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는 아기의 첫 생일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입니다. 지금이야 누구나 경험하는 평범한 행사처럼 여겨지지만, 과거에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무사히 1년을 보낸 것을 기적처럼 여겨 축하했죠. 그래서 돌잔치는 단순한 생일 파티가 아닌, 생존을 기리는 축제였습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모바일 게임들도 1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편입니다. 출시 초기에 사용자 유입을 위한 마케팅이 집중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안 좋은 경기 속에 게임사들도 슬림한 운영을 추구하며 핵심 라인업 외의 자잘한 프로젝트는 빠르게 정리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게임이 정식 출시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되었죠.
최근에는 1주년도 아닌 하프애니버서리, 즉 반주년 행사도 대규모로 기획될 정도니, 생존 자체가 곧 성과의 척도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 진흥원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평균 수명이 약 6개월 여로 추산되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이런 살벌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장수 게임들이 존재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는데, 유독 꾸준하게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게임들이 있죠.

그 대표적인 예가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서머너즈 워)’입니다. 서머너즈워는 2014년 출시되어 올해로 딱 11주년을 맞이한 컴투스의 모바일 RPG인데요.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끌며, 컴투스의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 잡고 있죠.
구체적으로 게임은 2017년 한국 모바일 게임 최초로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2년에는 3조 원을 넘겼습니다. 현재까지의 전 세계 누적 매출은 약 30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2,453억 원을 넘겼다고 알려져 있죠. 이는 미국 햄버거 5억 3000만 개, 독일 캔맥주 28억 개, 일본 만화 주간지 15억 7000만 권, 베트남 쌀국수 14억 7800만 그릇을 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같은 성과는 다양한 수상 이력으로도 이어졌습니다. 201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 기념 e스포츠 대회에 친선 경기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2023년에는 정민영 제작총괄이 콘텐츠 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성과도 인정받았죠.
서머너즈 워가 이처럼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전략적인 전투를 중심으로 한 게임성, 그리고 꾸준한 콘텐츠 개선과 이벤트 운영에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도 11주년을 기념해 아레나 시스템 개편, 13종 몬스터 아트 리뉴얼, 원하는 태생 4·5성 몬스터를 최고 수준으로 육성할 수 있는 이벤트, 신규 컬래버레이션 콘텐츠 등 다양한 업데이트가 이뤄졌으며, 이용자 참여형 축제와 프로모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일명 쿠키런 클래식)’도 장기 흥행중입니다. 쿠키런은 2013년 출시되어 올해로 12년을 바라보는 러닝 액션 게임인데요. 출시 당시 귀여운 쿠키들과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조작 방식으로 크게 흥행한 쿠키런은 이후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킹덤’, ‘쿠키런: 모험의 탑’ 등 각종 후속작으로 IP 명맥이 이어지고 있죠.
원본이 되는 쿠키런 클래식도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져 최근에는 출시 12주년을 기념한 신규 쿠키 ‘멜로우버니 쿠키’와 짝꿍펫 ‘말랑 에그버니’를 추가하고 신규 스페셜 에피소드 ‘미지의 토끼굴 여행’을 오픈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데브시스터즈에 따르면 쿠키런 IP의 통합 글로벌 누적 매출은 2023년 10월 기준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누적 이용자 수는 2억 명을 넘어섰고, 서비스 지역은 243개국 이상에 달한다고 합니다.

넷마블 ‘모두의 마블’도 빠지면 섭섭합니다. 게임은 2013년 6월 11일 국내에 출시된 후 2014년 7월부터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총 5개국에 진출했고, 누적 다운로드 1억 2천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모두의 마블 해외 진출 1년 만에 일궈낸 성과입니다. 이후 10여 년 동안 모두의 마블의 누적 이용자 수는 2억 명을 돌파했고, 누적 매출도 1조 원을 넘겼습니다.
그런 모두의 마블은 후속작인 모두의 마블2: 메타월드로 2023년부터 새로운 여정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A3: 스틸얼라이브(글로벌)’, ‘제2의 나라(글로벌)’, ‘킹 오브 파이터 아레나(글로벌)’에 이은 블록체인 플랫폼 마브렉스 생태계가 결합된 네 번째 게임으로 2023년 당시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앱스토어 인기 순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죠.
이외에도 라인게임즈 드래곤 플라이트가 2012년 출시되어 13주년을 바라보고 있고, 애니팡도 같은 2012년 출시돼 여전히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하 클오클)’이 여전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12년 출시되어 2025년 기준으로 13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 게임은 특히 저연령층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성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벌써 이렇게 오래됐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월을 체감하게 만들죠.
클오클은 iOS와 안드로이드 양 플랫폼에서 5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몇 안 되는 모바일 게임 중 하나인데요. 게임은 출시 3개월 만에 미국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2013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 게임으로 등극됐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출시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매출도 탄탄한데요. 2024년 기준으로는 약 3억 5,500만 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슈퍼셀 전체 수익의 약 22%를 차지했습니다. 2023년 기준 활성 이용자 수는 약 6,500만 명으로 추정되며, 여전히 강력한 팬층을 유지하고 있죠.
작년에는 출시 12주년을 기념해 모든 건물 건설 속도를 12% 향상하는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매년 빠지지 않고 기념 콘텐츠를 선보여온 만큼, 올해도 의미 있는 13주년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같은 해인 2012년에 등장한 킹(King)의 ‘캔디 크러쉬 사가’ 역시 13년이 되도록 장르의 왕좌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캔디 크러쉬 사가’는 글로벌 기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금까지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전 세계에서 36억 회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이상 게임을 즐기는 월간 활성 이용자는 1억 8천만 명에 달합니다. 3억 2,7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5년에는 못 미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정도의 고정 이용자층이 남아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렇듯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들이 여전히 매출을 유지하고, 꾸준한 업데이트와 팬덤을 바탕으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게임’이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지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셈이죠.
과연 앞으로도 이들처럼 오랜 시간 동안 이용자들의 곁을 지키는 게임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수 있을지, 또 기존의 장수 게임들이 얼마나 더 굳건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