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테크기업 화웨이의 자동차산업 영역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다른 중국 업체들이 그렇듯이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화웨이는 1987년 설립된 통신장비 및 단말기가 주력인 기업이다. 유색인종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시스템 반도체(팹리스)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끌고 있다. 그런 회사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샤오미와 달리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만의 전략으로 부품이나 솔루션을 공급하고 공동 브랜드를 운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활동하는 영역은 훨씬 넓다. 당장에는 중국업체들과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지만 토요타와 텐센트의 협력에서 보듯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알 수 없다. 화웨이의 방식은 이제 바이두, 텐센트, CATL, 그리고 알리바바까지 뒤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화웨이가 자동차산업 관련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2021년 5월이었다.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에도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화웨이는 2018 년부터 이 전략을 분명히 했으며 그 이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당시 성명에서 업계에 화웨이 브랜드 자동차가 아니라 ICT (정보 통신 기술) 기술 역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자동차 OEM이 ICT를 기반으로 더 나은 차량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디지털 자동차 지향 부품 공급 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는 어떤 자동차 제조업체에도 투자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었다. 화웨이는 또한 자동차회사의 지배 주주나 주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가 자동차를 만들거나 자동차 제조업체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제안은 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화웨이는 자동차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이미 3개의 전략적 파트너인 BAIC, 창안자동차 및 광저우자동차에 지원해 하위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었다. 2021 상하이 오토쇼를 통해 공개한 화웨이 자율주행 솔루션을 채용한 자동차는 화웨이가 승인한 후 화웨이 인사이드를 의미하는 HI 로고만 사용하고 있었다.
화웨이 따르면 그것은 세레스(Seres) SF5 모델의 전기 구동 및 하이카(HiCar) 부품 공급 업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역의 스마트폰 매장인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 자동차 모델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 매장의 운영을 지원하는 특정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화웨이의 전략이 2024년 초 창안자동차와 뉴 쿨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며 진일보했다. 사업 범위에는 자동차 스마트 운전 솔루션, 스마트 조종석, 스마트카 디지털 플랫폼, 스마트카 클라우드, AR-HUD 및 스마트카 조명이 포함된다. 화웨이는 스마트카 솔루션 사업의 핵심 기술과 자원을 새 회사에 통합한다.
화웨이는 2024오토차이나에 라이다, 밀리미터파 레이더 등 AD/ADAS 관련 기술에 중점을 둔 전기 파워트레인, 열 관리 시스템, 도메인/구역 컨트롤러 등 전기화 및 지능화와 관련된 다양한 부품 및 시스템을 전시했다.
화웨이 관련 전시는 화웨이 자체 부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화웨이와 협력하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 부스에는 화웨이가 개발에 참여한 신에너지차가 다수 전시됐다. 중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중 다수가 현재 화웨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기화와 지능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화웨이의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화웨이의 자동차 관련 사업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가 일반 티어2나 티어3과 같은 부품 및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웨이 인사이드(HI) 로 화웨이의 드라이브 원(Drive ONE) 전기 파워트레인 제품 라인, 독자적인 ADS, 하모니 OS를 완전히 채택한 자동차 제조업체와 신에너지차를 공동 개발한다. 이 모델에는 HI 로고가 있다.
세 번째는 HIMA(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다. 스마트 셀랙션 모델이라고도 한다. 자동차업체와 함께 화웨이의 부품 및 시스템을 완전히 채택한 신에너지차를 공동 개발한다. HI와의 차이점은 화웨이와 협력하는 자동차업체가 공동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화웨이가 판매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차량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더 가깝기 때문에 Tier 0.5라고도 한다.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 중 HIMA는 사실상 자동차회사에 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레스와 합작 브랜드 아이토를 비록해, 체리자동차와의 공동 브랜드 룩시드, 베이징자동차그룹과의 합작 브랜드 스텔라토, 장화이자동차(JAC)와 합작 브랜드 마에스트로, 상하이자동차와의 상지에(샹졔) 등이 있다.
