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향이 2022년 25%에서 2025년 15%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AAA)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국내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미국에서도 구매 의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인 미국자동차협회(AAA)가 3일(현지 시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구매할 의향이 있다” 또는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AAA는 “지난 4년간 75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이 출시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에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구매 의향이 없다” 또는 “전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63%로 급증하며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응답자들이 꼽은 주요 장애물은 높은 배터리 수리 비용(62%)과 구매 가격(59%)이다. 이 외에도 장거리 주행 부적합(57%), 공공 충전 인프라 부족(56%), 주행 중 충전 불안(55%) 등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로 지목됐다.
자택 충전소 설치 어려움(27%), 정부 보조금 축소 우려(12%)도 응답자들의 망설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AAA의 ‘2024 운전비용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는 감가상각, 금융비용 등으로 인해 전체 소유비용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연료비 절감(기름값)’과 ‘친환경성’, ‘낮은 유지비’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AAA는 “2023년 조사 기준, EV는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전기요금 15.9센트를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연료비를 기록했으며, 유지보수 비용 또한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EV의 미래에 대한 기대도 하락하고 있다. 2022년에는 40%의 운전자가 “10년 안에 대부분의 차량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올해는 23%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세제 혜택 및 리베이트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며 EV 구매 의향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AA는 “완전한 EV보다 하이브리드(HEV)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모델은 내연기관의 익숙함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을 고려한 주행이 가능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AAA의 이번 설문은 미국 성인 112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 ±4% 수준으로 미국 가구를 대표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글로벌에서는 전기차 채택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 없이는 보급 확대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