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 조영준 기자, 조광민 기자, 신승원 기자가 모처럼 퇴근하지 않고 한 자리에 모였다. 세 기자가 선택한 곳은, 방탈출계의 뮤지컬이라 불리는 레다게임즈의 ‘아득히 바라던 타오름에 대하여(이하 아바타)’다.
합정/홍대 인근 레다스퀘어에서 체험 가능한 ‘아바타’는 배우가 직접 등장해 이용자와 함께 연기를 주고받는 이머시브 방탈출이다. 단서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관 안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하나의 연극 체험에 가깝다. TRPG와도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승원: 저는 이미 ‘아바타’를 한 번 플레이해 봤어요. 그때는 형제랑 같이 갔는데, 일행이 모두 ‘I(내향성)’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님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참고로 전 검사 할 때마다 ‘I’가 70~80% 나옵니다.
광민: 맨날 다르게 나오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아서 ‘E(외향성)’인 듯.
영준: 나는 보통 ‘E(외향성)’. 아니, 방탈출 하는데 MBTI가 필요해요?
승원: 여기는 저희가 직접 배우랑 소통도 해야 하거든요. 저는 다른 기자님들만 믿겠습니다! (하지만 빠른 진행을 위해 경험자인 I가 나서야 했다.)
이용자가 직접 연기를 하며 진행해야 하는 이머시브 방탈출 특성상 ‘아바타’는 시작하기 전 각자의 휴대폰으로 별도의 설문지를 작성한다. 해당 설문지에서 이용자의 성향(내향성, 외향성)과 방탈출 경험 등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배우가 이용자에게 맞춰 말 거는 빈도나 방식 등을 조절한다. (내향성들만 모여도 배우들이 잘 이끌어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본인의 기력이 빨리 닳을 수 있다.)
광민: 아, 이렇게 이용자 성향을 파악하는구나? 이제 바로 가면 되나?
영준: 그러게 눈 가리는 것도 없다. 그냥 바로 진행하면 된다고? 시작 연출도 사건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 같아서 괜찮네.

‘아바타’는 본격적으로 세트장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짐을 맡기는 과정조차도 퍼즐처럼 구성되어 있고, 입장과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된다. 처음엔 다소 당황스럽지만 이내 ‘아, 이게 이 테마의 방식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몰입된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지만, 공간과 연출이 촘촘하게 맞물려 있어 이용자가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

승원: 다시 봐도 메인거리 참 예쁘네요. 스토리적으로 큰 전환점이 있을 때마다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도 몰입하기 좋고요. 그런데...
광민: 좁다.
영준: 어우, 꽉 껴.
승원: ...건장한 성인 셋이 진행하기는 좀 좁은 곳이 있네요. (3명 모두 건장한 성인. 심지어 조영준&조광민 기자는 183cm 이상의 장신이다. 신승원 기자도 세로로 짧고 가로로 길다.)
영준: 문제 난도 생각하면 3명 정도는 있어야 할 텐데. 방탈출 잘해서 문제 공략하는 사람, 이거 저거 찾으러 다니는 사람, 배우랑 대화하고 상황 끌어가는 사람.
광민: 그리고 셋 중 하나는 날씬해야 방에 다 들어가겠다. 숙이고 들어가거나 틈새로 올라가는 구성도 있어서 복장도 편안하게 입고 오는 게 좋겠고.
영준: 쪼그렸다 일어나는 게 힘드네 이거. 이제 늙어서 못 하겠어, 젊은 사람들이 해야지.
승원(멀리서 논땡이 피우던 그 젊은 사람): 히히.
‘아바타’는 연극적인 연출이 많은 만큼 공간 분리가 잘 되어있는 대신, 작은 방을 여러 개 이어 붙인 구성이다. 다만 구조 특성상 건장한 성인 셋이 들어가기에는 비좁은 구간이 있다. 4인까지도 동시에 진행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일행 중 체격이 작은 사람이 있어야 해 보였다. 작은 방까지는 에어컨이 잘 닿지 않아 상당히 더운 구간이 있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승원: 그래도 퍼즐이 알차지 않나요? 평범하게 자물쇠 푸는 것 말고도 ‘이 도구를 저렇게 활용한다고?’ 싶은 창의적인 퍼즐들이 많아요.
영준: 그건 맞어. 단서 구조가 효율적인 것도 굿. 단서 밑에 단서, 문제 해결하는 곳 옆에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배치가 돼서, 단서 찾기 위해 진땀 뺄 필요는 없어서 좋다.
광민: 다양한 기믹이 있으니까 (초보자 기준) 퍼즐을 빨리빨리 해결하기에는 난도가 좀 있는 것 같은데, 힌트가 무제한인 것도 좋은 듯.
승원: 힌트...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저 문제 힌트 코드가 뭐죠?
초보자 기준으로 퍼즐의 난도가 아주 쉽지는 않았지만, 퍼즐 옆에 붙어있는 ‘힌트 코드’를 제공되는 ‘힌트폰’에 입력하면 힌트와 정답을 바로 받아볼 수 있어 누구나 문제없이 방탈출을 즐길 수 있다. 사용 횟수 제한도 없다 보니 팀마다 진행 템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영준(더워서 익었음): 아, 탈출이다!!!
광민(이쪽도 익었음): 힌트 팍팍 쓰니 그래도 시간 안에 무사히 나왔네.

승원(모르겠고 굿즈가 탐남): 오, 탈출하니까 에필로그북이랑 포토카드 같은 굿즈도 주네요. 에필로그북에 줄거리랑 배우들 Q&A 같은 것도 실려 있어서 분량이 제법 돼요. 레다스퀘어의 다른 방탈출(세상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에 대하여 등)과 스토리적 연결고리가 있는 것도 재밌네요.
광민: 가격이 제법 되는 편이니 이런 것도 주는군. 확실히 2~3인 12만 원이 가볍진 않지. 물론 배우 인건비 생각하면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운영이 될 것 같긴 해.
영준: 동감. 중간에 배우가 차력쇼 한다 싶을 정도로 연기력을 뽐내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진짜 어지간한 실력 아니면 하기 힘들겠더라. 그거 하나만 생각해도 가격이 납득되는 편. 연영과(연극영화과)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는 게 아닐까?
승원: 듣기로는 티빙 여고추리반에도 나오는 실제 배우분도 오신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명의 배우가 돌아가면서 진행하니까 체험할 때마다 다른 배우를 만날 수도 있고요. 저도 이전에 플레이했을 때랑 다른 배우님이 오셨는데, 애드리브 같은 게 조금씩 달라진 게 느껴졌어요.
뮤지컬은 배우님의 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회전문(같은 극을 다시 감상하는 것)을 도는데, 이것도 취향에 잘 맞고 지갑에 여유만 있다면 여러 번 플레이하고 싶을 것 같아요.
광민: 아, 그만큼 예약 필수라는 것도 언급하면 좋을 듯. 요즘에야 다른 방탈출도 예약제로 운영되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승원: 네 맞아요. 레다스퀘어에서 즐길 수 있는 방탈출은 레다스퀘어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을 해야 하니 참고합시다.
아무튼, 여러모로 꽉 찬 경험이었네요. 홍대나 합정 부근에서 친구랑 만나면 카페나 PC방처럼 갔던 곳만 계속 가게 되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을 때는 여기 와도 좋을 것 같아요.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