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 요법의 유효기간이 끝났다.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했던 기회가 끝난 것이다. 그런데 그 끝이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도 단호하다.
충격 요법의 핵심은 주도권 선점이다. 즉, 상대방에게 제대로 대응할 기회를 주지 않고 협상 또는 대결의 흐름을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여 자신이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주된 전술이다. 상대방에게 예측하지 못했던 초기 협상 방식과 제안으로 충격을 가하고, 이에 당황한 상대방이 미처 제대로 된 반격이나 역제안을 준비하기 전에 신속하게 몰아붙여 미리 준비했던 결론 혹은 유사한 방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기선 제압형 협상가인 트럼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패턴이다.
그런데 트럼프 2기의 초기 정책 기조였던 이 충격 요법이 끝난 것이다. 아니, 중단 당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법원이 트럼프의 상호 관세 정책에 대해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이 그 하나이고, 그 다음이 미 정부 관료 시스템에 충격적 변화를 주도했던 정부효율부 수장이었던 일론 머스크의 예정된 퇴진이다. 그리고 충격 요법이 끝났다고 판단한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상대방이 더 이상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와 같은 상황 전환이 뜻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트럼프 정부의 예측 가능성이 상실되었다는 뜻이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당황하셨을 것이다. 충격 요법의 핵심이 상대방의 예측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었는데 이제 충격 요법이 끝났다면 이제는 예측 가능성이 회복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해서 말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트럼프의 시간이 끝났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협상은 전술적으로는 충격 요법을 바탕으로 하는 교란전술이다. 하지만 전략적 목표는 또렷하기 때문에 오히려 예측하기가 쉬웠다. 그것은 바로 ‘이익’이다. 전술은 바뀌어도 전략적 목표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충격 요법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에 대하여 중국, EU,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소속 국가들이 보여 준 대응이 생각보다 대담했다는 것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대응이 대담할 수 있었던 원인은 첫번째, 이미 트럼프 1기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기세 싸움으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측되었었다.
두번째, 미국이 이전만큼 절대 강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강력한 공급망은 물론 기축 통화의 대안으로서도 꽤 솔깃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EU가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함으로써 최소한 협상에서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게다가 기축 통화의 문제는 미국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스테이블 코인 정책을 추진하여 중국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정책을 견제하면서 달러를 가상 화폐와 연계시켜 새로운 금융 환경에서도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에서도 얼마나 절실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번째, 트럼프가 너무 많은 내부의 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 디지털 청 산하의 임시 기구이지만 마치 대통령 직속 기구처럼 운영된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를 고용하여 정부 기구 개혁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 사례. 이것은 ‘기업가가 훨씬 효율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관료 사회의 반감을 샀고,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기반을 둔 연방 정부 기구의 개혁에 대통령 직속 임시 기구인 정부효율부를 사용함으로써 의회의 행정부 견제권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대통령령을 남발함으로써 의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색깔론’으로 각계를 압박한 것도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을 외국인 유학생 배제 등 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지원금 박탈하는 등으로 압박하자 대학 당국은 물론 유력 졸업생 등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내부의 적은 국민들이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 관세 부과는 시장 물가의 상승으로 직결된다. 이것은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여당 공화당 하원 의원들조차 트럼프의 정책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이렇듯 트럼트 스타일의 초기 충격 요법 전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충격이 아니라 전문 정치와 행정가로서, 혹은 냉철한 경영자로서의 모습으로 섬세한 조율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트럼프의 강점이 아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의 위기가 있다. 트럼프의 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가장 대표적 정책인 관세 정책이 부과와 유예가 반복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제는 어떤 예측 가능성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왜냐 하면 트럼프의 전략적 목표인 이익의 극대화를 달성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의 최우선 목표이자 트럼프 경력의 증거인 이익 추구 조차도 어려워진다면 러-우 전쟁의 중재 등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 정치력을 트럼프가 발휘할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 미국의 현재 세계적 지위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책은 하나밖에 없다.
예측할 수 없으면 기다려라.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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