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포르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라이프치히] 흔히 자동차 공장을 떠올리면 도시 외곽에 대규모 단지로 구성되어 철저한 보안 시스템 속 부품을 잔뜩 실은 대형 트럭만이 오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당연히 공장 주변으로는 관련 부품 공장이나 물류 창고뿐이라 사실 보기 좋은 풍경 보단 검은 연기 자욱한 삭막한 모습이 연상된다.
그런데 최근 방문한 포르쉐 독일 라이프치히 팩토리는 여느 자동차 공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연 친화적 풍경으로 구성됐다. 공장 인근으로 풍부한 녹지가 조성되고 심지어 공장 내 일부에선 들소와 조랑말 등 토종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포르쉐)
무엇보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가 여느 자동차 생산 시설과 비교되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환경 영향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차량 생산 및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것.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은 탄소 중립 상태에서 제조될 뿐 아니라 2017년부터는 재생에너지로만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이중 일부는 9.4MWp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 4기를 통해 자체 생산이 이뤄졌다.
또 공장 인근에 위치한 바이오매스 난방 설비는 전체 난방 수요의 약 50%를 공급하고 2021년에는 바이오메탄으로 연료 전환이 이뤄질 만큼 지속가능성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포르쉐)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최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된 마칸 일렉트릭을 비롯해 파나메라가 생산되는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를 찾았다.
2000년 첫 설립 이후 지금까지 19억 유로의 투자를 통한 꾸준한 플랜트 확장이 이뤄진 라이프치히 팩토리는 지난해 다섯 번째 플랜트 확장이 마무리되며 신형 마칸 일렉트릭의 본격 생산이 시작됐다.
특히 이곳은 기존 생산 라인에서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등 3개의 파워트레인을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이 주요 특징이다. 현재 주말을 제외한 24시간 3교대 체제로 가동되는 라이프치히 팩토리에선 마칸과 파나메라 파생 모델이 생산되고 있었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포르쉐)
2002년 생산 개시 시점부터 최근까지 약 200만 대 차량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해당 공장의 첫 생산 모델인 카이엔의 경우 2017년까지 약 74만 대가 조립될 만큼 생산성에 있어서도 포르쉐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된다.
이곳에서 포르쉐 차량은 기본 차체 제작을 시작으로 4개의 주요 섹션으로 구분되어 제작됐다. 첫 번째는 하부 구조 제작으로 이곳에서 차량은 모든 제원과 사양을 담고 있는 특정 식별 코드를 부여받는다. 이후 상부 구조 제작 단계에서 차체 측면과 지붕을 하부 구조와 결합한다. 세 번째는 차체 프레임에 도어, 보닛, 테일게이트를 결합하는 공정이다.
이어 품질 검사를 통해 이음새, 접합 부위 및 표면 품질을 검사한 후 도장 공장으로 넘어간다. 마칸의 경우 총 6단계를 거쳐 도장이 이뤄지고 도장된 차체는 LED 라이트 터널에서 전문가 검사와 함께 자동 결함 탐지 시스템을 통해서도 70초 동안 2개의 로봇이 차체 외부 표면을 스트립 패턴으로 스캔하며 약 10만 장의 사진을 촬영, 아주 작은 결함까지 찾아낸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포르쉐)
이후 30초 동안은 5개의 이미지 처리 컴퓨터가 결과를 평가해 작업자에게 3D로 시각화된 차체에서 결함의 위치와 유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최종 단계는 조립 공정에서 이뤄지며 도어를 분리해 별도의 라인에서 개별 마감 작업을 진행하고 동시에 실내는 산업 조립과 수작업이 결합된 방식으로 장착된다.
실내 작업 이후에는 리프팅 테이블을 대신한 회전형 행거로 차량 이동 방식이 변경되어 작업자 효율을 높이고 외장 라인에서는 다시 높이 조절이 가능한 리프팅 테이블로 차량이 옮겨져 이 역시 작업자에게 인체공학적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해당 작업장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메리지(Marriage) 단계로 이는 차체와 완성된 파워트레인이 완전 자동화된 방식으로 결합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선 고도로 복잡한 린 혼류 생산의 대표적 사례로 라이프치히에서는 이 결합 공정이 다양한 모델에 적용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설계했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포르쉐)
특히 마칸 일렉트릭의 경우 기존 24미터 구간에 걸쳐 4개의 조립 공정이던 메리지 단계가 60미터 구간 9개 공정으로 확대되고 여기에 로봇 6대와 자동 나사 조립 설비 18대가 추가됐다.
이 단계에서 나사 조립 품질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테스팅 GMT' 시스템 도입으로 기존 생산 공정에서 원활하게 신규 시스템을 결합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생산 중인 마칸과 파나메라 파생 모델의 경우 총 32개 나사 조립 시스템이 메리지 공정에 적용되고 총 108개 검사 프로그램이 테스팅 GMT를 통해 점검된다. 해당 시스템 역시 새로운 검사 프로그램에도 유연하게 대응 가능한 부분이 장점이다.
이밖에 라이프치히 조립 라인에서 최종 과정을 완료한 차량은 시운전, 테스트, 최종 품질 점검 등의 마지막 조립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품질 보증을 위한 중요 절차 중 하나는 감사 프로그램으로 무작위로 선별된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또 라이프치히에서 생산 차량의 70%는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는 철도를 통해 운송된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팩토리(포르쉐)
결국 라이프치히 생산의 특징은 고성능, 고효율 물류에 기반한다. 물류는 생산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차량의 다양한 사양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품을 필요 시점에 정확한 차량에 제공하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조립 공장 생산은 적시 생산과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순차 생산을 기반으로 수요 기반 공급을 목표로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정교하게 조율된 생산 및 자재 흐름을 통해 주문 순서에 따라 즉시 조립 가능한 부품만이 해당 라인에 납품되도록 보장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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