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트륨 이온 이차 전지(NIB)가 리튬 이온 이차 전지(LIB)를 대체할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급부상하며 전 세계 배터리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는 전하가 기존 리튬 이온배터리의 리튬 이온 대신 나트륨 이온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전고체 전지가 등장했을 때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대부분 20230년경이 되어야 상용화가 가능하고 그 이후로 상당 시간이 지나야 수요가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의 잇따른 상용화 및 대규모 양산 계획이 있다. BYD는 2024년 11월 주로 고정식 축전지용 나트륨 이온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연간 생산 능력 30GWh 규모의 대형 공장도 곧 가동될 예정이다. CATL은 2025년 6월 전기차용 나트륨 이온 배터리 양산 및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BYD는 조만간 전기차, 전기 오토바이, 전동 지게차에 나트륨 이온를 탑재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가격이 다소 높지만, 양산이 확대되고 제조 비용이 낮아지면 중국에서 주류를 이루는 인산철리튬(LFP)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나트륨 이온아 리튬이온 대비는 크게 세 가지 강점을 가진다. 첫째, 저렴한 재료 구성으로 인한 낮은 제조 비용이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훨씬 저렴하고 바닷물에서 거의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리튬 이온 음극 집전체에 구리가 필요한 반면, NIB는 값싼 알루미늄을 사용할 수 있다.
둘째, 고속 충전 및 방전에 대한 내성이 뛰어나다. 전해액에서 나트륨 이온이 리튬 이온보다 쉽게 움직이는 특성 덕분이다. 셋째, 저온에 강하다는 점이다. 이온의 이동성이 좋아 영하의 온도에서도 성능 저하가 크지 않다. CATL에 따르면 LFP 리튬 이온 배터리가 영하 10도에서 간신히 작동하는 반면, NIB는 영하 40도에서도 배터리 성능 저하가 미미하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주요 도전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에너지 밀도가 다소 낮다는 점이다. 나트륨 이온이 음극에서 금속으로 돌아가기 쉽고 출력 전압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양극 및 음극 재료 개발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CATL은 양산형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중량 에너지 밀도를 175Wh/kg으로 높였다. 2027년 이후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200Wh/kg까지 끌어올려 현재 LFP리튬이온 배터리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배터리 소형화를 나타내는 체적 에너지 밀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나트륨 이온의 큰 반경으로 인해 전극 재료에 더 큰 갭이 필요하다. 리튬 이온에 사용되는 흑연 대신 부피가 큰 경질 탄소를 음극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둘째, 현재 높은 생산 비용이다. 특히 음극에 사용되는 경질 탄소의 제조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경질 탄소는 1,000~1,200℃에서 특수 수지를 소결하여 제조되는데, 야자 껍질로 만든 소재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가격이 LIB용 흑연보다 몇 배 높아 NIB 제조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 비용 절감은 대량 조달 또는 새로운 재료 개발에 달려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BYD의 고정식 축전지 생산과 CATL의 전기차용 생산에서 볼 수 있듯이 광범위한 응용 분야를 가진다. BYD는 LFP 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고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CATL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저온 내성을 활용하여 추운 지역의 전기차 배터리 팩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혼합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나트륨 이온 단독 사용 외에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형태로 사용되어 성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업체들의 동향을 보면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원천 기술은 일본 기업로부터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에서는 일본 전기유리가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버전을 개발하여 2024년 2월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 이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아직 따라잡지 못한 영역이다. 또한, 양극용 경질 탄소는 쿠라레이가, 나트륨 이온 배터리용 전해액은 센트럴 글라스가 개발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 개발 분야에서는 도쿄 이과대학의 코마바 신이치 교수의 연구실 성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BYD가 양극재로 사용하는 NFPP(Na4Fe3(PO4)2P2O7)는 약 10여 년 전 일본 나가오카 기술과학대학에서 개발된 소재이다. 이는 일본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CATL은 2021년에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높은 에너지 밀도, 빠른 충전 기능 및 우수한 열 안정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20°C의 낮은 온도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는 160Wh/kg이며 단 15분 만에 80% 이상까지 충전할 수 있다.
올 해 3월에는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리튬 철 인산염(LFP) 배터리에 근접한 성능 특성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4월에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 브랜드 낙스트라(Naxtra)를 출범하고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 처음 생산되는 낙스트라 브랜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1킬로그램당 175Wh의 에너지 밀도를 지니며, 이는 현재 많은 전기차와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서 사용되고 있는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와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CATL은 현재 자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LFP 배터리 시장의 최대 절반이 장기적으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로 대체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낙스트라 외에도,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2세대 LFP 배터리를 함께 선보였다. 이 배터리는 5분 충전으로 520km 주행이 가능하며, 극한의 한랭 지역에서도 15분 만에 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성능을 자랑한다.
BYD는 2023년 화이하이 홀딩그룹과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을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2024년 공장건설에 착공했고 합작회사가 설립됐다.
폭스바겐이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하이나배터리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JAC 그룹의 올해 초 런칭한 전기차 브랜드 이웨이가 2023년 12월,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었다. 이후 피드백은 없다.
한국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5년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 외 삼성 SDI도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SK온도 차세대 배터리로 상정하고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스타트업 에너지11은 에코프로비엠과 협력하고 있다. 애경 케미칼도 음극재용 하드카본으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 ESS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유럽연합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1개국의 과학 및 산업 파트너들이 배터리 소재 개발부터 대형 셀 생산까지 전문 지식을 결집해 연구 성과의 실용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SIB:DE FORSCHUNG’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적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성능을 갖춘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활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생산 공정에 통합할 수 있는 데모 셀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 클라리오스(CLARIOS)도 지난 5월 스웨덴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업체인 알트리스와 자동차용 저전압 모빌리티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독점 공동 개발 협약(JD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 협약에 따라 알트리스는 저전압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나트륨 이온 전지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며, 클라리오스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통합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주요 목표로 부상하면서 에너지 신 산업이 복잡하고 다각화된 발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시장도 점차 세분화되며,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보다 이온 크기가 크고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 산업화 과정에서 기술적 난관이 많다.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2030년경 본격적인 상용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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