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쉬가 자동차 주변 인식부터 판단 및 제어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AI)에 맡기는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기술 개발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보쉬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레벨 2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E2E ADAS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와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사용하지만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쉬는 이를 통해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으며,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활용해 악천후 등 환경 적응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쉬는 기존의 규칙 기반 자율주행이 주행 거리가 제한적이고 드문 사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와 중국 기업들이 복잡한 교통 상황에 레벨 2 수준으로 대처 가능한 E2E 자율주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일본의 덴소 역시 E2E 개발에 착수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보쉬가 폭스바겐 그룹의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와 공동으로 E2E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다. 보쉬가 유럽 등에서 운행 중인 테스트 차량에는 전방 및 주변 모니터링 센서를 위한 5대의 카메라와 6개의 밀리미터파 레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이는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는 최소한의 센서 구성이라고 밝혔다. 전면 모니터링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800만 픽셀이며, ADAS를 구동하는 SoC(시스템 온 칩)는 미국 업체의 수백 TOPS 컴퓨팅 성능을 갖춘 단일 제품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보쉬는 2023년 말부터 중국에서 E2E ADAS를 양산 중이다. 이 시스템은 보쉬가 지분을 보유한 중국 스타트업 위라이드의 E2E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것으로, 중국 체리 자동차의 고급 신에너지차 브랜드 익시드의 두 가지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카메라와 밀리미터파 레이더 외에 라이다도 사용한다.
보쉬의 자체 E2E는 AI 모델을 인식, 판단 등 기능별로 나누는 모듈식 구성을 사용한다. 모듈형 구조임에도 전체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E2E로 간주되며, E2E의 문제점인 '해석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AI의 계산 과정이 블랙박스가 되어 사고 원인 파악이 어려운 문제를 모듈화를 통해 각 계층에서 수행되는 작업을 세분화하여 분석함으로써 높은 제어력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보쉬는 또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같은 인프라 모델을 활용한 E2E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과 유사한 지식을 습득하므로, '엣지 케이스'와 같은 희귀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어 현재 E2E 자율주행이 인간 운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기대된다. LLM은 이미지 및 동영상 설명을 통해 해석 가능성을 높이고, 주행 성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 오토와 샤오펑 등은 시각, 언어 정보를 행동으로 옮기는 'VLA(Vision Language Action) 모델'을 차량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량에서 거대한 AI 모델을 실행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며, 이는 비용 문제로 이어진다. 중국의 리오토는 약 700TOPS의 엔비디아 최신 SoC 드라이브 토르U를 사용하고, 샤오펑은 신형 EV 'G7'에 3개의 자체 SoC를 탑재해 약 2,200TOPS의 연산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보쉬 측은 매우 큰 AI 모델이기 때문에 차량에 탑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SoC 벤더 등과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래에는 AI 모델 경량화 기술도 개발하겠지만, 현재 속도에서 적어도 2~3배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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