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는 배터리보다 더 어려운 주제다. 기술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시장 구조도 간단하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 TV, 웨어러블 기기, 전기차까지 그 수요가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엔비디아와 퀄컴, 그리고 모빌아이 등이 주도하고 있다. 거기에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가 각각 7나노와 3나노 제품을 개발했다. 노광장비 등 때문에 자체 생산은 하지 못한다. 중국은 배터리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 이상으로 반도체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제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 및 생산을 해야 한다. 이르면 2026년에 2곳의 자동차업체가 자국산 반도체를 100% 탑재한 모델을 양산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서구의 시각이다. 관련해 단편적인 뉴스를 전달해 왔는데 그것을 종합해 자동차와 관련된 반도체산업의 현재를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18년 화웨이의 세계 최초 7나노 칩 상용화에 대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업체와의 거래 금지, 소프트웨어 수출 금지, 미국산 반도체 장비 판매 중지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했고 그로 인한 반도체 대란이 발생했다. 그때만 해도 고성능 반도체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 14나노에서 40나노 사이의 레거시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반도체 대란의 발단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이었다. 2025년까지 첨단 의료기기, 바이오 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는 핵심기술을 이전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특히 중국은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10년간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쏟아붓는,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 왔다.
화웨이의 첫 번째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인 기린 980은 TSMC가 생산했고 2023년 등장한 기린 9000s는 중국 파운드리 SMIC가 위탁 생산한다. 지난 5월 발표한 샤오미의 3나노 반도체는 TSMC가 위탁생산 한다. 샤오미는 애플, 삼성, 퀄컴, 미디어텍에 이어 자체 3나노 공정 휴대폰 프로세서 칩을 출시하는 세계 네 번째 기업이 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와 수율 등 문제가 많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샤오미가 개발한 3나노 SoC는 다수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것이다. 차세대 스마트폰 샤오미 15S 프로에 처음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샤오미 측은 해당 칩이 아이폰 16 Pro Max 대비 앱 실행 속도에서 30% 빠른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 중 최초로 3나노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샤오미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3위다. 샤오미는 앞으로 5년간 연구개발에 2,000억 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샤오미는 설계는 내부에서 하고 생산은 외부에서 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샤오미가 반도체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1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일시적으로 포함되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자체 수급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라는 얘기다. 샤오미는 자체 칩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TV, 웨어러블 기기, 그리고 최근 진출한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애플이 자사 칩을 통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모델을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2019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며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 PC 운영체제(OS) 분야에서도 자체 OS로 전환을 추진하며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첨단 기술 자립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수입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불가능하며, 중국산 장비 개발도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그래서 샤오미는 대만 TSMC에 생산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이런 행보를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2023년 등장한 화웨이의 7나노 때부터다. 당시 많은 미디어가 충격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속속 SoC 자체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BYD는 퀄컴과 공동으로 개발한 4나노 콕핏 SoC를 고급 차량에 채택했다. 니오와 샤오펑도 자율 주행 및 ADAS를 위한 자체 SoC를 개발하고 있다. 처음에는 엔비디아의 제품을 사용하고 거기에서 기술을 축적해 자체 자체 SoC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7~5나노의 차량용 SoC를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가장 앞선 기술에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레벨 2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양산차용 ADAS SoC를 주로 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형차 및 고급차의 자율주행 '레벨 2+' 이상을 지원하는 SoC도 실용화되면서 중국에서 엔비디아에 도전하고 있다.
지리홀딩그룹 산하 반도체 제조업체인 시엔진(SiEngine)은 폭스바겐 그룹의 글로벌 전략 수단으로 조종석 시스템용 범용 SoC를 선정했다.
미•중 대립에 대응해 중국은 반도체 자체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자동차 SoC의 경우,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비하여 중국에서 조달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미국 리서치 회사 옴디아(Omdia)는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를 비롯한 강력한 정책과 대규모 반도체 투자 기금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술 자립과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한 것이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응하여, 중국은 28나노 이상의 레거시 공정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레거시 공정 반도체 점유율의 31%를 차지했으며, 2027년에는 39%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44개의 반도체 웨이퍼 파운드리를 운영 중이며, 추가로 22개를 건설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32개 파운드리에서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첨단 장비(특히 EUV 장비)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은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서는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MIC(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가 7나노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서방의 첨단 기술 없이 이룬 성과라고는 하지만 수율과 생산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200mm 웨이퍼 생산량 부문에서는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이엔드 반도체 칩 디자이너 및 첨단 제품을 기획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AI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그 때문에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막대한 양의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 확대에 따라 반도체 기술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설계 SW, 고순도 소재, 장비 등 취약한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이르면 2026년에 2곳의 자동차업체가 자국산 반도체를 100% 탑재한 모델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SoC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필수 장비다. SDV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확장 및 개선이 가능하지만, 기본 하드웨어(SoC 및 ECU)가 취약하면 최신 소프트웨어를 지원하지 못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여기에 자율주행 및 ADAS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든 자동차회사가 SoC와 ECU를 고성능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추세다.
