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팩토리 제로(Factory Zero)’ 인근에서 도둑들이 훔치려다 실패한 GMC 허머 EV가 선로에 방치돼 있는 모습. (metrodetroitnews/Instagram)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액션 영화에서 기차 선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영화에 불과했을 뿐인가 보다.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열차 선로에서 풀사이즈 전기 픽업 트럭 GMC 허머 EV를 훔치려던 도둑들의 무모한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도둑들은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초대형 전기 픽업을 열차에서 끌어 내린 후 선로 위로 직접 몰아 훔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결국 두 대의 차량 모두 심하게 부서지면서 미완의 도주로 끝났다.
사건은 GM의 ‘팩토리 제로(Factory Zero)’ 인근에서 벌어졌다. 범인들은 철도 화물차에 실려 있던 허머 EV를 훔쳐내기 위해 영화나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무모한 작전을 감행했다. 열차에서 차량을 밀어내 선로 위로 떨어뜨리고 그대로 몰고 달아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차량은 착지 실패로 시작부터 망가졌다. 승객석 쪽 앞바퀴가 철도 침목 위에 그대로 떨어지며 펜더가 찌그러졌고 타이어는 비드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억 원이 넘는 오프로더가 비드락 휠조차 장착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 큰 놀림거리가 됐다.
두 번째 차량은 점프에는 성공했지만, 선로 위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전륜이 철도 레일 사이에 비스듬히 끼이면서 그대로 멈춰 선 것이다. 누가 봐도 무리한 시도였지만 “정글에서도 달릴 수 있다”는 허머 EV는 도둑들에 의해 선로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구조적으로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량도 선로와 같은 비정상적인 환경에서는 허세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꼴이 됐다. 허머 EV는 GM이 전기차 시대를 겨냥해 내놓은 상징적 모델이다. 최대 출력 1000마력, ‘크랩 워크’(대각선 주행) 같은 기술력을 자랑했지만 이번 사건은 오히려 그 이미지에 흠집을 남겼다.
과거에도 자동차 도둑들의 어설픈 시도는 종종 화제가 됐다.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절도범은 딜러숍에서 포르쉐를 훔치려다 수동 변속기 조작에 실패해 도주를 포기했고 2020년에는 플로리다에서 도난 신고된 슈퍼카가 주유 도중 전기 충전기 옆에 멈춰선 채 발견되기도 했다.
빠르게 발전한 기술이 도둑들의 상상력을 넘어서면서, 해프닝 같은 사건들이 꾸준히 반복되고 있는 셈이고 허머 EV는 전기차 시대의 괴력 머신이지만 도둑들의 차력쇼에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 아무리 허머라도 기찻길은 쉽게 넘을 수 없는 선이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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