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는 첨단으로 가는데 현실은 후퇴하고 있는 예가 많다. 미국의 상황도 그렇다. 이렇게 망가질지 몰랐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힘의 이동>이라는 책이 떠 오른다. 이번에는 인도 자동차산업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인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아직 제2의 중국을 상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인구 규모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강력한 내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수년 전만 해도 열악한 환경과 문화적인 이유로 성장 가능성이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급성장 중인 산업 수요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에서도 큰 잠재력을 보인다. 다만 수치로만 보면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실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의 분석이 필요하다. 소형차와 오토바이가 주력인 시장이다. 인도라는 독특한 문화는 중국과는 전혀 다르다. 두 나라 모두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은 같지만, 정치와 경제형태는 다르다. 글로벌오토뉴스를 통해 전했던 뉴스를 중심으로 인도 자동차산업의 현재를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인도의 2024년 승용차와 상용차 합산 출하 기준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522만 6,784대였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다.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대부분의 시장이 하락한 데 반해 인도는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4위인 일본 시장은 7% 감소한 442만 1,494대였다. 인도의 승용차 생산은 4% 증가한 427만 4,793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용차는 3% 감소한 95만 1,991대. 승용차 판매는 5% 증가한 420만 대, 경상용차(LCV) 판매는 1% 감소한 69만 1,000대였다.
SUV 등은 17% 증가한 274만 9,932대가 팔렸다. 소형차에서 가족이 쾌적하게 탈 수 있는 SUV까지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속속 SUV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는 중산층의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자동차 제조자협회(SIAM)는 긍정적인 소비자 심리와 거시경제적 안정성이 업계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과 차량 가격 상승, 루피화 가치 하락, 극단적인 기상 조건과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인도 내 신차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폭염과 고르지 않은 몬순으로 인한 기후 변화, 중앙 및 지방 차원의 선거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장조사회사나 컨설팅회사들은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202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올해 판매량은 500만 대에 근접하겠지만 이를 소폭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의 판세를 보면 내수 수요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트럼프의 갈팡질팡 정책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인도는 중국과 인구수가 비슷하다. 중국은 인구가 줄고 있고 인도는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관점으로는 인도가 잠재력이 더 높다. 두 나라 모두 권위주의 국가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평가는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인도시장의 자동차 대중화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약 7%대의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중산층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2015년 이후 매년 7~8%대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연구소는 인도의 최근 경제 및 자동차 시장 성장 추이는 자동차 대중화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던 2000년대 초반 중국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돌파한 2008년부터 자동차 대중화가 본격화한 것처럼, 인도는 2021년경 이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2016년 기준 인도 1인당 GDP는 1,766달러였다. 2024년은 포브스는 2,500~2,700달러로 추정, IMF는 2,710달러, 세계은행은 2,485달러로 추정하거나 평가했다. 가구당 소득은 2016년 기준 20만 루피(약 3천 달러)로 중산층 인구가 전체의 26% 수준인 3억 명을 넘어섰다. 이는 신차 구매가 가능한 중산층 규모가 2020년 6억 명(전체의 41%)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계층별 극심한 소득 격차로 이에 대한 분석이 쉽지 않다. 헤럴드 경제의 2022~2023년도 가계 소비 지출 조사에 따르면 1차 데이터에서 농촌 가구의 1인당 소비는 164%, 도시 가구는 146% 증가했다. 이는 전반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을 나타내지만, 구체적인 가구당 소득은 확실한 데이터가 없다.

인도 정부는 207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넷 제로 달성 목표와 더불어, 2030년까지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강력한(?) 육성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인도에 제조 시설을 설립하는 조건으로 수입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70%에서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 기업 유치를 위한 것으로 읽힌다.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한 세금 혜택, 전기차 부품 및 원자재 수입 관세 인하, 기술 개발 R&D 지원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2023년 인도 내 전기차 판매는 약 153만 대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전기차 보급률은 매년 3% 가까이 상승하는 추세이며,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30%, 연간 1천만 대 판매가 전망될 정도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륜 전기차의 수요가 급증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승용 전기차 부문도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 관련 글로벌 투자 비중이 미미하지만, 최근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중국 등에 편중된 글로벌 전기차 생산 투자를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충전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전기차의 초기 구매 비용도 여전히 높다는 점도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 공급망 불안정은 인도 자동차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그래도 배터리 전기차 판매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전년 대비 각각 166%, 209% 급성장했다. 2023년 인도의 전동화차 판매는 약 153만 대로, 2022년 대비 50% 증가했다. 다만 이 중 승용 배터리 전기차의 비중은 약 5.3%에 불과하며, 판매량으로는 8만 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인도의 전기차 시장은 현재 전기 이륜차와 전기 삼륜차가 주도하고 있다. 2023년 판매된 전기차 중 전기 이륜차가 약 85만 대로 56.2%, 전기 삼륜차가 약 58만 대로 38.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인도의 교통 환경과 소비자의 소득 수준으로 인한 것이다.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인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율은 약 6.7%에 머물고 있으며, 전기 승용차의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타타 모터스가 2023년 기준 약 6만 1,435대를 판매하며 시장의 6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MG(Morris Garages)가 2만 1,464대로 2위, 마힌드라 7,104대로 3위였다. 현대차는 910대, 기아 408대를 판매하며 각각 8위와 10위를 기록했다. 낮은 판매량이지만, 현대차는 '크레타 EV' 등 현지 전략형 전기차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타타모터스는 향후 5년간 최대 3,500억 루피(약 4조 1천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7년 3월까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16%로, 2030년까지는 시장 점유율을 18~2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차량 판매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과 충전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구매에 대한 GST(상품서비스세) 5% 등 세금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인도의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4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2년에는 시장 규모가 1,177억 8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마루티 스즈키가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기아, 타타모터스, MG, 마힌드라, BYD, 시트로엥 등 다양한 글로벌 및 현지 완성차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을 중요한 거점으로 인식하고 생산 능력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
판매 대수는 마루티 스즈키가 약 175만 5,000 대 이상을 판매하며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현대자동차가 60만 5천 대 이상을 판매하며 2위, 타타모터스가 56만 2,000 대 이상으로 3위, 마힌드라 52만 8,000 대 이상으로 4위, 토요타 30만 대 이상, 기아 24만 5,000 대 이상을 판매했다.
