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을 갖춘 게임을 만들자는 게 저희의 원칙입니다.”
서경덕 팀 플라스크 CEO
무언가를 ‘흔들어 보기 전까진 모른다’는 말, 참 설레는 문장이죠. 게임패드를 쥐기 전까지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모르게 만드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팀 플라스크’. 이름처럼 실험정신 가득한 이 2인 개발팀은 첫 정식 출시작 ‘할케미스트’를 통해 신선한 태그 액션 메트로베니아 장르에 도전합니다. 소녀와 손, 두 개의 조작을 번갈아 사용하는 독특한 시스템, 공간을 활용한 1인 협동 퍼즐, 그리고 수작업 픽셀 아트까지. 작지만 깊이 있는 세계를 완성해가는 팀 플라스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친 팀, '팀 플라스크'
Q : 팀 이름이 ‘팀 플라스크’인 이유가 궁금해요!
A : 저희가 ‘팀 플라스크’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실험실의 플라스크처럼, 흔들어 보기 전까진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특성이 저희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저희 게임도 마찬가지로, 게임패드나 키보드를 잡기 전까진 어떤 재미가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을 주고 싶었거든요.
Q : 정말 독특하고 인상적인 네이밍이에요. 그렇다면 팀 플라스크만의 철학이나 개발 원칙은 어떤가요?
A : 무엇보다도 저희가 직접 플레이했을 때 ‘재미있다’고 느끼는 게임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여겨요. 독창성을 추구하되, 그게 재미를 해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독특한데 재미없다’는 게임보다는, 재미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을 갖춘 게임을 만들자는 게 저희의 원칙입니다.

Q : 현재 몇 명이서 개발 중이신가요?
A : 지금은 2명이서 개발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더 많은 인원이 있었지만, 대부분 팀을 떠나고 나서 지금은 2인 체제로 오랫동안 팀워크를 다져왔습니다.
Q : 두 분의 역할이 궁금해요.
A : 제가 대표로서 기획과 아트를 함께 맡고 있고, 다른 팀원은 프로그래밍을 전담하고 있어요.
Q : 작은 팀일수록 팀워크가 정말 중요할 텐데, 협업이 돋보였던 순간이 있다면요?
A : 특정 사건보다는, 저희는 평소 의사결정 과정에서 협업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일 없이 항상 회의와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고, 서로 타당한 의견이면 기꺼이 수용해요. 덕분에 갈등 없이 원활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 태그 액션으로 즐기는 연금술 세계, ‘할케미스트’
Q : ‘할케미스트’에 대해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A : ‘할케미스트’는 두 명의 주인공을 번갈아 조작하는 ‘태그 액션’을 중심으로 한 사이너블 메트로베니아 게임이에요. 소녀 ‘메르쿠리’과 날아다니는 손 ‘핸도’를 함께 조작해야 하고, 이 둘은 각각 단독으로는 많은 제약이 있지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연금술사 왕국을 탐험하게 됩니다.
Q : 기존 메트로베니아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뭐가 있을까요?
A : 일반적인 교체형 캐릭터 게임은 캐릭터가 자리에 남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 게임은 교체한 캐릭터가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게 큰 차별점이에요. 예를 들어, 핸도는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어서 메르쿠리가 갈 수 없는 곳에 먼저 가서 로프를 던져주거나, 길을 여는 식으로 협력하죠. 반면 핸도는 아이템을 못 먹거나 전투가 어려워서 메르쿠리가 도와줘야 해요. 이처럼 두 캐릭터가 완벽히 역할을 나누고 협력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걸 ‘1인 협동 게임’ 같다고 표현하셨어요.
Q : 정말 독특하네요! 그래픽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A : 감사합니다. 픽셀 아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 기술력이 부족했던 초기에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작했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좋은 감성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 두 번의 '갈아엎기' 끝에 완성된 진짜 재미
Q :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 ‘할케미스트’는 사실 두 번 기획을 갈아엎은 게임이에요. 원래는 핸도가 적을 처치하고 그 안의 돌을 꺼내 던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죠. 그렇게 프로토타입을 개발해보면서 한계를 느꼈고, 기존 리소스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구조가 탄생했어요. 두 캐릭터가 원래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번갈아 조작하는 형태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 “다시 찾아와주시는 플레이어, 그게 가장 큰 보상이에요”
Q : 게임 행사도 나가시는 편인가요?
A : 자주는 아니고, 연 2~3회 정도 참가해요. 전시에 너무 자주 나가면 개발 일정에 지장이 생겨서 최근엔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어요.
Q : 행사에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순간이 있다면요?
A : 특정 피드백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해보신 분들이 다시 찾아와 주실 때 정말 뿌듯해요. 꼭 한두 분은 전시 기간 중 두세 번 찾아오시더라고요. 그런 순간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Q : 게임 안에서 꼭 플레이어가 경험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A : 전체적인 탐험의 흐름을 즐겨주셨으면 해요. 1회차 플레이 시간이 약 10시간 정도로 길지 않기 때문에, 꼭 끝까지 한 번은 플레이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특정 구간보다는 게임 전반을 통해 재미가 전달된다고 생각하거든요.
Q : 개발하면서 특히 애착이 갔던 시스템이 있을까요?
A : 아직 많이 공개되지 않은 부분인데, 능력 해금과 함께 두 캐릭터의 협력 액션이 점점 더 다양해져요. 그 액션들이 다른 게임에서 잘 보기 힘든 구조라 저희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Q : 그동안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요?
A : 2022년 GIDC에서 대학부 동상을 수상했을 때, 그리고 2023년 BIC의 BIGM 프로그램에 선정됐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 받은 스포트라이트가 큰 힘이 됐어요.
■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 그리고 바라는 기억
Q :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는 따로 있으신가요?
A : 최근 디스코드 서버를 오픈했고, 아직은 출시 전이라 활발하진 않지만 작년 12월 텀블벅 펀딩을 하면서 관련 SNS를 통해 소통해왔어요.
Q : 출시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 정확한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개발 중이에요. 전반기에 베타 테스트를 마치고, 하반기쯤 정식 출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A : 정말 저희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완성하고 싶어요. 생계를 위한 개발이 아니라, ‘이게 우리가 만들고 싶던 게임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완수하는 것이 지금 가장 큰 목표예요. 나중에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지금만큼은 이 방향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Q : 플레이어들에게 ‘할케미스트’는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 게임을 껐는데도 계속 생각나는 게임이요. 그런 게임이 명작이라 불린다고 생각해요. ‘할케미스트’가 꼭 명작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그 게임 참 괜찮았지”라고 회자될 수 있는, 입소문이 나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 마지막으로 홍보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A : 몇 달 안에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예정이에요. ‘할케미스트’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앞으로의 소식도 꼭 지켜봐 주세요!
■ 인터뷰를 마치며: 기억에 남는 게임, 기억에 남는 이름
두 번의 기획 변경과 수작업 픽셀 그래픽, 그리고 2인 개발팀의 끈질긴 도전. 팀 플라스크의 ‘할케미스트’는 단순한 인디 게임이 아닌, 진심과 실험정신이 응축된 결과물입니다. “게임을 껐을 때도 계속 생각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그 바람처럼, 이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이름으로 남길 바랍니다.
올 하반기,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이 연금술의 세계를 직접 마주할 시간이 머지않았습니다. 익숙한 장르 속에 낯선 조작을 녹여낸 이 실험은, 분명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할 것입니다. 두 캐릭터의 교차 플레이가 만드는 퍼즐과 액션의 리듬은,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을 남깁니다. 당신의 기억에 남을 인디 게임 한 편을 찾고 있다면, 할케미스트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이름입니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