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사실상 신차와 다름없는 '제로 마일리지' 차량을 중고차로 둔갑시켜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2025 상하이오토쇼 전경이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이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라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수출 방식을 통해 자동차 수출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완성차가 주도해 한 번도 주행하지 않은 신차를 국내에서 일단 등록한 후 곧바로 ‘중고차’로 전환해 해외로 수출한 셈이다.
공식 수치상 중고차로 분류되지만, 실상은 새차와 다름없는 차량으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증거다.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차이나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이러한 수출은 중국 중앙정부의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 대상지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으로 2024년 중국의 전체 중고차 수출량 43만 6000대 중 약 90%가 제로 마일리지 차량으로 추정했다. 중국 각 지방 정부는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수출용 등록 쿼터 확대’, ‘세금 환급 신속 처리’, ‘무상 창고 제공’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광저우, 선전, 쓰촨 등 주요 지역은 관련 온라인 플랫폼까지 구축하며 해당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는 가격 경쟁이 치열한 내연기관 차량과 재고 부담이 큰 일부 전기차로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어려운 재고 차량을 외부로 유출하는 창구로 활용됐다. 수출업체는 차량을 제조사 혹은 딜러로부터 매입해 국내 번호판을 부착한 뒤, ‘1회 등록된 중고차’로 수출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는 매출을 올리고, 지방정부는 GDP 통계에 반영할 수 있는 이중 거래 구조를 확보한다.
이러한 방식은 자국 브랜드의 해외 시장 신뢰도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창안자동차 주화룽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의 해외 수출은 중국 브랜드 이미지에 큰 피해를 준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신차를 중고차로 위장해 저가로 판매하는 구조는 해외에서 ‘자동차 덤핑’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2023년 자국 내 공식 유통망이 있는 브랜드(예: 지리, 창안, 체리 등)의 제로 마일리지 차량 수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요르단 등 일부 국가는 중고차로 인정되는 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중국 자동차 수출 통계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오토X(AutoX)의 싱 레이 대표는 “어떤 판매가 실제이고, 어떤 게 부풀려진 것인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에너지차(NEV)를 포함한 제로 마일리지 차량은 향후 국가 간 인증, 보증, 애프터서비스 체계 등의 규제 강화와 함께 점차 시장에서 퇴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진출한 지역에서는 제로 마일리지 평행 수출이 직접적인 경쟁 요소로 작용하면서 현지 딜러 네트워크와의 마찰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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