그 외 혼다, MG, 폭스바겐, 르노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인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특히 타타모터스, 마힌드라, BYD 등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보여, 향후 친환경차 부문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은 타타모터스가 선두다.
스즈키 자동차는 2025년 2월 25일, 인도 북부 하리야나 주에 위치한 카르코다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첫해 생산 능력은 연간 25만 대로, 이를 통해 인도의 연간 총 자동차 생산 능력은 260만 대에 도달하게 됐다. 카르코다 공장은 인도 내 네 번째 사륜차 생산 공장이다. 스즈키는 이번 생산 능력 확대에 이어, 서부 구자라트주에도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 2030 회계연도까지 인도의 연간 자동차 생산 능력을 40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2024년 10월 17일, 누계 생산 대수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공장 가동 18년 만에 달성한 실적으로, 스즈키의 글로벌 자동차 공장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인도 내수 판매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인접 국가로도 수출된다.
마루티 스즈키의 연간 생산 용량은 235만 대. 창립 이래 누계 생산은 3,110만 대에 달한다. 40년 4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스즈키의 전 세계 생산 시설 중 가장 빠르게 3,000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가 35만 대에 불과했던 1998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현대차는 경차 쌍트로를 생산해 진출 첫해부터 2위 메이커로 오른 뒤, 현지화된 차량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 왔다.
현대차는 인도 내수 판매와 수출 확대에 따라 공장 가동 5년 만인 2005년 누적 생산 50만 대, 2006년 100만 대를 돌파했다. 2008년 2공장을 준공한 뒤 2015년 500만 대, 2017년 700만 대를 돌파했다. 현재 현대차 인도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65만 대 수준이며, 이온, i20, 엘란트라, 크레타, 투싼, 그랜드 i10, 베르나 등이 생산되고 있다.
2023년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현지에서 108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역대 최다 연간 생산량을 달성했다. 현대차가 약 76만 대, 기아가 약 32만 대였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대수는 86만 대였다. 2024년에는 90만 대에 육박했고 올해 1분기 22만 9,000대를 판매하며 역대 1분기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12%, 기아가 6.4%로 합계 19.4%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2025년까지 인도 내 총생산 능력을 연간 15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100만 대 이상, 기아 50만 대 이상). 이는 인도 시장의 성장세에 따른 방침이다. 2023년에는 GM의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여 2025년 3분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시장에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 나선다. 현대차는 2025년 5월, 인도 델리의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를 통해 인도 마이크로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하고 3륜 및 마이크로 4륜 EV 콘셉트를 공개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전기 오토바이, 초소형 전기차 등 친환경 동력을 활용한 소형 이동 수단으로, 인도, 아태 등지에서 대중교통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아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공장에서 콤팩트 SUV 시로스 양산을 개시했다. 시로스는 도심형 SUV로서 사전 계약 시행 이후 10,258대 기록하며 인도 시장에서 판매 흥행을 예고했다.
1997년 인도 칼로스카 그룹과 합작(토요타 지분 89%)으로 인도에 진출한 토요타 자동차는 인도에 첫 번째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2026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초기에는 약 200명을 고용하고 이후 최대 1,000명 규모의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번 센터는 일본 본사를 제외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세 번째로 설립되는 토요타의 R&D 거점으로, 앞서 중국과 태국에 각각 구축된 바 있다.
최근 인도는 토요타에게 점점 더 중요한 수출 및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토요타는 2023년 인도 내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30만 212대를 기록했으며, 생산량도 18% 증가한 38만 8,582대로 확대됐다.

인도는 도시화와 함께 도로 등 관련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정비되고 있다. 인도의 도로 인프라는 고속도로 비중이 작고 비포장도로가 많아 자동차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에 모디 정부는 대규모 고속도로 건설과 연방국도 복구 및 개선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이며, 다양한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업체들의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인도 자동차 대중화는 하위 중산층이 주도하고 있으며 소득 증가와 함께 중상층 이상 비중이 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의 주도가 특징이다. 자동차 구매자 중 20~30대 비중은 60% 전후에 달한다.
차급에서는 기존 볼륨 차급인 컴팩트 차급과 소형 SUV가 엔트리 차급으로 점차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인도의 자동차 산업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전기차 전환이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인프라 구축과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형차 중심의 시장으로 수익성 확보도 도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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