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가능성으로 인해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게임과몰입)’를 국제질병분류(ICD-11)에 공식 등재한 이후, 국내에서도 이르면 내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편안을 마련한 뒤 이를 반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임 과몰입’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게 되면, 이는 곧 ‘정신질환’의 하나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 ‘질병화’가 단순히 게임업계나 보건·복지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이 ‘정신질환’으로 분류될 경우, ‘병역 제도’와 같은 전혀 다른 분야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역처분 기준에 따르면 (신체검사 상) 신체등급 1급에서 3급까지는 현역병으로 입대하게 되지만, 질병이나 심신장애의 정도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4급을 받아 ‘보충역’, 즉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된다.
따라서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정식 분류된다면, 일정 기간 이상의 치료 이력이나 입원력, 현재 증상 발현 여부에 따라 병역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을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이와 관련해 직접 문의한 결과,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는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공식 분류되지 않았고, 신체검사 항목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다만 관계자는 “만약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판단된다면, 관련 전문가와 의사들의 논의를 거쳐 병역판정 신체검사 규칙(국방부령)에 관련 항목을 추가할 수 있다. 이후 이 항목에 따라 신체검사가 진행되고, 증상 정도가 기존 정신질환 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면, 예외를 두지 않고 (매뉴얼대로) 동일한 방식의 등급을 판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게임 과몰입’이 정식 질병으로 분류되고, 병무청의 병역판정 규정에 반영될 경우 기존의 정신질환과 유사한 기준에 따라 병역 등급이 매겨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도에 따라 ‘보충역(사회 복무요원, 4급 판정)’이나 ‘병역 면제(6급 판정)’까지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병역 제도에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바로 악용 가능성이다. 병무청의 ‘병적별도관리 대상자의 장기 대기사유 병역 면제 현황’에 따르면 2024년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연예인 272명 중 50명(18.38%)이 정신질환을 사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정신질환은 MRI나 혈액검사처럼 객관적인 생체 지표보다는 자기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위증이나 과장 진술을 통한 악용 가능성이 높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뚜렷한 생리적 근거조차 부족한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인정된다면, 진단 조작이나 병역 회피를 위한 편법적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직업적 게임 활동과 질병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WHO는 ‘게임과몰입’을 ‘12개월 이상 게임 사용을 조절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개인의 일상에 중대한 손상이 발생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정의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소속 프로게이머는 하루 10~12시간 이상 게임을 플레이하고 분석한다. 프로게이머 외 게임 개발사나 퍼블리셔 소속 종사자들도 게임 테스트나 QA 업무 등을 위해 장시간, 반복적으로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금의 정의대로면 프로게이머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업무를 수행한 것만으로도 ‘위험군’ 혹은 ‘진단 대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이 질병화 된다면 게임 산업 외에도 병역 제도와 같은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도 부정적인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과학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한다면, 그 피해는 다방면으로 모두가 떠안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