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너제이=IT동아]

“AMD의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적응력(Adaptive)이 있다. AMD는 하드웨어의 확장성을 유연하게 하는 작업부터 고도로 통합된 적응형 SoC(시스템 온 칩)을 설계하는 것까지 모든 분야에서 진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의 목표는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통합이며, 이는 오늘날 반도체 산업에서 생존과 리더십을 위한 철학을 완벽히 대변한다”

살릴 라제(Salil Raje) AMD 어댑티브 및 임베디드 컴퓨팅 그룹(AECG) 총괄 수석 부사장은 AMD AECG의 사업 철학의 핵심을 적응력이라고 말한다.

자일링스(Xilinx)의 공동 창업자인 로스 프리먼(Ross Freeman)이 세계 최초의 상업용 FPGA(프로그래밍 가능한 반도체)를 내놓은 지 올해로 40년 차를 맞았다. FPGA는 고성능 컴퓨팅 및 산업 현장에서 회로를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특수 반도체로 자동차나 신호등 같은 일상에서 부터 로봇이나 데이터센터, 주식거래 시스템, 우주 항공 분야까지 폭넓게 쓰인다.

한편 AMD는 지난 2020년 자일링스 인수를 발표한 뒤, 2022년 2월에 모든 규제 승인을 받고 사업을 합병했다. 이를 통해 AMD는 고성능 컴퓨팅 분야와 적응형 컴퓨팅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고, 3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엣지 컴퓨팅부터 산업용 AI 가속기에 이르는 폭넓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IT동아는 FPGA 출시 40주년을 AMD 어댑티브 및 임베디드 컴퓨팅 그룹(AECG)을 이끌고 있는 살릴 라제(Salil Raje) 총괄 수석 부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살릴 라제, 20년 이상 FPGA 산업에 기여한 업계 전문가

살릴 라제 부사장은 AMD 어댑티브 및 임베디드 컴퓨팅 그룹 수석 부사장이자 총괄 매니저로, FPGA, 적응형 SoC, 임베디드 프로세서 및 맞춤형 플랫폼 전반의 전략, 사업 운영, 개발, 엔지니어링까지 촐괄한다. 그는 자일링스에서 17년 간 근무하며 초기 단계였던 데이터센터 사업을 자일링스의 주력 사업으로 끌어올렸고, 주문형 반도체(ASIC)급 알고리즘 및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는 비바도 디자인 슈트(Vivado Design Suite)와 애플리케이션을 AMD 플랫폼에 배포하는데 필요한 비티스(Vitis)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자일링스 재직 이전에는 몬터레이 디자인 시스템에서 실리콘 가상 프로토타이핑 기술을, IBM T. J 왓슨 리서치 센터에서 고수준 합성 기술을 연구했다. 2001년에는 하이어 디자인(Hier Design)을 설립하고 플랜어헤드(PlanAhead)라는 계층적 설계 및 설계기획 도구를 FPGA 설계 기업에 제공했다. 그리고 2004년 자일링스가 해당 기업을 인수하며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인도공과대학교 마드라스에서 전기공학 학사, 노스웨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ASIC 및 FPGA 설계 및 전자 설계 도구 분야에서 8건의 특허와 15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AMD 수석 부사장이면서도 카네기멜론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과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학계에도 기여하고 있다.

“AECG는 AMD 엣지 AI 전략의 핵심··· 최적의 사용자 경험 실현”

살릴 라제 부사장은 AMD AECG를 이끌며 AMD와 자일링스의 산업적 영향력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AMD의 전반적인 컴퓨터 비전에서 AECG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AMD 포트폴리오와 어떻게 융합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살릴 라제 부사장은 “AECG는 AMD 엣지 AI 전략의 핵심이다. AMD의 적응형 SoC는 FPGA 패브릭뿐만 아니라 AMD 프로세서, 신경망 처리 장치(NPU), 비디오 엔진 등을 주요 지식재산권 형태로 통합 중이다. 라이젠 AI 엔진의 NPU도 자일링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엣지 컴퓨팅을 위한 적응형 SoC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러한 독보적인 호환성을 통해 개발자는 라이젠 AI 기반 고성능 PC에서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 및 학습하고, 이를 임베디드 시스템에 직접 배포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AMD는 자일링스 인수를 통해 반도체 자산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AI 산업까지의 원동력을 확보했다. 이 두 기업과 반도체 자산의 결합으로 AI 모델 구축부터 실제 사용자들이 접하는 임베디드 시스템으로의 배포까지 원활하게 제공하는 과정이 마련됐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면서 FPGA의 산업용 가치 역시 커지는 추세다. 살릴 라제 부사장이 바라보는 AMD FPGA의 산업적 가치와 ASIC 대비 장점은 무엇일까. 살릴 라제 부사장은 “FPGA와 적응형 SoC는 실시간 성능, 낮은 지연시간, 전력 효율 측면에서 큰 이점을 제공하며, 이는 로봇이나 자율주행 차량, 산업용 시스템 같은 엣지 장치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GPU와 ASIC는 고정된 기능만 수행해야 하나, AMD의 적응형 SoC는 전처리, 추론, 후처리까지의 모든 AI 작업 과정을 단일 칩에서 처리한다. AMD는 올해와 내년 사이에 엣지 AI 제품에 대한 라인업을 확충하고, 업계 전반에 걸쳐 유연성과 확장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산업 자동화부터 항공 우주까지… 그 다음은 엣지AI

산업이 디지털화할수록 FPGA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FPGA는 5G 및 6G용 통신 반도체, 자율주행 차량, 보안 금융, 과학, 에너지, 우주 항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그런데 AMD가 바라보는 시장은 서버 기반의 중앙집중식 환경은 물론 데이터 처리 말단에 해당하는 엣지 환경도 포함된다.

정리하자면 서버용 시장은 이미 CPU와 GPU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 시장은 AMD 에픽(Epyc) 프로세서나 인스팅트 MI 시리즈 AI 가속기가 끌고 가는 중이다. 따라서 FPGA와 적응형 SoC는 서버 영역의 반대쪽에 있으면서 조건에 따라 사용 환경을 맞춰야 하는 시장을 공략한다. FPGA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작동 환경에 맞춰 활용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서버부터 실제 작동 환경까지 각각 공략하는 것이 AMD의 전략이다.

FPGA 40주년, AMD의 전략은 ‘지속적인 통합

오늘날 반도체 산업은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동시에 갖춰야 살아남는다. 엔비디아의 GPU와 쿠다(CUDA) 소프트웨어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추는 이유도 하드웨어 제조사가 십수 년에 걸쳐 견고하게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다져온 덕분이다. AMD 역시 CPU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완성한 상태며, 자일링스는 FPGA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다. 이제는 이를 조합해 더 넓은 시장 생태계 확보를 노린다.

인터뷰 내내 살릴 라제 부사장은 ‘지속적인 통합’을 강조했다. 좋은 하드웨어와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뜻한다. FPGA 분야만 국한했을 때 이는 잘 진행되어 왔고, 이제는 서버용 CPU와 AI 가속기용 GPU와의 호흡도 맞춰야 한다. 자일링스와 AMD가 함께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났다. 앞으로 10년, FPGA 출시 50주년 이전에는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