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K팝과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공연예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다. 이 가운데 공연장의 좌석 제한으로 티켓 수보다 많은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도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티케팅에 실패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재판매 티켓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문제는 이 수요를 이용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티켓 재판매 또는 사기 거래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불법적인 수단인 매크로 프로그램 등에 대한 제재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반해 주요국은 티켓 재판매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시장을 형성, 전용 플랫폼 기업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파편화된 티켓 재판매 규제…사각지대 여전
국내 티켓 재판매 시장은 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1차 티켓 판매 사이트나 중고거래 플랫폼 또는 SNS에서 티켓 재판매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체육시설 입장권 등 각 영역과 대상을 특정해 공연법 또는 국민체육진흥법과 같은 개별 법률로 티켓 부정 판매를 방지한다. 매크로 프로그램 제재와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이처럼 파편화된 규제는 관련 법의 테두리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부정 판매자는 처벌할 수 있어도 부정 판매 미수범은 처벌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를 유발한다.
가장 큰 문제는 티켓 재판매 거래가 주로 온라인상에서 비공개적으로 이뤄져 단속과 처벌이 어렵고, 처벌 규정 외에 피해자 구제나 구체적인 권리 보호 조치도 미흡하다는 점이다. 티켓 재판매는 곧 암표 또는 사기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선의의 소비자와 판매자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주요국은 티켓 재판매를 두고 어떤 규정을 적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연방법으로 전체적인 원칙을 규정하고 각 주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세부 규제를 통해 연방법을 뒷받침한다. 티켓 재판매 사업자보다 소비자 보호 중심의 법안으로 가격 투명성 강화를 추진한다. 티켓 브로커나 플랫폼, 경매 사이트 등 플랫폼을 세분화해 판매 라이선스와 소비자 보호 조치도 의무화했다. 더불어 매크로프로그램에 한정하지 않고 더 넓은 범위로 자동화 소프트웨어 사용을 강력히 제한하는 방식을 적용,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했다. 티켓 거래 과정 중에도 불법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하는 ‘거래 중 규제’도 도입했다. 티켓 재판매로 부당한 이득을 취할 경우 처벌하는 사후 규제도 존재한다.
미국은 또 자유시장경제에서 2차 티켓 거래가 가지는 경제학적 효과를 인정해, 2차 티켓 거래를 ‘공공에 대한 이익’이라는 관점으로 규정한다. 2차 티켓 거래를 불법이 아닌 ‘관리 통제’의 영역으로 간주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는 동시에 플랫폼의 책임도 강조하며 정보 공개와 소비자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소비자 보호와 디지털 거래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 거래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세부적으로 제공하는 등 플랫폼의 책임을 의무화했다.
일본의 경우 사적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티켓 재판매 시장을 규정하지만, 특정흥행입장권에 대한 조직적인 티켓 사재기 등 부정 행위에 대해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처벌한다. 특히 부정전매업자를 형사 처벌할 정도로 강력히 규제한다.
살펴본 것처럼 주요국은 합법적 거래는 장려하면서도 부정 행위는 강력히 처벌해 시장 형성을 돕는다.
주요국 합리적 규제 도입…다양한 티켓 재판매 플랫폼 등장으로 시장 형성
합리적 규제 방안 도입으로 주요국에서는 다양한 티켓 재판매 전용 플랫폼이 등장했으며, 티켓 재판매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됐다.
예컨대 1976년 설립된 티켓마스터(Ticketmaster)는 미국 내 주요 공연장의 70%~80%에 달하는 티켓을 판매하며 32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1차 티켓 판매와 2차 티켓 재판매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며 콘서트 기획자 및 아티스트들과 수익을 공유한다.

티켓마스터는 이벤트 주최자가 옵션으로 티켓 재판매 여부를 결정하도록 기능을 마련했다. 이벤트 주최자가 티켓 재판매 가격을 제한할 수도 있다. 타 사이트에서 구매한 티켓은 티켓마스터에서 재판매가 불가능하도록 규정했다.
2009년 설립된 시트긱(SeatGeek)은 티켓 재판매로 시작해 1차 티켓 예매서비스로 확장한 사업자다. 2023년부터 미국 프로야구 MLB의 공식 티켓 재판매 플랫폼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트긱은 전미 미식축구 리그(NFL), 전미 농구협회 (NBA), 전미 하키 리그 (NHL) 메이저 리그 사커 (MLS) 등을 포함한 대부분 북미 주요 스포츠 리그와 파트너십을 체결, 티케팅 권한을 획득했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애스턴빌라, 레스터 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주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티켓팅 권한도 보유했다.
1990년 설립된 티켓유통센터(チケット流通センター)는 일본 최대 규모의 티켓 재판매 플랫폼이다. 일본 프로야구 4개 구단의 공식 티켓 재판매 플랫폼으로 지정됐다.

티켓유통센터는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 지바 롯데 마린스, 오릭스 버팔로스, 훗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 구단의 공식 티켓 재판매 플랫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주요국과 같이 티켓 재판매 수요를 충족하도록 전용 플랫폼 활성화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지식융합대학 교수는 “해외 주요 티켓 재판매 플랫폼이 수십조 원대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2차 티켓 시장이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 독립적이고 견고한 비즈니스 생태계로 발전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력을 재평가하고,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생태계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