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게임이 반응해주는, 탐험과 실험의 재미가 살아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태영 타르프 스튜디오 CEO
게임은 때로 상상력 그 자체가 된다. 익숙한 규칙을 따르기보단, 낯선 질문을 던지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 “NPC가 의식을 가진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독창적인 세계관의 게임 ‘Nqc’는 한 명의 개발자에 의해 설계되고 구현되는 서사 실험이다. 기존 체계를 거부하고, 진짜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타르프 스튜디오.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여정, 그리고 철학적 깊이를 품은 세계관이 어떻게 게임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 기존을 거부한 타르프 스튜디오의 탄생기
Q : 먼저, 타르프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A : 저는 원래 전공자가 아니고, 학원에서 게임을 공부했어요. 학원에서 만난 팀장님과 함께 회사에 들어가 메인 기획자로 일했었는데, 제가 원하지 않는 게임을 만들다 보니 효율이 잘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독립하게 되었고, 그렇게 설립한 게 지금의 타르프 스튜디오입니다.
Q : 회사 이름에 담긴 의미도 특별할 것 같아요.
A : ‘타르프(TARP)’는 The Ants Resisting Pheromone의 약자로, ‘페로몬에 저항하는 개미들’이라는 의미예요. ‘개미’라는 책에서 기존 체계에 저항하는 개미가 인상 깊었고, 저도 그런 개미처럼 기존의 흐름을 타파하는 게임사를 만들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죠.
Q : 정말 철학이 담긴 이름이네요. 현재는 혼자 개발하고 계신가요?
A : 네, 지금은 1인 개발 중입니다. 원래는 학원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시작했는데, 지금은 군 복무 중이라 혼자 진행하고 있어요. 전역 후에 다시 합류할지도 논의해보려고요.

■ 철학과 상상력의 만남, ‘Nqc’라는 세계
Q : 지금 개발 중인 게임을 소개해주신다면요?
A : ‘Nqc’라는 게임입니다. 부제는 Non-Qualia Character예요. ‘NPC’를 비틀어서 'P'를 'Q'로 뒤집고, 퀄리아(qualia)라는 철학적 개념을 붙였어요. 의식을 가진 듯 행동하는 NPC들과 그들의 세계를 모험하며, 그들이 정말 존재로 인식될 수 있는가를 다루는 스토리 기반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플레이어는 모험을 통해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점차 알아가게 되고, 게임 속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기 위해 2D와 3D 그래픽을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Q : 다른 게임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A : ‘게임 속 게임’이라는 액자식 구성이 큰 특징이에요. 플레이어가 스스로를 투영하거나 몰입할 수 있도록 인지적 접근을 유도하죠. 그리고 2D와 3D 그래픽의 혼합, 의식을 가진 NPC라는 주제도 기존 게임과는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Q : 스토리 구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 어느 날 번뜩 떠오른 건 아니고, 제가 좋아하던 콘텐츠들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 같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이 방향으로 오게 됐어요.

■ 이건 꼭 해봐야 해! 개발자가 추천하는 핵심 플레이
Q : 플레이어들이 꼭 경험해봤으면 하는 구간이 있을까요?
A : 챕터 1까지는 꼭 플레이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챕터 1에서는 플레이어가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같은 존재로 시작했지만 서로 다른 기억을 지닌 상태를 마주하게 되죠.
“과연 누가 진짜일까?”, “기억은 누구의 것일까?”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그 경험을 해보셨으면 해요. 플레이 시간은 약 40분에서 1시간 정도입니다.
Q : 데모가 공개되어 있나요?
A : 지금은 스팀에 비공개 상태예요. 버닝비버 행사에서만 공개했었고, 지금은 다시 제대로 다듬어서 데모를 공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Q : 블로그에서 정성스럽게 소개된 글도 봤어요. 리뷰도 감동적이던데요.
A : 아마 ‘레이드 칼라’ 님 글일 거예요.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사진도 리뷰도 너무 정성스럽게 남겨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 욕도 리뷰다? 진심이 만든 성장의 순간들
Q : 개발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 세 가지가 떠오르네요. 첫 번째는 처음 상을 받았을 때예요. 상복이 없던 저에겐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어요. 두 번째는 도쿄게임쇼에 참가했을 때예요. 다른 문화권의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어 정말 좋았죠. 세 번째는 커뮤니티에 게임을 올렸다가 엄청난 혹평을 받았던 기억이에요. 상처도 받았지만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원동력이 되어 BIC 출품까지 하게 됐어요.
Q : 행사에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A : 예전에 체험하신 분이 다시 오셔서 “많이 바뀌었네요”라고 해주셨을 때 가장 기뻤어요. 그리고 ‘Portal’ 개발자인 ‘시프바네’ 님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까지 남겨주신 일도 있었는데,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게는 완전한 연예인 같은 존재였어요.

■ 메타픽션을 향한 여정, 그리고 ‘이것도 되네?’의 감동
Q : 앞으로 어떤 게임들을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A : 올해 안에 정식 출시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그리고 앞으로도 메타픽션적인 요소가 강한 게임들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어요. ‘허니 아일랜드’, ‘인스크립션’ 같은 게임들처럼 제4의 벽을 넘는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가 되고 싶어요. 국내에서는 드문 장르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마지막으로, 타르프 스튜디오의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길 바라시나요?
A : “이것도 되네?”라는 기억이 남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가능해질 때, 이용자는 진짜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게임이 반응해주는, 탐험과 실험의 재미가 살아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정해진 틀 너머, 새로운 게임의 가능성
‘Nqc’는 단순히 특이한 설정이나 실험적인 연출에 머무르지 않는다. 의식을 가진 NPC, 게임 속 게임이라는 구조,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서사는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몰입을 제안한다. 타르프 스튜디오는 기존의 공식을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선택을 했다. 그 첫 걸음이기에 미완성의 거칠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더 솔직하고 더 기대되는 지점도 분명하다. "이것도 되네?"라는 한마디가 남는 게임. 그게 타르프 스튜디오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이고,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

*타르프 스튜디오 수상 내역
스마일게이트 IndieGo 공모전 (2023) - 지팡이게임즈상 수상
스토브인디 어워즈 (2023) - 베스트 내러티브상 수상
IGDGF (2023) - 베스트 연출상 노미네이트
게임쇼 참가
2022 - BIC, G-STAR, 버닝비버
2023 - IGDGF, PlayX4, BIC, 버닝비버
2024 - PlayX4, 도쿄게임쇼, 버닝비버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