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망 위기는 언제나 ‘서서히, 그리고 한순간에’ 터진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장은 점차 멈췄고, 몇 달이 지나 재고 부족이 전방위적으로 터지면서 자동차 가격은 폭등했다. 지금, 그때와 유사한 양상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는 물론, 차량 내 스피커 같은 전자장비에까지 사용되는 희토류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 원자재다. 지난 4월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자, 중국은 희토류와 관련 자석의 수출을 제한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 자동차 업계는 완전히 공황 상태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다들 원재료를 확보하지 못해 안달이다.

다행히 6월 들어 중국 정부는 일부 미국 기업에 희토류 수출 허가를 내줬고, 6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수출 규제를 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규제가 장기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얼마나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의 60%를 생산하고 90%를 가공한다. 중국이 ‘수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명백한 공급망 무기화를 선언한 셈이다.
전기차, 태양광,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의 거의 모든 뿌리가 중국과 연결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비슷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은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 내 배터리 및 클린에너지 원재료 공급망을 육성하는 전략이다. 이에 맞춰 GM과 포드는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리튬·망간 기반(LMR)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같은 희귀 금속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일부 전기차 스타트업과 제조사들은 아예 ‘영구자석 없는 모터’를 개발 중이다. 리비안(Rivian)의 CEO RJ 스캐린지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희토류가 필요 없는 모터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의 독립성과 소재 대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태는 일시적인 희토류 수급 위기에 그치지 않고, 서방 제조업의 구조적 리스크를 부각시켰다. 지정학적 갈등이 언제든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시대다. 원재료 확보의 불확실성은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생산 자체를 멈춰 세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근본적인 공급망 체질 개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공급망"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게 될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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