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 르노가 생산해 독일 육군이 수소용 트럭으로 사용됐던 3.5톤급 중형 트럭 (위키피디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프랑스 정부가 자국 자동차 제조사 르노(Renault)에 드론 생산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역할과 맞물려 묘한 주목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국방부가 최근 르노에 드론 생산 가능성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프랑스 정보 사이트 '프랑스인포(Franceinfo)'도 르노가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을 맡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참여 여부는 해당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특정 업체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드론 생산 요청 업체로 지목하고 있는 르노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세바스티앵 르코르뉴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LCI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프랑스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와 소규모 방산업체 간의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론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핵심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정찰과 정밀 타격에 활용되며, 러시아군에 맞선 전술을 크게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르노가 드론 생산에 참여할지의 여부는 또 다른 시각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군수품을 생산했던 르노는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 나치에 점령 당한 직후부터는 독일군의 군용 차량, 탱크, 군수품 등을 생산했다. 르노가 생산한 군용 차량들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육군의 주력으로 사용됐다.
이로 인해 르노 창업자인 루이 르노는 프랑스에서 독일이 철수한 직후 반역 혐의로 체포됐고 재판을 받기 전인 1944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르노가 프랑스 정부의 국유화 대상이 된 것도 나치에 부역한 전력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르노가 다시 군수 산업에 발을 들이려는 움직임은 국내외 여론의 복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 르노의 최대 시장이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한 드론을 생산해 공급할 경우 이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일이 더 꼬일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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