도 좋은 기회를 잡아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는 등) 이곳에서 좋은 추억도 많이 쌓았다"고 했다.
2009년 발렌타인 챔피언십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현재 강성훈은 PGA 투어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뒤로 하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PGA 투어에 복귀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많은 대회에 출전했다.
스코틀랜드, 프랑스,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 PGA 2부 투어 콘페리투어와 DP 월드투어 대회에 나섰다.
밥 먹듯 시차 적응해야 했고, 바이오리듬도 무수히 깨졌다.
강성훈은 "힘들진 않았다"며 "아직도 골프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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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전략을 살짝 바꿨다.
우선 국내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다시 해외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강성훈은 "이제는 준비된 상태에서 해외 무대에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며 "일단 6월 말까지는 KPGA 투어에서 뛰면서 감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체중을 10㎏가량 감량했다는 강성훈은 "다른 선수들은 체중이 줄면 장타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난 가벼운 몸이 좋더라"라며 "차근차근 '준비된 상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훈이 생각을 바꾼 건 자녀들 때문이다.
장남 강건(6), 둘째 아들 강산(3), 막내딸 강단(1) 양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강성훈은 "PGA 투어에서 우승했을 때 첫째 아들이 한 살이었다"며 "너무 어렸을 때 우승한 탓에 그 순간을 기억 못 한다"고 했다.
이어 "막내딸이 무슨 상황인지 인지할 수 있을 때 우승하는 것이 내 꿈"이라며 "그때까지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잘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강성훈은 50대 나이에 각종 대회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는 최경주를 보며 힘을 얻는다.
그는 "최경주 프로님은 나이가 들더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분"이라며 "닦아놓으신 길을 잘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엔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도 우승 경쟁을 한다.
강성훈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그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를 묻는 말에 "대회가 축소된 만큼 초반부터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기상 악화로 15일, 16일 일정이 연기되면서 3라운드 54홀 경기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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