장화이자동차그룹(JAC)과는 2024년 12월 안후이성 허페이에 마에스트로 슈퍼팩토리를 준공했다. JAC와의 공동 브랜드는 100만 위안(약 13만 8,000달러)의 초고가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이 합작 브랜드는 울트라 프리미엄 시장을, 스텔라토는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럭시드는 중급 및 중급 프리미엄 시장을, 아이토는 주로 SUV를 겨냥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상지에는 가장 저가 모델을 목표로 한다.
광저우자동차는 화웨이와 HI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자회사 신에너지차 브랜드 아이온으로 전기차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2024오토차이나를 통해 트럼피(Trumpchi) 브랜드로 화웨이와 파트너 관계를 맺기로 했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텐센트와도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GAC 클라우드와 텐센트 클라우드의 장점을 활용해 차세대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다.
2018 화웨이 커넥트에서는 화웨이와 아우디가 지능형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양사의 미래 협력 계획을 선보이고,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형 아우디 Q7을 소개했다. 같은 해 볼보와 개방형 서비스 플랫폼 및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또한 전동화와 지능화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메가 공급업체로써 새로운 자동차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동차 사업이 올해 1분기에 이미 수익성을 회복했으며, 자산 경량화 운영 모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 스마트 전동화, 스마트 커넥티비티, 스마트카 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뉴 큘 외에도 토요타의 중국 합작 법인과 협력하여 화웨이의 HarmonyOS 스마트 콕핏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길도 가고 있다. 창안자동차, CATL과 공동으로 CHN이라는 합작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했다. 세 회사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창안은 완성차 설계와 생산을 담당한다. 화웨이는 스마트카, OS,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 등 ICT 기술을, CATL은 배터리 기술을 담당한다.
이 플랫폼은 휠 베이스가 2,800~3,100mm로 중대형 세단과 SUV를 비롯해 MPV, 고급 전기차까지 폭 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당연히 화웨이의 하모니 OS 베이스 스마트 조종석 CDC(스마트 콧핏 플랫폼), ADC(자율주행 컨트롤러) 등 ICT 기술을 통합한다.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OTA(무선 업데이트) 등이 채용된다.
CATL은 750볼트 고전압 시스템을 지원하는 고속 충전 기술 등을 담당한다. 현재 CHN플랫폼 베이스의 모델은 아바타 11등이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서구 자동차회사들과는 달리 뚜렷한 분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업체들은 완성차업체가 주도권을 장착하고 부품업체들은 그 하위에 속한다. 당연히 부가가치는 완성차업체들의 몫이 훨씬 크다.
전기차 산업에서 '티어 0.5'라는 새로운 개념이 부상하며 화웨이와 폭스콘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티어 0.5는 부품 공급을 넘어 운영체제, 플랫폼, 완성차 공동 개발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뜻하며, 양사는 이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콘은 2020년 플랫폼 개발을 시작으로 전기차 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폭스콘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40%를 자사 시스템으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샤프의 지분 34%를 보유하며 자동차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LDK+ 컨셉트카를 선보여 태양광과 축전지, 대형 LCD 화면을 활용한 새로운 생활 공간 개념을 제시했다.
또한, 폭스콘은 스텔란티스에 차체와 전기·전자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으며, 닛산과도 협력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과거 피스커와의 협력으로 최대 25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으나 피스커가 2024년 6월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화웨이와 폭스콘 외에도 샤오미, 알리바바, 바이두, CATL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전기차 부문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차량이 점점 더 컴퓨터화됨에 따라 이들 기업은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운영체제와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티어 0.5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며 부품 공급에서 플랫폼 설계와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전방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화웨이와 폭스콘은 첨단 기술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전기차 산업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티어 0.5 역할 강화는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중국 제조업의 공급 과잉이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화웨이의 자동차 사업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현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이르다. 공동 부유를 명목으로 알리바바의 마윈을 퇴출한 관료 자본주의 국가의 전력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바이두와 2014년부터 10년째 협업하고 있다.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음성인식 서비스, 카투홈•홈투카, 스마트 콘텐츠 서비스 등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다양한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텐센트가 토요타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에 AI,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닛산도 바이두와 AI 및 스마트카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니까 화웨이 외에도 많은 중국 티어 0.5 들이 부상하고 있고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파트너십과 합작 브랜드를 통해 자동차 산업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자동차산업이 앞으로는 전혀 다른 구조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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