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게임 이용 장애, Gaming Disorder)을 질병 코드로 분류한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의 적용이 가시화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화부와 게임산업협회 중심으로 여러 번의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게임 질병 코드 등재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21대 대통령으로 뽑힌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게임을 질병으로 봐서는 안되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게임사들이 집중되어 있어 게임의 메카로 불리는 성남시에서 ‘중독예방 AI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구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공모전을 진행한 성남시 신상진 시장은 이번 대선 때 게임을 도박, 알코올, 마약 등과 함께 분류하면서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 회복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국민의힘 소속이며, 시장 당선 이전에는 대한의사협회장 등 다양한 의료 협단체에서 활동한 의사 출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게임 질병 코드 논란이 커지고 있다보니, 이 것이 전세계적인 흐름인지, 아니면 한국만 유별나게 더 적극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임동아에서 여러 해외 지사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조사해본 결과 한국과 달리 무관심에 더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WHO에서 탈퇴한 미국의 경우, 이미 탈퇴했으니 ICD-11에 따를 이유가 없는 상황이며, 미국정신의학협회 역시 미국의 표준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을 통칭하는 DSM-5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추가 연구가 필요한 항목으로 분류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현지 이용자들 역시 게임 이용 장애가 새로운 질병 코드에 등재된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취미로 자리잡은 활동인 만큼, 이를 병으로 분류하면 게임 문화를 저해하고, 게임 이용자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하게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총기, 마약 등 아이들에게 더 위험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보니, 집에서 즐기는 게임이 건전하고, 안전한 취미 생활로 여겨지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경우도 게임 질병 코드에 대한 관심도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책, TV, 영화와 같은 여가 수단이며, 일부 소수에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더라도, 이를 게임 산업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ICD-11 발표 당시에도 이것이 화제가 되지 않았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게임 장애 관련 보도를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 의학/학술 저널에 게재된 기사였고, 주요 게임 매체에서는 게임 질병 코드를 제목에 언급한 사례가 전무했다고 한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치료가 필요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기는 하나, 대다수는 해당 분류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더 많으며, 알코올, 담배, 대마초 또는 기타 향정신성 물질보다 훨씬 ‘건강한 취미’라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에는 북미, 유럽보다는 게임 질병 코드에 대한 관심이 있는 편으로 나타났다. 게임 질병 코드 관련으로 뉴스 보도가 있었으며, SNS를 통해서도 관련 소식이 퍼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게임 질병 코드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을 병으로 취급한다’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부모, 교육계, 의료계에서는 치료가 필요하다며 게임 질병 코드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국립병원, 민간병원 등에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다만, 게임 산업 전체를 질병으로 낙인 찍으려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게임 이용 장애는 개인의 책임이며,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지원한다는 개념이 더 강하다는 것.
게임을 질병시 하는 것은 산업 전체에 대한 규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한 이들을 위해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며, 기업이 문제가 되는 이들을 위해 자율적인 조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WHO 회원국 중 게임 질병 코드 등재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만큼, 국가적으로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너무 극단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경제지와 증권가에서도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이미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 제한 및 결제 금액 제한 등 한국보다 더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른 나라 문화에 노출되는 것과, 청소년들에게 지나친 과금 유도를 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규제 정책과는 별도로 게임 산업 육성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미국을 따돌리고 전 세계 1위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특히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있어, 2024년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한 185억 5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검은 신화 오공이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관영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찬사를 보냈으며, 올해 초에는 소비촉진 특별 시행계획을 통해 중국 전통 문화를 반영한 오리지널 IP 개발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특히 교육열이 높은 국가인 만큼, 중국 청소년들이 공부 대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규제하고 싶지만, 중국 게임 산업의 수익성과 문화 전파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여러 국가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게임을 취미 생활로 인정하고 있는 서구권에서는 질병 코드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편이지만, 한국, 중국 등 교육열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게임 질병 코드를 적극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열이 과열된 국가일수록 더 게임 질병 코드 등재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고, 본격적으로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청소년들의 관심이 게임에서 공부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과거 게임에 없던 시절에도 만화가 청소년들의 공부를 망치는 존재로 규제를 받았던 것처럼, 청소년들은 재미없는 공부 대신 또 다른 즐길거리를 찾아갈 것이 뻔하다. 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이 발표한 세대별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순위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가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게임이지만, 그 다음은 유튜브, 그 다음은 무엇을 탓하려고 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