새로운 고성능 SoC로 하드웨어를 업데이트하면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을 확보하여 최신 모델과 동일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회사 중 가장 앞선 것은 테슬라다. 2019년 ADAS 및 콕핏 시스템을 위한 AI3/HW3.0 통합 ECU를 출시하며 구형 ECU가 장착된 기존 차량에 무료로 교체했다. 이번에는 AI3 탑재 차량에 최신 일체형 ECU인 AI4/HW4.0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FSD 기능을 구매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며, AI3가 무감독 FSD를 지원하지 못하는 컴퓨팅 성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AI4의 컴퓨팅 용량은 AI3 대비 5배 높은 720TOPS다.
테슬라는 2025년 말까지 미국 일부 주에서 모델 3 및 모델 Y에 무감독 FSD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오스틴에서의 서비스 개시가 보여 주었듯이 동승석에 안전 운전자가 탑승하고 원격제어 센터 사진도 공개됐다. 시업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그것이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일론 머스크의 약속이 지켜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업데이트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컴퓨팅 성능 부족이다. 테슬라의 SoC의 컴퓨팅 용량은 두 개의 SoC를 탑재한 AI3는 컴퓨팅 용량은 144TOPS. AI4는 AI3의 5배인 720TOPS에 달한다.
볼보도 2024년 9월 출시된 EX90의 ADAS SoC를 무료로 교체할 예정이다. 2026년형 ES90과 EX90에는 2개의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린이 탑재된다. 508TOPS의 연산 용량을 가지며, 기존 EX90에 탑재된 드라이브 자비에 SoC를 오린으로 교체하여 컴퓨팅 성능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다.
EX90의 2026년형 모델에는 ES90과 동일한 ADAS SoC가 탑재될 것이며, 기존 EX90의 ADAS SoC는 ES90과 동일한 것으로, 무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EX90의 납품이 시작된 지 반년 이상이 지났다. 그 기간 소프트웨어의 진화는 ES90 및 EX90의 2026 모델뿐만 아니라 기존 EX90 모델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혼다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와 협력하여 차세대 전기차용 SoC를 공동 개발 중이다. 모두 다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토요타 그룹의 덴소도 2025년 1월에 신설되는 SoC 개발 부서를 통해 반도체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SoC에 대한 세부 사양을 공식화하고 NPU용 IP(회로 정보)의 자체 생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현시점에서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엔비디아와 퀄컴이 압도적이다. 점유율로는 엔비디아가 우위에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이 두 회사의 범용 SoC를 사용하는 것이 주류였다. 모빌아이도 포함되지만, BMW가 공급업체를 퀄컴으로 바꾸면서 존재감이 약해졌다.
엔비디아는 자율 주행 및 시스템 ADAS를 전문으로 하며, 퀄컴은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를 중심으로 한 콕핏 시스템이 전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범용 SoC가 자동차회사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오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자체 생산하는 AI(인공지능)를 처리할 때 범용 SoC나 회로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AI 알고리즘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회로로 인한 전력 소모, 칩 면적, 실행 시간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SoC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테슬라는 자체 SoC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SoC 하드웨어가 SDV 시대에 기능 확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은 반도체업체들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당장에는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회사들과 협력관계가 형성되는 등 기존의 수직적 공급망이 해체되고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위한 하드웨어인 SoC는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배터리셀처럼 내재화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아 기존 반도체회사들의 협업을 하는 형태로 시작하고 있다. 당장에 자동차회사들은 기존 SoC를 고성능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한 하드웨어 업데이트를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구현하려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의 본질을 바꾸는 데 중요한 요소다. 달리고 돌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이동한다는 쪽으로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SoC는 필수 부품이다. SDV는 지금의 SoC 및 이전 ECU로는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새로운 고성능 SoC로 하드웨어를 업데이트하려 하는 것이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반도체 업체들이 자동차회사들을 추동하고 있다.
중국 기업을 배제하지 않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간과할 수 없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반도체 제조업체 모두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레거시 공정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첨단 공정에서는 여전히 서방의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AI 반도체 등 특정 분야에서는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은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지형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반도체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범용 반도체 및 특정 응용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다. 하지만 최첨단 제조 공정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장비적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무한대로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자동차처럼 반도체도 시장이 곧 기술이라는 전제가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전망처럼 반도체가 <미래의 단서>가 되어 <힘의 이동>이 현실화할 것인지도 관전 요소다.
다만 문제는 중국이 그동안의 급성장에 대한 ‘수업료’를 어떤 방식으로 치르느냐이다. 중국의 경제 구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악화일로에 있다. 게다가 서방 국가가 관세 비관세 장벽 등 각종 제약을 가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929년 미국발 경제 대공황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이야기가 더 힘을 얻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나 미국 등 서방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전체의 문제다. 미래의 단서를 다시 찾아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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