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정서 깡토 스튜디오 CEO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을 오래도록 간지럽히는 게임이 있습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따뜻한 픽셀 아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은근한 메시지까지. 바로 깡토 스튜디오 이야기입니다.
첫 작품인 ‘피피숲의 연금술사’부터 최근 얼리액세스로 선보인 ‘로얄 블루의 마법 의상실’까지, 그는 게임을 통해 자신만의 감정과 경험을 조심스레 녹여내고 있습니다. 도전과 성장, 그리고 플레이어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박정서 CEO님과의 진솔한 대화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세요.

■ 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새로운 세계의 시작
Q : 먼저, 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안녕하세요. 저는 ‘깡토 스튜디오’라는 1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서입니다.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전에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5년 정도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부터였어요. 디자인 일을 하다 보니 점점 게임 기획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단순히 기획에 참여하고 싶다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기획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회사에선 기획 참여 기회가 거의 없었고, 아트 업무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그렇다면 내가 직접 회사를 만들어 게임을 개발해보자’는 마음으로 깡토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 멋진 계기네요! 그럼 설립 초기에는 어떤 점들이 가장 어려우셨을까요?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A : 어려운 순간은 사실 너무 많았어요. 처음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짧은 어드벤처 PC 게임을 만들면서 ‘방구석 개발자’로 시작했어요. 주변에 개발자 지인도 없고, 피드백 받을 곳도 없었고, 인기 게임 지원 사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였죠.
그러니까 뭘 모르는지도 모르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개발을 한 거예요. 그렇게 막막하던 와중에 어느 대표님께서 ‘부산 글로벌 게임센터’라는 공간을 추천해주셨어요.
입주하면서부터 상황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출퇴근하면서 다른 개발자분들, 대표님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게임 플레이 피드백을 받고, 지원 사업 정보도 공유받았고요. 처음으로 사업 지원도 신청해서 선정도 되고요. 그때 ‘게임 개발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 '깡토스튜디오' 이름 속에 담긴 도전의 메시지
Q : 맞아요,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정말 중요하죠. 그럼 회사 이름인 ‘깡토 스튜디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 ‘깡토’는 제가 오래전부터 웹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이에요. ‘깡토’라는 캐릭터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물불 안 가리고 해내는, 아주 도전적인 토끼 캐릭터예요. 자유분방하고 사고뭉치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캐릭터처럼 도전적이고 과감한 성격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로 이 이름을 지었습니다.
Q : 너무 귀엽고 의미도 좋은 이름이에요. 현재는 1인 개발을 하고 계시는 거죠? 기획부터 개발까지 전부 혼자서요?
A : 네, 맞습니다. 모든 걸 혼자 하고 있어요.
Q : 정말 대단하세요. 사실 저도 버닝비버 때 뵌 기억이 있어요. 그때도 1인 개발이라고 하셔서 놀랐었는데, 이후에 자료 찾아보니까 여전히 잘하고 계시더라고요! 도쿄 게임쇼도 다녀오셨고요.
A : 네, 맞아요. 감사해요. 잘 보고 계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 대중성과 독창성, 그리고 기억을 담은 메시지
Q : 그럼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 개발자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저도 제 취향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에요. 근데 제 취향이 그렇게 대중적인 편은 아니어서, 이용자들이 너무 난해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대중성과 우리 스튜디오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잘 조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혼자 만들다 보니 팀원들과 작업물을 공유하거나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서, 늘 “이건 이용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기준으로 고민하며 어렵지 않게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그 고민이 게임에 잘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으신가요?
A : 저는 스토리 중심의 게임을 만들다 보니, 게임마다 전하고 싶은 주제를 살짝 숨겨놓는 편이에요. 그래서 엔딩을 봤을 때 그 주제가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으면 해요.
영화나 소설처럼, 게임도 플레이한 후에 “왜 저 캐릭터는 저런 선택을 했을까?”,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첫 장을 넘기고, 다음 챕터로
Q : 그럼 지금까지 출시하신 게임이 두 작품, ‘피피숲의 연금술사’와 ‘로얄 블루의 마법 의상실’ 맞으시죠?
A : 네, 맞습니다.
Q : 먼저 ‘피피숲의 연금술사’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첫 출시작이라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A : 맞아요. 첫 작품이다 보니 그 자체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게임이에요. 게임이 잘 됐든 아니든요. 기획이나 시스템 등에서 미흡한 점도 많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작품입니다.
Q : 그 게임을 통해 받은 피드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A : 사실 첫 타이틀이다 보니 모든 피드백이 다 중요했어요.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모든 피드백 하나하나가 정말 고마웠어요.
