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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4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린 박희영(38)이 22일 은퇴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를 마치고 박희영은 은퇴식을 했다.
2005년 KLPGA 투어에 발을 디딘 박희영은 20년 동안 프로 골프 선수로 활동했다.
2005년 KL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던 박희영은 2008년부터는 주로 미국에서 뛰었다.
박희영은 3살 아래 박주영과 함께 자매 골퍼로도 유명하다.
2019년 결혼한 박희영은 두살 난 아들을 키우는 엄마 선수이기도 하다.
"시원섭섭하다"는 박희영은 "은퇴한 선배 언니들이 어제 전화해서는 은퇴 경기 때 많이 울었다길래 안 울려고 했는데 18번 홀 마치고 나오는데 부모님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18번 홀 그린 밖에 기다리던 동생 박주영이 안아줬을 때도 그는 눈물을 비췄다.
오는 11월에 둘째를 출산할 예정인 박희영은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 첫째를 키우면서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연습하러 다니고 대회에 출전하는 생활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나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는 게 투어 프로의 생활이다. 이제는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할 때라고 느꼈다"고 은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희영은 "미국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우승 축하를 받았던 게 제일 좋았다. 나만 해도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2020년 ISPS 한다 빅 오픈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제 우승이 힘들다 싶어서 거의 포기했을 때 찾아온 우승이었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 나이를 떠나서 우승할 수 있다고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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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의 인생 2막은 골프 지도자가 될 전망이다.
"지금도 골프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이 없다. 아직도 골프장에 오면 설렌다. 못 치면 속상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는 박희영은 은퇴한 뒤에도 골프와 떨어져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린 선수들한테 내가 오랫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나 역시 시행착오가 있었던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행복하게 골프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가 경기만 했지 누굴 가르쳐본 적은 없다.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당장은 지도자로 나서지는 않을 뜻을 내비쳤다.
박희영은 "KLPGA 투어에는 엄마 골퍼가 많지 않다 보니까 목소리가 작았다"면서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여건도 점차 향상되는 것 같다. 앞으로 많은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희영은 또 "기회가 되면 다시 코스에 나서고는 싶다. 은퇴했다고 해서 골프를 끝내는 건 아니다"라고 여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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