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했다’라는 말을 하게 되어 매우 아쉽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모빌리티 및 에너지 산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시도인 두 모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낀다. 아직 정식 인도도 되지 않은 두 모델을 두고 이런 박한 평가를 내리게 된 이유를 지금부터 말해보겠다.
제품은 원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즉,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기능과 품질 등의 가치를 제공하고 수익을 대신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가치의 교환’ 이상의 임무를 갖는 제품들이 가끔 등장한다.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기아 PV5와 현대 디 올 뉴 넥쏘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새로운 시대와 산업을 여는 마중물이라는 점이다. PV5는 PBV, 즉 목적기반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과 산업을 여는 첫 모델이다. 즉 종족의 시작점인 것. 넥쏘는 최초의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는 아니지만 다소 정체기에 빠졌다던 수소 에너지 및 수소 모빌리티 사업을 현대차가 직할하여 추진하기로 결정한 뒤 선보이는 최초의 수소 전기차 모델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더우기 디 올 뉴 넥쏘는 현대차가 새롭게 창설한 수소 비즈니스 전문 브랜드 ‘HTWO’의 엠블렘을 온 몸에 달고 있는 글자 그대로 ‘현대 수소 앰베서더’인 것이다.
PV5는 제품이나 기술, 포지셔닝은 잘 준비되었다. 최대한 넓은 실내 공간과 높고 시원한 운전 시야를 위하여 낮고 앞으로 배치된 PE와 같이 도심 특화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설계되었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의 오픈소스 인포테인먼트와 같이 용도에 따라 앱을 탑재하여 기능을 특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갖추었다. 그리고 PBV 전용 데스크를 통하여 빠르고 경제적으로 특화 개발이 진행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었다. 게다가 비싸다는 전기차의 태생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카고 모델의 경우는 2천만원대의 실 구매 가격이 가능할 정도로 시장성을 갖추었다.
그런데 PV5의 사전 예약 프로그램을 보면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첫번째는 패신저와 카고 두 모델로만 이루어진 초기 런칭 라인업이다. 최소한 하나라도 PBV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화 모델을 함께 선보였어야 했다. 패신저와 카고 라인업은 PBV라기 보다는 이전에도 있었던 상용차 기반 미니밴 모델과 차이가 없다. 게다가 패신저 모델은 사업자는 개별소비세 환급을 받을 수 없는 5인승이다. 5인승 승용 모델이라면 고객들이 요즘 전기차에서 자주 보는 친환경 직물과 소프트한 표면 질감 등을 기대할 법 한데 PV5의 인테리어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다. 운전석은 높고 2열은 낮아 승객의 시야가 답답할 수 있다.
또한 요즘 항속거리가 500km를 넘는 전기차들이 앞다투어 출시되는 것에 비하면 40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PV5의 항속거리는 아쉬운 평가를 받기 딱 좋다. 게다가 곧 출시되는 모델이 하나 있다. 바로 EV5다. 이름이 비슷하기도 해서 마치 PV5가 EV5의 하위 호환 모델처럼 오해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사실은 용도나 장르가 전혀 다른데도 말이다.
하지만 PV5의 이와 같은 대부분의 특징들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PV5는 도시의 다양한 환경에서 빛을 발하는 유연성이 강점인 모델이다. 300km대의 AER도 도심 운행 환경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설계의 결과다. 나중에 캠핑 모듈 등이 선보이더라도 PV5 위캔더 컨셉트처럼 아무도 살지 않는 황야를 가는 것보다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멀지 않은 근교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변신이 키워드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PV5의 PBV로서의 유연한 적응력이 초기 론칭 과정에서 최소한 한 가지 제품 라인으로라도 보여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아쉬움이다.

디 올 뉴 넥쏘의 경우는 제품 자체부터 아쉬움이 크다. 수소는 미래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왜냐 하면 수소는 산업과 우리 삶의 수많은 영역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탄소 중립 모빌리티인데도 지금의 화석 연료처럼 주유하고 달릴 수 있다는 실용성, 청정 연료이면서 우리 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자원 구도의 균열, 만들어진 전기를 저장하는 화학적 ESS로서의 수소 등 모빌리티 이상의 거대한 담론이다. 즉,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 생태계의 아주 작은 단말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디 올 뉴 넥쏘는 수소 생태계의 단적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첨단을 보여주어야 했다. 이를 위하여 애 쓴 것은 인정한다. 기존 넥쏘 고객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청취하였고 패밀리 카에 더 걸맞는 공간과 최신 전기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 장비들을 갖추었다. 또한 수소차 자체가 발전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긴 V2L 사용 시간 등을 통하여 엿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수소차의 핵심인 연료 전지 자체의 발전이 지체된 것을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냉각장치 등 주변 장치들의 개선을 통한 효율 향상, 고출력 배터리와 직류 변환기의 성능 향상을 통한 출력 향상 등 성능의 발전은 있었지만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현대차 모델들과 경쟁하기에도 부족한 모델이라는 점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디 올 뉴 넥쏘는 현재의 다른 현대차 모델들이 사용하고 있는 3세대 플랫폼을 사용하지 못하고 기존 2세대 플랫폼을 개선하여 사용하는 데에 그쳤다. 물론 발전은 있었지만 3세대 플랫폼을 사용한 비슷한 세그먼트의 현대차 모델들에 비하여 라이드 & 핸들링, NVH 등 기본기에서도 부족함을 보였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래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의 느슨함이었다. 그것은 기아 브랜드도 점차 사용 빈도를 줄여가고 있는 전환 조작계가 현대차의, 그것도 미래를 보여주어야 하는 쇼 케이스같은 디 올 뉴 넥쏘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넥쏘의 스위치들이 너무 많고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주 단편적으로 해결한 것이라고밖에 달리 평가할 수가 없었다. 최근 현대차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소프트 메뉴와 물리 버튼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었다는 것에 비추어볼 때 생뚱맞은 기아 전환조작계의 이식은 차량의 미래 지향성은 물론 일반 소비자의 눈에서 보더라도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글 머리에서 말했듯이 상품 이상으로서의 제품이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새로운 장르와 시대를 여는 모델인 PV5와 디 올 뉴 넥쏘가 그렇다. 물론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커다란 담론을 긴 호흡으로 이끌어야 하는 전략을 전달하는 모델의 경우에는 상품성, 경쟁력, 심지어는 수익성 이상의 것을 담고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동경, 호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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