Q : 그렇다면 다음 작품, ‘로얄 블루의 마법 의상실’에선 어떤 점들이 개선되었는지도 궁금하네요.
A : 첫 작품은 굉장히 어렵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저는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복잡하고 어렵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로얄 블루’에선 누구나 자연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튜토리얼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아직 얼리 억세스 중인데도 튜토리얼을 더 추가해달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예요. 이 게임은 RPG 메이커로 만들고 있는데, 관련 자료가 부족해서 해외 포럼에서 활동하며 공부 중입니다.
Q : 영어 자료로 공부까지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그럼 ‘로얄 블루의 마법 의상실’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A : ‘로얄 블루의 마법 의상실’은 스팀에서 얼리 억세스로 서비스 중이고, 올해 말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법 실과 철을 만들어 마법 의상을 제작하고, 의상실을 꾸며 직접 운영하는 게임이에요.
저는 항상 스토리를 기반으로 게임을 기획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거미 마녀 ‘펠로시아’가 의상실을 운영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 시골에서 도시로, 세계관의 성장기
Q : 이번 작품에서 특히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 ‘의상을 만들어서 파는’ 게임은 스팀에도 거의 없더라고요. 저는 아트 출신이라 픽셀 아트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많은 분들이 그래픽이 멋지다고 말씀해 주세요.
또 이전 작품의 세계관과 연결되는 설정도 있어서, 전작을 해보신 분들은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Q : 세계관이 이어진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네요!
A : 맞아요. ‘피피 수배 연금술사’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했다면, ‘로얄 블루’는 도심의 거대한 마법 왕국이 배경이에요. 몇몇 NPC들이 다시 등장하기도 해서 연결성을 느낄 수 있어요.
Q : 스토리 구성 능력이 정말 뛰어나신 것 같아요. 혹시 이러한 스토리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 이번엔 ‘놀고먹던 펠로시아’가 처음으로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일을 통해 변해가는 감정을 계절별로 표현했어요. 저도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을 통해 인생이 많이 바뀌었고, 그런 저의 경험과 깨달음을 게임에 담았습니다.
Q : 플레이어가 꼭 경험해줬으면 하는 구간이나 메시지가 있다면요?
A : 당연히 엔딩까지 가는 걸 목표로 만들고 있지만, 전작보다 발전했다고 느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 피드백은 힘이 된다, 깡토의 내일을 만드는 응원
Q : 행사에서 받은 피드백 중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A : 게임을 후원했던 분들이 찾아와 반갑다고 해주신 일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죠. 현장에서 직접 유저 반응을 보는 경험은 개발자로서 너무 소중합니다.
Q :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은 어떤 모습인가요?
A : 일단은 '로얄 블루의 마법 의상실'을 올해 말에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후에는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하는 시리즈물을 만들고 싶어요.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를 꾸려가고 싶습니다.

■ 플레이어 마음속에 남는 게임을 위하여
Q :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이나, 현재 게임의 개발 계획이 있으시다면?
A : 일단 올해 말까지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하나의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들이 계속 살아있는 시리즈물 형태로 게임을 이어가고 싶어요.
Q : 너무 기대됩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인데요, 깡토 스튜디오의 게임이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 어릴 때 레트로 게임을 하며 느꼈던 감정처럼, 시간이 지나서 “그 게임 다시 해보고 싶다”, “그 캐릭터 생각나”라는 마음이 드는 게임이었으면 좋겠어요.
Q : 정말 추억에 남는 게임, 여운이 남는 게임이네요. 혹시 이용자와의 소통 창구는 어떤 채널을 주로 사용하시나요?
A : 디스코드는 실시간 대응이 어려워서, 현재는 엑스(X)와 인스타그램 정도만 운영하고 있어요. 행사나 업데이트 내용을 올리면서 반응을 보고 있어요.
Q : 픽셀 아트도 너무 예쁘니까, SNS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시면 많은 팬들이 생기실 것 같아요. 나중에 캐릭터 중심의 짧은 컷툰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 : 컷툰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 인터뷰를 마치며: 도트 너머의 메시지, 기억에 남는 게임을 위하여
깡토 스튜디오의 게임은 단순한 도트 게임이 아닌, 개발자의 진심이 담긴 하나의 이야기이자 기억입니다.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박정서 CEO님의 행보를 앞으로도 계속 응원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영감이 될 깡토 스튜디오의 게임. 오늘 당신의 기억에도, 조용히 자리 잡을지 모릅니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